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아침 인사는 지난 밤에 잠을 잘 자, 신체와 뇌의 피로감이 회복된 상태인지 그래서 활기찬 아침을 맞았는지 묻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대로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뇌의 에너지 고갈과 독소 축적으로 피로가 쌓이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심지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판단력이 흐려져 건강 전체가 악회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수면은 대부분의 동물에게도 피할 수 없는 생리적 필요다. 문제는 잠이 들어 의식과 움직임이 둔해지는 동안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커지고, 그 시간만큼 먹이를 찾을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생명체는 매일 잠에 빠져든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면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면은 ‘뇌’의 고등 기능
최근 뇌가 없는 자포동물에게서도 인간과 유사한 수면 패턴이 확인돼 수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스라엘 바르일라대학교 리오르 아펠바움(Lior Appelbaum) 교수와 오렌 레비(Oren Levy) 교수 연구팀은 해파리와 바다말미잘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발표했다.
해파리와 바다말미잘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신경계를 가진 자포동물로 복잡한 뇌 대신 몸 전체에 퍼진 분산형 신경망만으로 움직임과 반응을 조절한다. 이런 단순한 신경 구조를 고려하면 ‘수면’ 같은 정교한 생체 리듬은 고등 동물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실제 관찰 결과 이들 자포동물에서도 인간처럼 규칙적인 수면 패턴이 확인됐다. 수면은 일반적으로 뇌의 복잡한 신경 회로에서 조절되는 고등 기능으로 이해돼 왔기 때문에 뇌가 없는 생물에게서 수면 리듬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기존 통념을 흔드는 발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앙집중 뇌가 없는 자포동물의 수면 패턴
이런 의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중앙집중적 뇌가 없는 자포동물 가운데서도 생활 리듬이 뚜렷한 두 종을 골라 행동과 자극 반응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대상은 낮행성 해파리 카시오페아 안드로메다(Cassiopea andromeda)와 황혼행성 바다말미잘 네마토스텔라 벡텐시스(Nematostella vectensis)였다.
관찰 결과 해파리는 밤이 되면 맥동 횟수가 분당 37회 이하로 떨어지고 빛 자극에 대한 반응도 느려져 ‘활동 저하-반응 둔화’라는 전형적 수면 특성이 나타났다. 낮 동안에도 짧은 휴식성 수면이 간헐적으로 확인됐다. 반면 말미잘은 새벽 시간대에 수면이 집중됐고, 8분 이상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빛과 음식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했다.
종의 활동 시간대는 달랐지만, 두 종 모두 관찰 조건에서 하루 약 8시간 즉, 생애의 대략 3분의 1을 수면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자포동물의 이러한 패턴은 수면이 캄브리아기 이전, 약 6억 년 전 초기 메타조안(metazoan, 다세포 동물) 시대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아펠바움 교수는 "수면이 복잡한 중앙집중적 뇌의 진화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은, 수면이 고도한 신경 회로의 산물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세포 유지 기능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깨어 있으면 DNA 손상이 축적된다… 수면의 복구 기능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발견은 수면과 DNA 손상 사이의 양방향 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DNA에 손상이 생기면 세포 안에서 증가하는 ‘손상 신호 단백질(이하 γH2AX)’을 지표로 개별 신경세포의 유전자 손상 정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가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경세포 내 DNA 손상이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것으로 관찰되었고, 수면을 취하는 동안 이 손상이 현저히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해파리의 경우 각성 피크 시점에서 DNA 손상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수면 종료 시점에는 크게 감소했다. 말미잘도 각성기 말과 수면 후 사이에 뚜렷한 대조를 나타냈다.
특히 인위적으로 수면을 방해했을 때는 γH2AX 수치가 약 2배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되었으나, 회복 수면 후에는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이 확인됐다.
라파엘 아귈론(Raphaël Aguillon) 박사는 "깨어있는 동안의 지속적인 감각 입력과 신경 활동이 세포 대사를 증가시키고,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종 등이 생성되어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수면은 이런 손상을 효율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통합된 시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욱 흥미로운 발견은 DNA 손상 자체가 수면 욕구를 유발하는 것으로 관찰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자외선에 15~60분간 노출시키거나 돌연변이 유발 물질인 에토포사이드(Etoposide)를 처리했을 때, DNA 손상이 늘면서 두 종 모두 수면 시간이 1.2~1.5배 증가했다.
아미르 하르두프(Amir Harduf) 연구원은 "환경적 스트레스로 인한 DNA 손상이 수면 압력을 높이는 '항상성 신호'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세포 복구 과정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멜라토닌과 생체시계, 수면을 조절하는 보편적 메커니즘
연구팀은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의 역할도 조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활동 시간대가 정반대인 두 종 모두에서 멜라토닌 처리 시 수면과 관련된 지표의 변화와 DNA 손상 지표의 감소가 관찰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멜라토닌을 각 종의 활성기에 투여했을 때, 수면 분절의 길이와 횟수가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비(Oren Levy) 교수는 "멜라토닌이 동물의 생활 주기와 관계없이 수면 관련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관찰된다는 것은 이 분자가 수면의 가장 원시적이고 핵심적인 메커니즘을 담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척추동물에서 무척추동물까지, 야행성에서 주행성까지 다양한 동물에서 멜라토닌의 수면 관련 기능이 진화적으로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흥미롭게도 두 종의 수면 조절 메커니즘은 서로 다른 것으로 관찰됐다. 해파리의 수면은 빛에 의해 직접 조절되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말미잘의 수면은 체내 생체시계(NvClk 유전자로 검증)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멜라토닌은 두 종 모두에서 수면 관련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아펠바움(Lior Appelbaum) 교수는 "수면이 복잡한 중앙집중적 뇌구조의 진화와 무관하게 세포 건강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가 수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초파리와 생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패턴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이 인간의 수면 장애 치료와 노화 관련 신경퇴행성 질환 이해에도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포동물이라는 투명한 모델을 통해 수면의 분자적 지표를 관찰함으로써, 개별 세포 수준에서 수면의 작동 원리를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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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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