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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6-03-27

방과후 '농구' 활동, 아동의 언어·인지 능력 높인다? 인지적 요소가 결합된 스포츠 활동이 아동의 언어 및 실행기능 향상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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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농구 프로그램에 12주간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신체 체력뿐 아니라 언어 기반 인지 능력인 음운 유창성에서도 의미 있는 향상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농구 종목과 같이 인지적 요소가 결합된 스포츠 활동이 아동의 언어 및 실행 기능 향상에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칠레 안드레스 베요 대학교 운동재활과학연구소의 팔론 콘트레라스-오소리오(Falonn Contreras-Osorio) 교수 연구팀은 9~11세 초등학생 29명을 대상으로 12주간의 방과후 농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2026년 3월호에 발표했다.

인지 자극이 포함된 스포츠가 언어 기능 향상과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shutterstock
인지 자극이 포함된 스포츠가 언어 기능 향상과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shutterstock


"매번 다른 상황"…인지 부하 실험설계

참가자들을 농구 프로그램 참여 집단과 대조집단으로 나눠 12주 동안 주 2회, 회당 60분의 방과 후 농구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 전후 언어 유창성, 신체 활동량, 체력, 신체 계측치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실험에 앞서 연구팀은 두 집단 모두 농구 경험이 없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 발달 장애가 없는 아이들을 선별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변동성을 핵심 원리로 설계됐다. 경기 공간 크기, 선수 수, 해결 시간 등을 훈련마다 조정해 아이들이 항상 새로운 인지적 도전 앞에 놓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매 세션 마지막 10분에는 자신의 운동 강도를 스스로 평가하는 '메타인지' 활동도 포함됐다. ​

실험 전후로 음운 유창성·의미 유창성(언어 기반 실행 기능), 신체 활동량(PAQ-C), 체력(악력·제자리멀리뛰기·10×5m 왕복달리기·6분 걷기), 체형 지표(BMI·허리둘레·허리-신장 비율)가 측정됐다.

음운 유창성에서는 농구 집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확인된 반면, 의미 유창성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Scientific Reports
음운 유창성에서는 농구 집단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확인된 반면, 의미 유창성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Scientific Reports

 

음운 유창성과 체력 모두 향상

실험 결과 농구 집단은 대조집단에 비해 음운 유창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됐으며, 농구 집단 아동의 92.85%가 프로그램 후 더 나은 점수를 기록했다. 대조집단의 결과, 음운 유창성의 향상과 악화된 비율이 33.3%로 동일하게 그쳐 두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반면 '동물 이름 열거' 같은 의미 유창성 과제에서는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연구팀은 이를 음운 유창성이 의미 유창성보다 전두엽 성숙과 억제 조절에 더 크게 의존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특히 '음운 유창성'의 변화에 주목했다. '음운 유창성'이란 특정 철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제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말하는 능력으로 언어 능력과 실행 기능을 동시에 측정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단어를 빠르게 떠올리는 언어 처리 능력뿐 아니라, 뇌의 억제 기능·작업 기억·인지적 유연성 등 핵심 실행 기능을 함께 반영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인지 조절과 언어 능력을 한 과제에서 함께 포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농구 개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 적합한 측정 도구로 판단했다. 농구처럼 인지적 부하가 높은 신체 활동은 뇌 혈류 증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 촉진, 인지·운동 신경망의 시너지 활성화 등 생물학적 기제를 통해 실행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책임자 팔론 박사는 "농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면서 주의 자원을 다중 초점에 분산시켜야 하는 오픈 스킬 스포츠"라며 "이러한 인지적 부하가 전두엽 성숙과 억제 조절 능력 발달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구 참여 여부에 따라 사전 대비 사후 평가에서 음운(A)·의미(B) 유창성이 변화한 아동의 비율 ⒸScientific Reports
농구 참여 여부에 따라 사전 대비 사후 평가에서 음운(A)·의미(B) 유창성이 변화한 아동의 비율 ⒸScientific Reports


농구는 '열린 기술' 스포츠…인지 발달에 유리, 방과후 연관성은 더 지켜봐야

연구팀이 농구에 주목한 이유는 이 종목의 특성에 있다. 농구는 매 순간 상황이 달라지는 환경에서 빠른 판단, 공간 인지, 팀원과의 소통을 동시에 요구하는 '열린 기술(open-skill) 스포츠'다. 달리기나 수영처럼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닫힌 기술 스포츠'와 달리, 농구는 예측 불가능한 외부 자극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뇌의 실행 기능—계획, 억제, 작업기억, 인지 유연성—을 집중적으로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다.

체력 지표에서도 농구 집단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유산소 체력 검사, 민첩성 왕복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악력 등 모든 체력 항목에서 농구 집단이 대조 집단 대비 유의미하게 큰 향상 폭을 보였다. 특히 제자리멀리뛰기 향상도와 음운 유창성 향상 간에 중등도의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돼 운동 능력 향상과 인지 발달의 연관 가능성이 나타났다. 

기존 연구들은 열린 기술 스포츠 중재가 닫힌 기술 스포츠보다 아동의 실행 기능 향상에 더 효과적임을 지지하는 메타분석 결과를 보고해 왔다. 그러나 농구를 활용한 개입 연구, 특히 방과후 환경에서 농구를 처음 배우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팔론 교수는 이번 파일럿 연구에 대해 "방과후 농구 프로그램은 실제 학교 환경에서 실행 가능하며, 음운 유창성과 신체 체력 향상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아동 발달을 위한 저비용 고인지 자극 활동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능동적 비교집단을 포함한 무작위 대조 시험(RCT), 더 큰 표본 규모,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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