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만 년 전 석기, 최초 인류가 발명가였음을 증명하다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분지, 나모로투쿠난 유적지의 건조한 대지 위에 흩어진 돌들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은 수백만 년 전 최첨단 기술의 산물로 해당 석기들은 인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뒤흔들고 있다.
연구자들은 275만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원시 인류가 석기 도구를 무려 30만 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초기 인류의 도구 사용이 산발적이었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발견인데,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초기 도구가 무작위로 개발되었다가 빠르게 잊혀지고 해당 기술을 잃어버리고를 반복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나모로투쿠난의 발견은 석기 제작 기술이 수천 세대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승'되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결정적 증거로 해석된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데이비드 브라운 교수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이 연구를 통해서 30만 년 동안 동일한 기술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도구 사용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는 뜻을 함의한다고 밝혔다. 즉, 이는 도구 사용이라는 행동이 긴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인류의 도구 사용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고, 훨씬 더 지속적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놀라운 정교함
10년에 걸친 발굴 작업을 통해 날카로운 석편, 망치돌, 석핵 등 등 1,300개의 석기 유물이 발견되었다. 각 도구는 강바닥에서 선별한 돌을 다른 돌로 체계적으로 타격해 제작되었다는 점이 밝혀졌는데, 올도완 기술로 알려진 이 방법은 고고학에서 확인된 인류 최초의 광범위한 석기 제작 기술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동일한 유형의 도구가 세 개의 서로 다른 지층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더 깊은 층은 더 오래된 시대를 나타내기에 세 층에 걸친 일관된 도구 발견은 3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도구 제작 기술이 꾸준히 유지되고 전승되었음을 의미한다. 참고로 30만 년은 무려 현생 인류가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의 전체 기간에 맞먹는다.
연구팀의 댄 팔쿠 롤리에 박사는 "이 사람들은 극도로 영리한 지질학자였다. 최고 품질의 원료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라고 의견을 밝히며 석기의 정교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발굴된 석기 상당수는 특정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암석이 의도적으로 선택되었음을 보여준다. 즉, 제작자들은 아무 돌이나 사용한 게 아니라, 석재의 질감, 경도, 쪼개지는 방식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팔쿠 롤리에 박사는 "실제로 우리 연구팀은 일부 석기의 날 때문에 손가락을 베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275만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절삭날을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제작 기술의 수준을 증명하고 있다.
생물학적 진화를 대체한 기술
나모로투쿠난 유적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고대 도구를 발견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해당 지질학적 증거들은 도구가 사용된 30만 년 동안 이 지역이 극적인 기후 및 환경 변화를 겪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케냐 국립 박물관의 라합 킨얀주이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무성한 습지에서 건조한 반사막 환경으로 완전히 변모했다고 한다.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는 '자연선택을 통한 생물학적 적응' 또는 더 '적합한 환경으로의 이주' 등 보통 생물에게 두 가지 선택지만을 남긴다. 하지만, 나모로투쿠난의 도구 제작자들은 제3의 경로를 개척했다. 그들은 신체적 적응 대신 문화적·기술적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서 번성했던 것이다.
팔쿠 롤리에 박사는 이러한 기술은 이 초기 거주민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설명하며 그들은 자신들의 신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식량 획득 방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스스로를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류 진화사의 중대한 전환점이다. 느린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빠른 문화적 적응을 통한 환경 대응이 최초로 명확하게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유적지에서 발견된 동물 뼈 화석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뼈들은 석기 도구로 절단되고 타격으로 부러진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이 초기 인류가 극적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도구 사용은 그들이 몸을 진화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인류는, 대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했다.
큰 뇌 이전의 지능
약 275만 년 전 투르카나 분지는 상대적으로 작은 뇌를 가진 초기 인류들이 거주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초기 호모 속 구성원들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두 가지 주요 인류 계통이 공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모로투쿠난의 석기 제작자들은 이 중 하나이거나, 혹은 두 그룹 모두였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는 지속적인 도구 사용이 240만~220만 년 전, 즉 호모 속이 상대적으로 큰 뇌를 진화시킨 이후에야 나타났다고 주장해 왔다. 이 견해의 논리는 "대형 뇌와 고도의 인지 능력이 정교한 도구 제작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인데, 브라운 교수는 이 통념에 반박한다. 기존 주장은 약 240만 년 전 이후 뇌 크기 증가를 관찰하고, 도구 사용이 이 큰 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고품질 영양을 획득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며, 도구 사용이 대형 뇌 진화의 결과라는 예측으로 이어지지만, 연구진이 나모로투쿠난에서 목격한 것은 전혀 다른 시간 순서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해당 정교한 도구들이 뇌 크기 증가보다 50만 년 이상 앞서 사용되고 있었다. 이는 진화적 인과관계의 방향이 반대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큰 뇌가 먼저 진화하여 도구 사용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니라, 도구 사용과 그것이 가능하게 한 식이 변화가 먼저 확립되었고, 이것이 나중에 대형 뇌의 진화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브라운 교수는 이에 대해서 "우리는 이 초기 인류의 능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해 왔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는데, 이는 작은 뇌라고 해서 혁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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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1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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