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김치의 날은 2020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음식이 법정기념일이 된 것은 김치가 유일하다. 김치의 날 제정 이후 해외 여러 국가도 김치의 날을 제정·선포하고 있다. K팝 데몬 헌터스 등 K컬처와 함께 K푸드도 주목받은 덕일까, 올해 김치 수출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문화에 그치지 않고, 과학자들은 김치를 효율적이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혁신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불량 고춧가루, AI로 잡는다
고추는 김치의 색과 맛을 결정짓는 핵심 원료다. 그러나 건조나 저장 과정에서 곰팡이 감염, 변색, 부패 등이 발생하기 쉽다. 품질이 저하된 ‘불량 고춧가루’는 미생물 오염으로 인해 곰팡이독소를 생성할 위험이 있다. 이는 인체에 발암성과 신경독성을 유발하는 만큼, 식품 안전상 심각한 위해 요인으로 지적된다.
불량 고춧가루 검사를 위해 기존에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중합 효소 연쇄반응(PCR) 등의 방법이 쓰였다. 기존 방법은 시료를 파괴해야 하고, 분석에 1~2일 이상이 소요되어 실시간 검사나 대량 시료 검수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진은 신속하고 비파괴적인 고춧가루 품질 판별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단파적외선 영역의 영상 기술을 활용, 고춧가루의 표면 반사 스펙트럼만으로 불량 원료 혼입 여부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AI 기반 분석 모델을 구축했다. 우선, 연구진은 112개 파장 정보 중 품질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15개 주요 파장대를 자동 추출하고, 이를 AI 모델에 적용했다. 개발된 모델은 98%의 정확도로 불량 고춧가루를 선별해낼 수 있었다. 선별에 걸리는 시간은 수 초에서 수 분에 불과하다.
연구를 이끈 최지영 박사는 “김치 원재료의 품질관리는 물론 수입 고추의 위조 판별 등 산업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0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Properties’에 게재됐다.
배추 무게도 AI로 정확하게 예측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계절, 품종, 재배 환경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매번 수확량 및 크기가 달라진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치는 절임 과정을 통해 ‘절임 배추’로 제조된다. 일반적으로 절임 배추와 양념은 7~8:3~3의 혼합 비율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배추마다 다른 중량 때문에 각 절임 배추의 염도가 달라지고, 김치의 품질이 달라지기 쉽다.
산업 공정에서 배추의 중량과 부피는 김치의 생산량을 예측하고,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중요한 품질 지표가 된다. 하지만, 제조업체에서 부피와 크기가 다른 배추의 무게를 일일이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진은 이미지 데이터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배추의 중량과 부피를 실측하지 않고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AI 기술을 지난해 8월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Postharvest Biology and Technology’에 게재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90% 이상의 정확도로 중량과 부피를 예측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정영배 박사는 “정형화되지 않은 배추의 부피와 중량 차이로 발생하는 절임배추의 염도 편차를 최소화시키고, 김치 생산량을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계획적이 생산이 가능해지는 등 김치 제조공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AI 접목 푸드테크, 김치산업 넓힌다
국내 김치산업은 고령화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낮고, 과학적인 지표보다는 ‘경험’과 ‘육안’에 의존하는 등 균질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상품 김치가 K-문화로 확대되며, 전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원료 재배부터 유통단계까지 관여하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 기술이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은 “AI 기반의 김치 생산공정별 비파괴 품질검사 모델은 상품김치의 기존 품질관리 한계를 극복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술 개발로 김치산업 선진화를 선도하고, 푸드테크 관련 기술이 김치 산업체에 적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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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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