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궤도선이 밝혀낸 성간 혜성의 비밀
최근 혜성 덕후들에게 가슴 아픈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2025년 가장 주목받은 천체 중 하나였던 성간 천체 혜성 3I/ATLAS가 10월 태양 뒤로 사라지면서, 지구에서는 그 어떤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태양계 천체가 도달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로 이동해 외계에서 왔다는 주장이 나왔으며 이에 외계에서 보낸 우주선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3I/ATLAS는 자연 혜성이며, 오우무아무아와 2I/보리소프 혜성에 이어 세 번째로 확인된 '성간 천체'가 맞았다.
성간 천체란 태양계 밖에서 온 천체를 의미한다. 특히, 3I/ATLAS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혜성 중 가장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해당 천체를 통해서 다른 항성계에서 형성된 물질의 조성을 직접 연구할 수 있는 희귀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우리 태양계의 혜성과 소행성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의 조건을 나름 잘 보존하고 있다고 예측된다. 마찬가지로 성간 혜성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형성된 천체의 화학 조성을 직접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즉, 3I/ATLAS의 물 함량, 중수소 비율, 유기 분자 조성을 태양계 혜성과 비교하면, 서로 다른 항성계에서 행성이 형성되는 과정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앞선 설명처럼 10월에 혜성이 지구 관점에서 태양 뒤로 사라지면서 지상 망원경은 물론 지구 궤도의 우주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인데,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태양계 곳곳에 배치된 우주선들을 동원했으며, 그중에서도 NASA의 화성 대기 탐사선 MAVEN(Mars Atmosphere and Volatile Evolution)이 예상치 못한 주연으로 떠올랐다. 평소 화성 대기를 연구하며 붉은 행성이 어떻게 황폐하고 메마른 세계가 되었는지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MAVEN은 2025년 9월 27일부터 10일간 완전히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성간 혜성 3I/ATLAS의 관측이었다.성간 천체를 연구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이들은 말 그대로 '다른 항성계의 천체'이기 때문이다.
화성 궤도에서 포착한 성간 방문자
유럽우주국(ESA)의 엑소마스 미량가스 궤도선(ExoMars Trace Gas Orbiter)이 2025년 10월 3일 혜성 3I/ATLAS를 관측하여 과학자들이 궤적을 정밀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NASA의 태양 관측 임무들도 혜성이 태양 가까이 비행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STEREO-A 우주선, ESA/NASA 공동의 SOHO 우주선, NASA의 PUNCH 우주선이 모두 2025년 9월과 10월 혜성을 촬영했다. 하지만 MAVEN이 제공한 관측 자료는 혜성의 숨겨진 화학 조성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했다.
MAVEN은 두 가지 방식으로 혜성을 포착했다. 첫째로 우주선에 탑재된 자외선 영상 분광기 (IUVS: Imaging Ultraviolet Spectrograph)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IUVS는 여러 파장에서 혜성의 다중 이미지를 포착한 다음, 과학자들이 3I/ATLAS에서 나오는 수소를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고해상도 자외선 이미지를 생성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자들을 확인하고 혜성의 조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의 대기 및 우주물리학 연구소 연구과학자이자 MAVEN의 수석 연구원인 섀넌 커리(Shannon Curry)는 "MAVEN이 포착한 이미지는 정말로 놀랍다"고 전하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검출 결과는 매우 중요하며, 더욱 놀라운 점은 우리는 겨우 분석 데이터의 겉핧기만 진행했을 뿐이라는 점이라고 밝히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의 흔적과 중수소 비율의 비밀
이전 연구에서 NASA의 닐 게렐스 스위프트 천문대(Neil Gehrels Swift Observatory)는 3I/ATLAS에서 하이드록실(OH) 가스를 검출했다. 하이드록실은 물의 화학적 지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물 분자(H₂O)가 태양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 수소와 하이드록실로 나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드록실의 검출은 혜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MAVEN의 최신 관측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혜성이 화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연구팀은 IUVS 장비의 더욱 민감한 채널을 사용하여 혜성의 코마에 있는 원자와 분자들을 매핑했다. 그리고 혜성의 중수소(deuterium) 대 일반 수소 비율의 추정 상한선을 결과물로 제시했다. 중수소 대 수소 비율은 천체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데, 태양계 초기에 형성된 천체와 성간 공간에서 온 천체는 서로 다른 중수소 비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형성 환경의 온도, 압력, 화학 반응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며, 3I/ATLAS의 중수소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이 혜성이 어떤 환경에서 형성되었고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 추론할 수 있다.
