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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년 전 우주가 보낸 택배, 드디어 개봉했다: 소행성이 전하는 두 가지 메시지 소행성 류구는 생명의 설계도를, 베누는 숨겨진 균열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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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씨앗과 우주 지질의 수수께끼

지구 생명의 기원과 소행성의 물리적 구조라는, 겉보기에 전혀 다른 두 질문에 대한 과학적 실마리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풀렸다. 소행성 류구(Ryugu)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심 분자 다섯 종이 모두 검출되었고, 소행성 베누(Bennu)의 암석 분석은 십수 년간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열물성(thermal property)의 역설을 해소했다. 두 연구는 소행성 탐사선이 지구로 직접 가져온 시료를, 오염 없는 상태로 분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 방식은 기존 운석 분석에 늘 따라붙던 '지구 오염' 문제를 구조적으로 제거했기에 보다 원시적인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류구 시료는 JAXA의 탐사선 하야부사2가 2020년 12월, 베누 시료는 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2023년 9월 각각 지구로 귀환시켰다. 두 탐사선 모두 소행성 표면에서 시료를 채취한 즉시 진공 상태로 밀봉하여, 지구 대기권 재진입 없이 캡슐만 분리해 회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참고로 류구 연구는 홋카이도 대학교 오바 야스히로(Oba Yasuhiro)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으며, 베누 연구는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 행성연구소의 앤드루 라이언(Andrew Ryan) 박사팀이 이끌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류구의 토양에서 발견한 생명의 분자 언어

핵염기(nucleobase)는 생명의 유전 정보를 암호화하는 분자의 기본 단위다.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네 종류가 DNA 이중 나선을 구성하며, RNA에서는 티민 대신 우라실(U)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 다섯 가지 분자의 배열 순서가 지구 모든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결정한다. 아미노산이 단백질이라는 기능 구조물을 만드는 '벽돌'이라면, 핵염기는 그 벽돌의 배치를 지시하는 '설계도'에 해당한다.

소행성 류구(Ryugu)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심 분자 다섯 종이 모두 검출되었다. ©Hayabusa2/JAXA
소행성 류구(Ryugu)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에서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심 분자 다섯 종이 모두 검출되었다. ©Hayabusa2/JAXA

오바 교수팀은 하야부사2가 가져온 류구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이 다섯 종의 핵염기가 모두 존재함을 확인했다. 지구에 낙하한 탄소질 운석에서도 핵염기가 검출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운석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겪는 열과 기압 변화, 그리고 지표 착지 이후 지구 토양 및 미생물과의 접촉은 복합적인 오염 가능성을 항상 분석의 불확실성으로 남겼다. 하야부사2의 시료는 소행성 표면에서의 채취와 동시에 진공 밀봉이 이루어졌고, 지구 환경과의 어떤 접촉도 없이 실험실에 전달되었다. 이처럼 오염이 원천 차단된 우주 직접 채취 시료에서 5종의 핵염기 전부가 한꺼번에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PLC/ESI-HRMS 분석을 통해 RyuguA0480 및 C0370 시료의 H₂O 및 HCl 추출물에서 검출된 퓨린 염기 ©Koga et al. 2026
HPLC/ESI-HRMS 분석을 통해 RyuguA0480 및 C0370 시료의 H₂O 및 HCl 추출물에서 검출된 퓨린 염기 © Koga et al. 2026

연구팀은 핵염기의 종류와 상대 비율이 시료 내 암모니아 함유량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도 밝혔다. 암모니아는 태양계 외곽의 저온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분자다. 이 상관관계는 핵염기가 태양계 형성 초기, 온도가 극도로 낮은 외곽 영역의 얼음 속에서 암모니아가 관여한 화학 반응을 통해 합성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명의 분자적 토대가 지구가 만들어지기 이전, 태양계라는 거대한 화학 반응계 안에서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염 없는 시료가 바꾼 기원론의 지형

이번 발견에서 과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핵염기가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어떤 시료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석되었는지가 동등하게 중요하다. 우주생물학 연구에서 외계 유기물 탐지의 가장 큰 장벽은 언제나 지구 기원 오염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야부사2와 오시리스-렉스가 확립한 밀봉 귀환 시료 체계는 이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방법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화성 시료 귀환 임무 등에서도 표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핵염기의 우주 기원이 확인된다면, 생명 기원 연구의 한 축인 외계 유입설이 힘을 얻는다. 약 40억 년 전, 소행성과 혜성의 집중 충돌이 이어졌던 '후기 대폭격기(Late Heavy Bombardment)' 시기에, 류구와 유사한 탄소질 소행성들이 물, 유기물, 그리고 핵염기를 포함한 생명의 전구 물질을 지구에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시나리오가 성립한다면, 지구 생명의 탄생은 지구 내부 화학 반응만의 산물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 준비된 분자적 재료의 외부 공급이 하나의 선행 조건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핵염기의 존재는 생명 탄생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즉, 이번 연구는 '재료의 공급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생명 탄생의 전 과정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핵염기가 어떻게 결합하여 자기 복제 가능한 분자로 이어지고, 나아가 지질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 구조로 발전했는지는 아직 충분히 해명되지 않은 별도의 과학적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풀린 베누의 표면: 균열이 품고 있던 답

