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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12-23

근육 ‘회춘’ 주사 나오나 美 연구진, 연골 손실 회복시키는 치료 후보물질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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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관절염은 격한 운동이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었지만, 관절을 ‘회춘’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물 후보물질이 등장했다. ⒸGettyImages
골관절염은 격한 운동이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었지만, 관절을 ‘회춘’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물 후보물질이 등장했다. ⒸGettyImages

 

대회 준비에 온 열정을 쏟은 운동선수들이 전방십자인대(ACL) 파열로 인해 경기 출전을 포기한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프로 선수뿐 아니라 운동,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십자인대 파열은 가장 심각하며, 회복이 오래 걸리는 부상이다. 취약한 건 운동선수뿐이 아니다. 연골은 운동 중에 갑자기 찢어질 수도 있지만, 노화로 천천히 찢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과 노화로 인해 관절이 약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나왔다. 미국 스탠포드의대 연구진은 지난 11월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연골 노화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활성을 차단하는 주사를 개발하고, 동물 실험에서 연골 손실을 되돌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이 약물의 경구용 버전은 노화 관련 근력 약화를 치료하기 위한 약물 후보물질로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치료법 없던 골절관절 질환

수백만 명이 나이가 들면서 관절 통증과 부종을 겪근다. 미국 성인의 경우 5명 중 1명꼴로 골관절염을 겪고, 매년 직접 의료비로만 약 650억 달러(95조 6,605억 원)가 쓰인다. 아직까지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물은 없다. 통증 관리가 유일한 치료고, 심한 경우 관절 치환술을 진행한다.

‘제러자임’으로도 불리는 15-프로스타글란딘 탈수소효소(15-PGDH, 15-prostaglandin dehydrogenase)라는 단백질은 체내에서 노화와 함께 증가한다. 헬렌 블라우 미국 스탠포드의대 교수팀은 2023년 제러자임이 조직 기능 상실을 유도하며, 노화로 인한 근력 감소의 주된 원인임을 규명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15-PGDH의 기능을 차단하면, 노령 생쥐의 근육량과 지구력이 증가함을 확인했다. 15-PGDH가 노화의 핵심 조절 인자라는 의미로, 뼈나 신경, 혈액세포 재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젊은 쥐(왼쪽), 노령 쥐(가운데), 그리고 치료를 받은 늙은 쥐(오른쪽)의 무릎 관절. 붉은색은 연골을 나타낸다. ⒸNidhi Bhutani
젊은 쥐(왼쪽), 노령 쥐(가운데), 그리고 치료를 받은 늙은 쥐(오른쪽)의 무릎 관절. 붉은색은 연골을 나타낸다. ⒸNidhi Bhutani

인체의 연골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귓바퀴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탄성 연골’, 척추 사이 등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섬유 연골’ 그리고 발목, 어깨, 무릎 등 일부 관절에 존재하는 ‘유리 연골(관절 연골)’이다. 골관절염에서 가장 흔히 손상되는 것이 바로 유리 연골이다.

노화, 부상, 비만 등으로 관절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골관절염이 발생한다. 연골세포는 염증 유발 분자를 분비하고, 연골의 주요 구조 단백질인 콜라겐을 분해한다. 콜라겐이 손실되면 연골이 얇아지고 부드러워지는데, 이때 동반된 염증으로 관절 부종과 통증이 발생한다. 뼈에서 연골을 생성할 수 있는 줄기세포나 전구세포가 일부 발견되기는 했지만, 유리 연골 내에서 유사한 세포를 찾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15-PGDH가 노화 연골에 관절에 관여하는지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설계했다. 우선, 젊은 생쥐와 늙은 생쥐의 무릎 연골에서 15-PGDH의 양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무릎 연골 내 15-PGDH의 양이 두 배 정도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진은 15-PGDH를 억제하는 약물을 노령 생쥐의 복강과 관절 내부에 각각 주사했다. 어느 경우에든 얇아진 유리 연골이 두꺼워지고, 기능이 향상됐다.

 

십자인대 부상의 근본적 해결책 될까

이번 연구 결과는 급격한 방향 전환과 점프가 필요한 스포츠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상인 십자인대 파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십자인대 파열 시 수술로 인대는 복원할 수 있지만, 약 50%의 환자가 15년 내 해당 관절에 골관절염을 겪는다.

연구진은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생쥐에게 4주 동안 주 2회 제러자임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골관절염 발병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치료군에 비해 15-PGDH의 양이 두 배 증가했고, 4주 만에 골관절염이 발생했다. 반면, 치료받은 생쥐는 움직임이 정상에 더 가까웠다.

▲ 이번 연구는 주사 형태로 연골을 재생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GettyImages
이번 연구는 주사 형태로 연골을 재생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GettyImages

이어, 인체 조직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무릎 관절 치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얻은 조직 샘플에 일주일간 15-PGDH 억제제를 처리했을 때, 치료에 반응하여 새로운 연골을 생성했다. 노화나 관절염으로 손실된 연골을 경구 약물 또는 국소 주사로 재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블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직 재생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연구로, 이를 표적하면 임상적 효과가 큰 약물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근력 약화 치료를 위한 15-PGDH 억제제의 경우 1상 임상시험에서 안정성과 활성도가 확인됐으며, 이에 이어 연골 재생을 위한 임상이 곧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1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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