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오래 산다. 거의 모든 나라와 역사에서 거의 바뀐 적 없는 진리다.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기대수명은 남자 80.6세, 여자 86.4세다. 남녀 간 평균 수명 차이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통계 작성 이래 현재까지 항상 여성의 평균 수명이 더 길었다. 의학의 발전과 생활 환경 개선으로 일부 국가에서 성별 간 수명 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이 차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동물종에서도 관찰되는 진화의 역사가 담긴 차이이기 때문이다.
염색체가 수명을 가른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가 이끄는 15개국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금까지 진행된 성별 간 수명 격차 분석 연구 중 가장 포괄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지난 10월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인간이 그렇듯, 포유류는 암컷이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종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새나 곤충 파충류는 수컷이 더 오래 살기도 한다. 이를 유전적 원인에서 설명하는 ‘이형접합 성염색체 가설(heterogametic sex hypothesis)’이 있다. 포유류는 암컷의 염색체가 XX, 수컷이 XY로 수컷이 이형접합 성이다.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진 암컷은 유해 돌연변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호 효과가 있어, 생존에 이점이 있다. 그러나 조류의 경우 암컷이 ZW, 수컷이 ZZ로 암컷이 이형접합 성이다. 즉, 수컷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연구진은 전 세계 동물원에 등록된 1,176종의 조류 및 포유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했다. 대부분의 포유류(72%)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평균 12% 더 오래 살았지만, 조류의 대부분(68%)은 수컷이 암컷보다 평균 5% 더 오래 살았다.
교신저자인 요한나 슈타르크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는 “맹금류의 경우 암컷이 더 크고 오래 사는 것처럼 예외도 많았다”라며 “성염색체는 성별 간 수명 격차를 설명하는 전부가 아닌 일부”라고 말했다.
부모 역할이 수명을 가른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번식 전략 역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성 선택(sexual selection)을 통해 수컷은 화려한 깃털, 무기, 큰 체구 같은 특성을 발전시켜 번식 성공률을 높인다. 하지만 이는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띄게 하여 수명을 단축 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일부다처제이자 수컷 간 경쟁이 치열한 포유류에서는 수컷이 일반적으로 더 일찍 죽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조류는 일부일처제가 많아 경쟁 압력이 낮고, 수컷이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일부일처제 종에서 성별 간 차이가 가장 작았으며, 일부다처제와 큰 체격 차이를 보이는 종일수록 암컷의 수명 이점이 두드러졌다.
얼마나 충실한 부모인지도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손 양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성(포유류의 경우 주로 암컷)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영장류처럼 장수하는 종에서는 새끼가 독립하거나 성숙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선택적 이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야생 아닌 동물원에서도 수명 격차는 여전
수명 격차는 야생 동물에게서만 있을까. 오랫동안 포식자, 혹독한 기후, 병원체 감염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성별 간 수명 격차가 생긴다고 여겨졌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환경적 요인이 거의 없는 동물원 개체의 수명 차이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수명 격차가 줄긴 하지만, 보호된 환경에서도 성별 수명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수명 차이가 진화 과정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임을 시사하는 바다.
슈타르크 박사는 “인간도 동물원의 동물들과 마찬가지”라며 “의료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성별 간 수명 격차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남녀 간 수명 차이는 단지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진화적 역사의 일부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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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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