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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12-30

야생 침팬지는 사실, 애주가다 인간의 알코올 선호는 영장류 조상에서 비롯했을 가능성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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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침팬지가 하루 약 14g의 알코올을 매일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ChatGPT
야생 침팬지가 하루 약 14g의 알코올을 매일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ChatGPT

한 잔의 술에는 알코올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주고받던 한 잔, 술잔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수작’ 등 음주는 공동체적 행위다. 인류는 언제부터 술을 좋아하게 됐을까. 최근 인류의 알코올 선호는 영장류 조상에서부터 비롯됐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생 침팬지들은 매일 14g의 알코올 섭취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2019년부터 아프리카 우간다의 키발레 국립공원과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들이 먹는 과일 속 에탄올 함량을 측정해 왔다. 연구진은 침팬지들이 열매를 먹은 것으로 확인된 나무에서 손상되지 않은 과일을 채집하고 크기, 색, 질감을 기록한 뒤 밀폐 용기에 담았다. 이후 실험실로 복귀에 과일이 더 익지 않도록 얼렸다. 이 먹이에서 알코올 함량을 분석한 결과 열매의 평균 알코올 함량은 키발레 국립공원의 열매가 0.32%, 타이 국립공원의 열매가 0.31%였다.

이후, 연구진은 키발레 국립공원을 다시 방문에 나무 위에서 잠자는 침팬지의 소변을 우산으로 받은 뒤, 알코올 대사산물을 측정했다. 동시에 침팬지가 먹다가 떨어뜨린 과일을 수거해 즉시 알코올 함량을 분석했다. 침팬지는 하루 약 4.5kg의 과일을 먹고, 과일이 전체 식단의 약 75%를 차지한다. 각 지역별로 어떤 과일을 얼마나 먹는지에 대한 비율 자료를 통해 연구진은 평균적인 식이 에탄올 섭취량을 계산했다.

바나나를 섭취하고 있는 그루터기 꼬리 원숭이의 모습. ⒸPexels
바나나를 섭취하고 있는 그루터기 꼬리 원숭이의 모습. ⒸPexels

분석 결과, 모든 지역에서 암수 침팬지 모두 하루에 약 14g의 순수 에탄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보통 사람이 한 시간 동안 분해하는 알코올의 양은 14g 정도로, 알코올 14g이 포함된 술 한 잔은 ‘1 표준잔’으로 부른다. 알코올 함량 5%의 맥주로 환산 하면 약 350ml, 40% 도수의 위스키로 환산하면 약 43ml, 소주로 따지면 두 잔 정도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매일 섭취한다는 것이다. 침팬지의 몸무게는 평균 40kg으로 인간(약 70kg)에 비해 가볍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일 두 잔에 해당하는 양을 섭취하는 셈이다.

알렉세이 마로 미국 UC버클리 통합생물학과 연구원은 “침팬지들이 에탄올 함량이 더 높은 과일(당분이 많고, 더 익은 과일)을 의도적으로 찾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평소 즐겨 먹는 여러 과일 종에서 에탄올이 검출된다는 것”이라며 “즉, 알코올이 야생 침팬지의 식단에 일상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것으로 인간 조상의 식단에도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키발레 국립공원과 타이 국립공원에서 채취한 과일의 평균 에탄올 농도. ⒸScience Advances
키발레 국립공원과 타이 국립공원에서 채취한 과일의 평균 에탄올 농도. ⒸScience Advances

다만, 하루 종일 과일을 먹었다고 해도 취한 듯한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마로 연구원은 “취할 정도로 에탄올을 섭취하려면 배가 부풀 정도로 많은 과일을 먹어야 한다”며 “인간이 알코올에 끌리는 성향은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 시절 식습관에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1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술 취한 원숭이 가설’ 재입증

이번 연구를 이끈 로버트 더들리 UC버클리 교수는 인간의 알코올 선호가 영장류 조상에게 비롯됐다는 ‘술 취한 원숭이 가설(The Drunken Monkey Hypothesis)’을 20여 년 전 제시했다. 처음 제시했을 때 많은 과학자들은 침팬지나 다른 영장류가 발효 과일이나 꿀을 먹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후, 야생 원숭이들이 발효된 과일을 먹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점점 지지를 얻는 모양새였다.

영장류뿐만 아니라 과일을 먹거나 꿀을 먹는 동물 전반에서 일상적인 알코올 섭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Pexels
영장류뿐만 아니라 과일을 먹거나 꿀을 먹는 동물 전반에서 일상적인 알코올 섭취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Pexels

일례로, 2016년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사육된 아이아이 원숭이가 알코올 농도가 높은 꿀부터 먼저 골라 마시고, 빈 그릇을 반복해서 찾는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2022년 더들리 교수는 야생 거미원숭이가 발효된 과일을 섭취한다는 사실과 소변 내 알코올 대사산물 검출을 보고했다. 심지어 새들도 매일 일정량의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연구도 있다. 

더들리 교수는 “에탄올 섭취는 영장류만의 특징이 아닌, 과일을 먹거나 꿀을 먹는 동물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동물들이 에탄올 냄새를 통해 당분이 많은 에너지원 식품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받거나, 알코올이 식사 자체를 더 즐겁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12-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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