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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민재 리포터
2025-12-12

스톤헨지를 둘러싼 '신성한 경계' 4500년 전 거대 구조물에 대한 궁금증이 밝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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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거대한 원?

영국 남부 스톤헨지 근처에서 발견된 구덩이들이 신석기 시대 인류가 의도적으로 판 거대 구조물임이 확인되었다. 2025년 Internet Archaeology에 발표된 연구는 이 구조물이 약 4500년 전 정교하게 계획된 프로젝트였음을 밝혀냈다. 직경 2km 원형 구조는 스톤헨지와 더링턴 월스를 중심으로 한 의례 공간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브래드퍼드대학교의 빈센트 개프니 교수와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이 주도한 이 연구는 신석기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더링턴 월스는 스톤헨지에서 3km 떨어져 있다. ⓒ Ioan Cocicoda
더링턴 월스는 스톤헨지에서 3km 떨어져 있다. ⓒ Ioan Cocicoda

더링턴 월스는 스톤헨지에서 3km 떨어져 있다. 이곳을 둘러싼 구덩이들은 각각 폭 약 10m, 깊이 약 5m에 달한다. 지금까지 20개가 발견되었으며, 최소 16개가 거의 완벽한 원을 형성한다. 헨지는 고리 모양 제방과 안쪽 도랑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원형 공간으로 구성된 선사시대 토목 구조물이다. 의례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해당 연구는 이 원형 구조가 우연히 형성된 것이 아니라 계획된 프로젝트의 결과였음을 보여준다.

 

놀라운 정밀도로 그려진 경계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팀 키나이드 박사 연구팀은 광자극발광연대측정법(OSL)을 사용해 기원전 2480년경으로 연대 측정했다. OSL은 퇴적물이 마지막으로 빛에 노출된 시점을 측정하는 정밀한 방법으로, 오차 범위는 약 5~10%라고 한다. 더 신비로운 점은 조사된 구덩이 중 어느 것도 자연 침식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의 완벽한 원을 형성하며 균등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구덩이의 폭과 간격은 명확한 패턴을 따른다.

이는 관련된 인류가 거리를 표시하고, 측정 단위를 세고, 조정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 Gaffney et al. 2025
이는 관련된 인류가 거리를 표시하고, 측정 단위를 세고, 조정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 Gaffney et al. 2025

이는 관련된 인류가 거리를 표시하고, 측정 단위를 세고, 조정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구덩이를 파기 시작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며, 숫자, 측정, 대규모 계획이 이미 신석기 사람들의 일상 생활 일부였다는 희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개프니 교수는 "구덩이를 경관 내에 그토록 정밀하게 배치하는 것은 경이롭습니다. 거의 완벽한 원형 패턴으로 위치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성한 경계와 지하 세계

연구자들은 이 설계가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각 구덩이는 원의 한 지점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상징적으로 낮아진 공간, 즉 일종의 지하 세계를 나타낸다. 동물, 희생 제물, 숭배 물건을 놓는 장소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고학자들은 구덩이들의 고리를 스톤헨지와 더링턴 월스 주변을 표시하는 "신성한 경계"로 해석한다. 사람들의 이동이나 행렬을 안내하는 데 사용되었을 수 있다.

저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구덩이들이 의례 활동과 연결된 신성한 경계를 표시했을 수 있으며, 스톤헨지 경관을 형성한 '우주론적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한다. ⓒ Gaffney et al. 2025
저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구덩이들이 의례 활동과 연결된 신성한 경계를 표시했을 수 있으며, 스톤헨지 경관을 형성한 '우주론적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한다. ⓒ Gaffney et al. 2025

저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구덩이들이 의례 활동과 연결된 신성한 경계를 표시했을 수 있으며, 스톤헨지 경관을 형성한 '우주론적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신석기 공동체가 신성한 공간에 대한 정교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을 연결한 신석기 네트워크

사실, 더링턴 월스나 스톤헨지는 전 세계에서 홀로 존재하는 "유니크한" 구조물이 아니다. 솔즈베리 평원의 석조 원형에서부터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까지 이어지는 헨지 형태에 이르기까지 영국 제도 전역의 신석기 기념물 '네트워크'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사한 발견들은 기원전 2700~2200년경 남부 영국, 북유럽, 중부 독일, 이베리아 반도의 선사 집단들이 활발한 교류를 했음을 보여준다. 종 모양 토기 문화로 알려진 문화는 특징적인 종 모양 도자기를 사용했으며, 지역 간 무역과 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해당 증거는 숫자, 측정, 대규모 계획이 이미 신석기 사람들의 일상 생활 일부였다는 희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 Gaffney et al. 2025
해당 증거는 숫자, 측정, 대규모 계획이 이미 신석기 사람들의 일상 생활 일부였다는 희귀한 증거가 될 수 있다. ⓒ Gaffney et al. 2025

독일 작센안할트주 문화재관리고고학청의 프란치스카 놀 고고학자는 독일 중부 괴멜테 원형 성소를 조사해 왔다. 놀은 "여기에도 더링턴 월스를 연상시키는 원형 구조가 있다"고 설명하는데, 비록 깊이가 2m에 불과해 규모는 비슷하지 않지만, 소뼈, 도자기, 석부, 기타 물건들이 의도적으로 놓여 있었다고 한다.

 

영국 최대 선사 구조물

개프니 교수의 말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제 거의 절반을 조사했을 뿐이지만 모두 동일한 형태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들이며, 영국에서 발견된 가장 큰 선사 구조물이라고 한다. 

한편, 연구팀은 결과 분석에 퇴적물 DNA 분석방법도 적용했다. 이는 백악질 경관과 관련된 식물과 동물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덩이들이 하나의 응집된 구조이며, 거대하고 완전히 예상치 못한 규모로 더링턴 월스를 정교하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구덩이들은 스톤헨지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더 많은 비밀을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 Dorian Alexander
이 거대한 구덩이들은 스톤헨지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더 많은 비밀을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 Dorian Alexander

이번 발견은 신석기 영국 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계속 바꾸고 있으며, 점점 더 복잡한 사회 조직과 의례 관행들이 있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거대한 구덩이들은 스톤헨지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더 많은 비밀을 밝혀낼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The Perils of Pits: further research at Durrington Walls henge (2021-2025) (구덩이의 위험: 더링턴 월스 헨지에서의 추가 연구)", Gaffney et al. 2025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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