참고로 중수소는 수소의 무거운 동위원소로 일반 수소 원자핵은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만, 중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를 가지고 있어 질량이 두 배가 된다.
세 가지 수소 원천의 구별
MAVEN의 3I/ATLAS 연구의 일환으로 공개된 이미지는 혜성 주변의 수소 원자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미지는 혜성이 화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며칠 전인 2025년 9월 28일에 포착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이미지가 첫째, 혜성 자체에서 나온 수소, 둘째, 화성에서 나온 수소, 셋째, 태양계 행성들 사이 공간을 흐르는 수소 등 세 가지 서로 다른 출처에서 방출된 수소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즉, MAVEN은 이 세 가지 수소를 서로 구별할 수 있었으며 이는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혜성에서 방출된 수소는 특정한 속도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화성 대기에서 탈출하는 수소는 또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태양에서 방출되어 태양계 전체를 채우는 수소, 이른바 행성간 수소는 관측 이미지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MAVEN의 자외선 분광기는 이들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여 각각을 분리할 수 있었다. 이는 마치 북적이는 시장에서 특정 사람의 목소리를 정확히 분리해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혜성 자체의 화학 조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인데, 만약 화성이나 행성간 공간의 수소가 섞여 있다면, 혜성의 실제 수소 방출량과 조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MAVEN의 관측은 이런 오염 요소들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혜성에서 나온 신호만을 추출할 수 있게 해주기에 혜성의 물 함량, 중수소 비율, 그리고 다른 휘발성 물질의 존재를 정확히 평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성간 천체 연구가 여는 새로운 천문학
3I/ATLAS는 2017년 발견된 오우무아무아('Oumuamua) 이후 세 번째로 확인된 성간 천체이다. 첫 번째 성간 천체인 오우무아무아는 혜성 같은 꼬리 없이 빠르게 태양계를 통과해 나갔고, 그 정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번째 성간 천체인 2I/보리소프(2I/Borisov)는 2019년 발견되었으며 전형적인 혜성의 특징을 보였다. 3I/ATLAS는 세 번째이자 현재까지 가장 잘 연구된 성간 방문자이다. 3I/ATLAS는 수십억 년 전 다른 별 주변에서 형성되어 긴 여정 끝에 우리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천체이다. 그 짧은 방문 동안, 인류는 다른 세계의 물질을 분석하고 우주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되었다. 그리고 화성 대기를 연구하던 우주선이 그 이야기의 중요한 장을 쓰고 있다.
우리는 MAVEN의 관측으로부터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우주 탐사 자산의 유연한 활용인데, MAVEN은 본래 화성 대기를 연구하기 위해 설계되고 발사된 우주선이다. 그리고 화성의 대기 손실 메커니즘, 태양풍과의 상호작용, 계절적 변화를 연구해왔다. 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과학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될 수 있었다.
통계적 모델에 따르면 태양계를 통과하는 성간 천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흔할 수 있다. 오우무아무아와 2I/보리소프의 발견 이후, 천문학자들은 언제든 또 다른 성간 방문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때마다 지구 기반 망원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천체의 궤도, 태양의 위치, 지구의 계절에 따라 관측 창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태양계 곳곳에 배치된 우주선들의 네트워크가 있다면, 어떤 조건에서도 연속적인 관측이 가능하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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