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러닝의 인기는 여전하다. 작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 중 달리기가 0.5%에서 6.8%까지 늘었고, 이는 다른 운동들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이다. 특히,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오런완(오늘 러닝 완주)'과 같은 트렌드 속에 남녀노소 누구나 달리기에 도전하며 겨울에도 러닝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업계에서는 국내 달리기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에 발맞춘 매력적인 러닝 패션과 방한, 방풍이 뛰어난 기능성 러닝 의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겨울철에도 야외 달리기를 즐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낮은 기온이 몸의 대사율을 더 높여
겨울 러닝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낮은 기온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 수칙을 철저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추운 환경에서의 유산소 운동은 체온 유지를 위한 추가 에너지 소비를 요구한다. 미국 육군 환경의학 연구소 포터 박사 연구진의 실험에 따르면, 20℃, 10℃, 0℃ 환경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었을 때 기온이 낮을수록 대사율(metabolic rate)이 유의미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낮은 온도에서 걸으면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추위 노출에 따른 떨림열과 같이 자율신경성 체온 조절 반응이 작동하면서 열 손실을 막기 위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같은 속도로 달려도 추운 날씨에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대사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0℃ 환경에서 평균 피부 온도가 20℃까지 내려가는 저온 스트레스(cold strain)를 겪었지만, 36.9~37.0℃ 범위의 심부 체온(core temperature)은 유지되었다. 이는 추운 환경에서의 대사 증가 덕분에 심부 체온은 방어되었으나, 피부 온도 하강과 함께 저체온 위험은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겨울에는 충분한 운동 강도를 유지해 내부 열 생성을 돕는 한편, 옷과 장비로 외부 추위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극한 추위 환경에서의 신체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겨울철 야외 운동이 가져오는 장점과 주의점을 동시에 강조한다. 이들은 북유럽 스키 선수나 혹한기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추운 환경에서 운동하면 체온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 소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심혈관계가 효율적으로 단련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 다만 같은 환경에 자주 노출되면 추위에 대한 불편함은 줄어들지만, 실제 체온이 더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즉, 겨울 러닝을 꾸준히 하면 추위를 덜 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여전히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따뜻한 옷차림이 최고의 보충제
추운 환경에서 운동할 때 우리 몸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도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휴스턴 대학교 심슨 박사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차가운 공기 자체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노르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게 만들고, 여기에 격렬한 유산소 운동이 더해지면 혈액 속 젖산 농도와 심장 박동, 에너지 소비가 함께 급격히 증가한다. 겉으로는 칼로리가 더 잘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면역 시스템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되는 상황일 수 있다. 실제로 겨울철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기도 감염 증상(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oin)이 늘어났는데, 차가운 공기를 세게 들이마실 때 코와 기관지 점막이 마르고 점액이 끈적해지며 코막힘과 기침이 잘 생기는 것도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있다. 다만 추운 날 운동하는 것이 무조건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적당한 강도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감염에 더 잘 버틴다는 결과도 함께 제시된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너무 무리하지 않고, 몸 상태를 보아가며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겨울철 운동은 바람직한 체지방 감소와 심폐기능 강화를 돕지만, 이에 수반되는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어 땀이 빠르게 흡수, 배출되도록 하고, 마지막 겉옷은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 재킷 등을 선택해야 한다. 땀을 머금을 수 있는 면 소재의 옷은 피하고, 땀 흡수와 건조 기능이 우수한 러닝 전용 의류를 입어야 한다. 손발과 귀 같은 노출 부위는 쉽게 온도가 떨어지므로 모자, 장갑, 목도리 등으로 보온해야 한다. 특히 달릴 때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열이 많기 때문에 모자만 착용해도 체온 급감을 상당히 방지할 수 있다. 영상 5℃ 이하라면 보온용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영하 날씨에는 차가운 공기가 기관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목도리나 마스크를 활용해 코와 입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안전이 지켜질 때 겨울 러닝은 진짜 건강 관리
러닝 전 충분한 준비운동도 필수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근육과 인대가 경직되고 관절 가동 범위가 줄어들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달리기 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본 운동 전에는 5분 가량 천천히 걸으며 근육의 온도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 좋다. 러닝 도중에는 자신의 몸 상태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떨리고, 손발 끝이 무감각해지며,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운동 후에도 정리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야 한다.
러닝은 어느 계절이나 건강에 유익한 운동이지만, 겨울에는 신체의 이중 적응 반응 덕분에 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잘 준비된 겨울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신체의 열 생성 시스템을 활용한 특별한 건강 관리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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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ed Walking Energetics under Cold Strain, Looney et al., 2025, Med Sci Sports Exerc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5-1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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