류구와 베누는 모두 탄소질 소행성이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이번 베누 연구가 밝힌 것은 유기 화학이 아니라 소행성의 물리적 구조이다. 두 연구를 나란히 보면, 소행성 직접 귀환 시료가 얼마나 다양한 과학적 질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베누는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2018년 도착하기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예상과 맞지 않는 데이터를 내놓고 있었다. 2007년 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측정한 베누의 열관성(thermal inertia) 값은 비교적 낮았다. 열관성이란 물체가 열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고 방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낮을수록 표면이 빠르게 달궈지고 빠르게 식는다. 지구의 해변 모래가 낮은 열관성의 대표적 예이며, 콘크리트 블록이나 대형 암석은 높은 열관성을 갖는다.

탐사선이 실제로 베누에 도착했을 때, 과학자들은 예상 밖의 광경과 마주쳤다. 라이언 박사는 "비교적 매끄러운 표면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전부가 큰 바위였다. 우리는 한동안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대형 바위로 가득한 표면은 높은 열관성을 보여야 했지만, 관측값은 낮았다. 이 모순이 수년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

대형 바위로 가득한 표면은 높은 열관성을 보여야 했지만, 관측값은 낮았다. 이 모순이 수년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 ©Scott Eckley/NASA
대형 바위로 가득한 표면은 높은 열관성을 보여야 했지만, 관측값은 낮았다. 이 모순이 수년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 ©Scott Eckley/NASA

라이언 박사팀은 오시리스-렉스가 귀환시킨 베누 시료의 암석 입자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시료는 질소 분위기를 유지한 기밀 용기 안에서 처리되며, X선 컴퓨터 단층 촬영(XCT)을 통해 내부 구조가 3차원으로 영상화되었다. NASA 존슨 우주 센터의 시료 큐레이터 니콜 런닝(Nicole Lunning) 박사는 "시료는 지구 환경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X선 스캔을 받은 뒤 원래의 보관 환경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암석들은 예상 이상의 다공성(porosity)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전체에 걸쳐 광범위한 균열망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나고야 대학교 연구팀은 락인 열형광법(lock-in thermography)을 이용해 시료 표면의 특정 지점에 레이저를 조사하고, 열이 균열망을 따라 분산되는 양상을 측정했다. 이 결과를 실제 베누 표면 대형 암석의 크기로 환산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하자, 예측된 열관성 값이 2007년 스피처의 관측 수치와 일치했다. 암석의 다공성과 내부 균열이 결합하여, 거대한 바위이면서도 모래처럼 빠르게 열을 방출하는 표면 특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동 저자인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의 론 발루즈(Ron Ballouz) 박사는 "이번 연구로 망원경 관측에서 얻은 열물성 값을 실제 소행성 구조와 연결 짓는 것이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소행성 베누의 두 입자에 대한 X선 컴퓨터 단층촬영(XCT) 스캔 결과 © NASA
소행성 베누의 두 입자에 대한 X선 컴퓨터 단층촬영(XCT) 스캔 결과 © NASA

이 발견은 행성 방어(planetary defense)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에 충격체를 가해 궤도를 변경하는 방식의 효과는 소행성의 내부 구조에 크게 의존될 수 있는데, 이는 균열이 광범위하게 분포한 소행성은 단단한 암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충격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임무가 함께 그리는 태양계의 초상

류구와 베누, 두 소행성 탐사가 제공한 과학적 성과는 주제 면에서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방법론적 교훈을 남긴다. 소행성 직접 귀환 시료는 어떤 원격 관측이나 운석 연구도 줄 수 없었던 수준의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류구의 핵염기 발견은 앞으로 베누 시료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더 넓은 맥락에서 검증될 것이다. 만약 베누에서도 유사한 핵염기가 확인된다면, 탄소질 소행성 전반에 걸친 유기 화학의 보편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베누 시료의 균열 구조 분석은, 앞으로 직접 탐사가 어려운 소행성들의 표면 구조를 원격 열관성 관측만으로도 더 정확하게 추정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천문학에서 소행성은 지구와 생명이 탄생하기 이전, 태양계가 막 형성되던 시기의 화학과 물리를 45억 년 가까이 봉인해 온 기록 보관소로 해석된다. 두 임무는 이 기록 보관소의 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열었으며, 그 안에서 찾아낸 내용들은 지구와 그 위의 생명이 우주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가기

탄소질 소행성 (162173) 류구에서 발견된 표준 염기 전체 세트 (A complete set of canonical nucleobases in the carbonaceous asteroid (162173) Ryugu), Koga et al. 2026

당혹스러웠던 소행성 베누의 울퉁불퉁한 표면, 드디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Asteroid Bennu’s Rugged Surface Baffled NASA, We Finally Know Why)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3-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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