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공채 시즌이 시작됐다. 경기 불황 여파로 어느 때보다 취업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선택할 수 있다면, 면접 합격률을 높일 수 있는 과학자들의 ‘꿀팁’이 공개됐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아닌, 정오에 보는 면접이 합격률이 높다는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24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렸다.
운명을 바꾸는 타이밍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란 말이 있다. 우리는 일상부터 장기적인 계획에 이르기까지 일정을 짜며 산다. 일정 속에 진행되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중 시간대가 우리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하다. 타이밍이 잘 맞으면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될 일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판사들의 판결이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선행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연구진이 2011년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다. 이 연구는 판사가 식사 후나 재판 식사 직후 피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거나 반복적인 판결 요구로 인한 자아 고갈이 판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법적 판결에도 시간대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 연구다. 하지만 대해 시간대별로 사건의 유형이 다르기에, 시간대로 인한 영향만을 살피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었다.
면접의 타이밍
이에 카르멜로 마리오 비카리오 이탈리아 메시나대 교수팀은 법적 판결보다 더 주관적인 면접 시험으로 연구를 설계했다. 하루 중 시간이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대규모 시험 결과 데이터에서 그 증거가 나타나야 한다고 본 것이다.
우선, 연구진은 2018년 10월부터 2020년 2월 사이에 메시나대에서 실시된 면접 시험 결과를 확보했다. 1,243개 과목에서 680명의 시험관이 평가한 10만 4,552건의 시험 결과가 포함된다. 이탈리아 대학의 면접 시험은 보통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며, 학생 1명당 10~30분 동안 이어진다. 표준화된 형식은 없고, 교수들이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즉석에서 질문을 하며, 바로 점수를 매기는 형태다.

이후 연구진은 시험 시작 시간이 합격 확률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평균 시험 합격률은 57%였다. 합격률은 시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정오를 중심으로 종 모양의 곡선을 그렸다. 11시와 13시에 시험을 보더라도 합격 확률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오전 8~9시나 오후 3~4시에 시험을 볼 경우 합격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
공동저자인 알레시오 아베난티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는 “이 발견은 매우 광범위한 함의를 갖는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종종 간과되는 생체 리듬이 평가의 결과를 상당한 수준으로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패턴이 나타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의 가능성을 내왔다. 정오 무렵 합격률이 정점에 달하는 것은 인지 능력이 오전 동안 개선되다가, 오후에 저하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즉, 학생들의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집중력이 약해져 성적이 낮아질 수도 있고, 교수들도 의사결정 피로로 인해 채점을 더 엄격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가능성은 학생과 교수의 서로 다른 생체 리듬 때문이다. 20대 초반인 학생들은 주로 ‘올빼미형’인 반면, 40대 이상의 교수들은 아침형인 경우가 많다. 즉, 학생들이 인지적으로 가장 둔한 시간대가 교수들이 가장 맑은 시간대일 수 있다. 연구진은 시간이 학생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고, 시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비카리오 교수는 “학생들은 양질의 수면을 확보하고, 개인적인 에너지 ‘저점’ 시간대에 중요한 시험을 잡지 않으며, 수행 전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전략으로 시간대 효과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패턴은 취업 면접이나 하루 중 시간에 따라 일정이 잡히는 다른 평가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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