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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6-02-11

“이 사랑 통역되나요?” 네, 됩니다. 과학적으로… 언어·문화가 다른 연인의 사랑에 '통역'이 필요한 이유, 감정까지 번역하는 통역기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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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지난달 공개 직후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극 중 다국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과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 분)의 로맨스를 다룬 이 드라마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옮겨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다 각자의 언어로 말은 한다고 하셨죠? 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아요.” 

호진의 대사처럼 6개 국어를 완벽히 구사해 별명이 ‘파파고’인 그는 유독 무희의 언어만은 해석하지 못한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본심을 숨기는 무희, 짝사랑에 갇혀 상대의 진심을 읽지 못하는 호진의 언어가 각기 다르게 포장돼 통역 없이는 소통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결국 서로의 언어와 진심을 이해하면서 사랑의 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여전히 사랑의 통역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과학이 응답한다. 네, 그 사랑도 통역 됩니다. 

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포스터. Ⓒ넷플릭스

 

관계의 ‘장기 계약서’를 확인하는 동력? 서로에 대한 해석

드라마 초반에 호진과 무희 둘 사이의 긴장감은 관계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불안과 기대 심리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현실의 연인 사이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2024년 학술지 「Human Nature」에 실린 마르친 코발(Marcin Kowal)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 가게 만드는 일종의 ‘커밋먼트 장치(commitment device)’에 가깝다. 

연구진은 90개국 8만 6천여 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사회·경제적 자원이 부족하거나 관계가 깨질 경우 손실이 큰 집단일수록 장기 파트너 관계에서 사랑의 중요성을 더 크게 평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사랑이 ‘있으면 좋은 감정’을 넘어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통역’ 문제가 등장한다. 관계를 붙들어 두는 힘이 사랑이라면, 그 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오해 없이 읽어야 한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속 인물들이 집착하는 것도 결국 이 부분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일터, 문화적 기대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할지, 어디까지 믿을지를 두고 끊임없이 확인한다. 그 과정 전체가 이 관계가 정말 지속될 수 있을지, 다시 말해 두 사람이 같은 ‘장기 계약서’를 공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에 가깝다. 사랑이 커밋먼트 장치라면, 그 장치를 움직이는 연료는 곧 ‘서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 감정은 관계를 이어 가게 만드는 일종의 ‘커밋먼트 장치(commitment device)’에 가깝다. Ⓒ넷플릭스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 감정은 관계를 이어 가게 만드는 일종의 ‘커밋먼트 장치(commitment device)’에 가깝다. Ⓒ넷플릭스


사랑 앞에 놓인 언어·문화의 장벽 

극 중 일본의 ‘멜로 왕자님’으로 불리는 히로(쿠로사와 히로)의 얘기도 빼놓긴 아쉽다. 히로와 무희의 사랑은 이어지지 않은 엔딩이었지만, 이들처럼 국경을 넘는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인터컬처럴(Intercultural) 커플’은 최근 심리학과 가족 연구 분야에서 꽤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크리스티나 마이어(C.H. Mayer) 교수 연구팀이 2023년 「Counselling Psychology Quarterly」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서로 다른 문화권 파트너들이 사랑과 관계에 대한 도전 과제가 크게 네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가족과 친구의 비수용, 인종·종교·국적을 둘러싼 편견과 거리두기. 

둘째, 명절, 결혼식, 양육관 등 가치·규범·의례를 둘러싼 반복적 갈등.

셋째, 제3의 언어(예: 영어)로 연애를 해야 하면서 생기는 감정 표현의 제약.

넷째, 상대 가족과는 공통 언어가 전혀 없어 한 사람이 ‘통역자 파트너’ 역할을 전적으로 떠맡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런 장벽 앞에서 커플들이 택한 대처 전략에도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문화 규칙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우리 사이에서는 이 상황을 이렇게 이해하자’라는 식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상대의 종교·철학·세계관을 알아가며 의미 체계를 맞추고,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자주 꺼내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태도도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개별 사례 연구를 넘어 전체 연구 지형을 조망한 결과도 이와 유사하다. 

영국 요크 세인트 존 대학교의 에카테리나 율타예바(Ekaterina Yurtaeva) 교수와 디바인 차루라(Divine Charura) 박사는 인터컬처럴 커플을 다룬 양적·질적 연구 40여 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2024년 「Personal Relationships」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모국어가 다른 파트너 사이에서는 ‘감정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 것인지’, ‘상대의 언어를 어느 정도까지 따라갈 것인지’가 관계의 중요한 변수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인터컬처럴(Intercultural) 커플’은 최근 심리학과 가족 연구 분야에서 꽤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인터컬처럴(Intercultural) 커플’은 최근 심리학과 가족 연구 분야에서 꽤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사랑의 통역, 어디까지 과학이 도와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당신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어졌습니다.” 

인터컬처럴 커플이 아니더라도, 극 중 호진처럼 사랑에 대한 해석 규칙을 계속 수정하는 공동 작업 중인 연인들에게 과학기술이 다가가고 있다. 바로 번역기술이다. 

최근 기계번역 연구는 감정이 왜 빠지는지를 밝히는 수준을 넘어서 감정 손실을 줄이고 심지어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구체적인 기술 스택을 갖추기 시작했다. 문장 속 정서의 강도를 수치로 뽑아내고, 그 값을 참고해 번역 후보를 다시 고르는 방식으로 ‘뜻은 맞지만 너무 차갑게 들리는 말’을 줄이는 데도 성과가 쌓이고 있다. 또한, 감정이 실린 억양과 리듬을 번역에 반영하려는 시도 역시 최소한 ‘화난 말’과 ‘장난스러운 말’을 구별하는 수준까지 조금씩 도달해 가는 중이다.

지난해 2025년 Interspeech에 발표된 푸위(Y. Pu) 칭화대학교 교수 연구팀의 SLAM-TR 모델은 LLM이 긴 문맥과 화자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하게 해 줌으로써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번역이 가능해질 잠재력을 보여준다. 2024년에 브래지어(C. Brazier) 연구팀이 공개한 음성 감정 인식(Speech Emotion Recognition, SER) 모델은 화자의 각성도·정서갑·지배감을 예측하여 이 값을 원문 텍스트에 붙여 감정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기계 번역과 음성·감정 인식 기술은 분명히 발전했고, 감정을 더 잘 보존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랑 통역되나요”라고 묻는다면 서로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가능하다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세밀한 감정을 해석하고, 감정의 여백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의 한 축일지 모른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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