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8일 밤하늘의 대장관, 3년 만의 개기월식이 온다
오는 9월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한반도 상공에 장엄한 천문학적 드라마가 펼쳐진다.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관측 가능한 개기월식이 찾아오는데, 이번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 그림자의 중심부를 깊숙이 지나가며 약 1시간 22분간 지속되는 '대형 월식'으로, 전 세계 85% 인구가 관측할 수 있는 천문학적 빅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개기월식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천체역학의 정밀한 조화
개기월식이 일어나려면 여러 천문학적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보름달일 때, 즉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것이다. 이 쯤되면 매달 보름달 때마다 월식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여기서 핵심은 달의 공전궤도가 지구의 공전궤도면(황도면)에 대해 약 5.1도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보름달에서는 달이 지구 그림자의 위아래로 지나가며 월식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월식은 오직 달이 황도와 달 궤도가 교차하는 두 교점(승교점과 강교점) 근처를 지날 때만 일어난다.
지구의 그림자는 두 영역으로 나뉜다. 태양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원뿔 모양의 '본영(umbra)'과 부분적으로 차단되는 '반영(penumbra)'이다. 본영의 지름은 달 궤도에서 약 9,200km로 달의 지름(3,474km)보다 약 2.7배 크다. 이런 크기 차이 덕분에 달이 본영을 완전히 통과하는 개기월식이 가능하다.

월식의 진행 과정은 5단계로 나뉜다. 먼저 달이 반영에 진입하면서 반영월식이 시작되고, 본영에 접촉하면 부분월식, 본영에 완전히 들어가면 개기월식이 된다. 개기월식 최대 시점을 지나 역순으로 진행되어 반영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월식이 끝난다.
왜 달이 붉게 변하는가: 레일리 산란의 비밀
이처럼 개기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완벽하게 일직선으로 정렬하면서 지구의 그림자가 달 전체를 덮는 현상이다. 하지만 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신비로운 구리빛 붉은색으로 물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기월식 중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은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레일리 경이 발견한 '레일리 산란' 현상으로 설명된다. 이는 빛이 자신의 파장보다 작은 입자와 만날 때, 파장이 짧을수록 더 강하게 산란되는 현상이다.
태양에서 출발한 백색광이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대기 중 질소와 산소 분자들이 빛을 산란시킨다. 파장이 짧은 청색광(약 450nm)은 파장이 긴 적색광(약 650nm)보다 약 5배 더 강하게 산란된다. 이 때문에 청색광은 대부분 우주공간으로 흩어지고, 적색광만이 대기를 통과하여 달까지 도달한다. 마치 석양이 붉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로 지구 대기의 굴절 효과를 들 수 있다. 대기는 거대한 볼록렌즈 역할을 하여 태양빛을 약 2.2도 정도 굴절시키는데, 이 굴절 각도는 달의 시직경(약 0.5도)보다 4배 이상 크기 때문에, 지구 그림자 속에 있는 달에도 충분한 빛이 도달할 수 있다. 만약 지구에 대기가 없다면 개기월식 중 달은 완전히 검게 사라질 것이다.
월식 중 달의 색깔은 지구 대기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대기가 깨끗할 때는 밝은 구리색을 띠지만, 화산 폭발이나 대규모 산불로 대기 중 먼지와 에어로솔이 많을 때는 더 어둡고 짙은 적색을 나타낸다. 이런 이유로 천문학자들은 월식을 '지구 대기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천연 실험실로 활용하기도 한다.
9월 7-8일 개기월식 완벽 관측 가이드
이번 개기월식은 한국 시간으로 9월 8일 새벽에 관측된다. 계산에 따르면 예정된 시각은 다음과 같다:
- 반영월식 시작: 9월 8일 00:29
- 부분월식 시작: 01:28
- 개기월식 시작: 02:31
- 개기월식 최대: 03:12
- 개기월식 종료: 03:52
- 부분월식 종료: 04:56
- 반영월식 종료: 05:54
개기월식은 82분간 지속되며, 전체 월식 과정은 5시간 25분에 걸쳐 진행된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긴 개기월식 중 하나이다.

관측 조건도 매우 좋다. 달이 서쪽 하늘에 위치해 있어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9월 초 날씨는 대체로 맑은 편이다. 개기월식은 일식과 달리 특별한 보호장비 없이 육안으로 안전하게 관측할 수 있다.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사용하면 달 표면의 세부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촬영을 원한다면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로 ISO 800-3200, 셔터속도 1-4초 정도로 설정하면 된다. 스마트폰으로도 야간 모드나 프로 모드를 활용해 촬영이 가능하다. 개기월식 중에는 달이 어두워지므로 평소 달 촬영보다 긴 노출시간이 필요하다.
월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인류가 바라본 붉은 달
참고로 개기월식은 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천문 현상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고대인들에게 갑자기 붉게 변하는 달은 불길한 징조나 신의 진노로 해석되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천구(天狗)라는 개가 달을 삼켜버린다고 믿었고, 북유럽 신화에서는 늑대가 달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월식은 동시에 인류 과학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타르코스(기원전 310-230년)는 월식 관측을 통해 지구와 달의 상대적 크기를 최초로 계산했는데, 그는 개기월식 중 달이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시간을 측정해 지구의 지름이 달보다 약 3배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알려진 실제 비율(3.67배)과 놀랍도록 가까운 결과였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년)는 월식 중 지구 그림자의 둥근 모양을 관찰하며 지구가 구형이라는 증거로 제시했는데, "지구 그림자가 항상 원형인 것은 지구가 구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이는 지구 구형설의 강력한 증거 중 하나가 되었다.
현대에도 월식은 과학적 가치가 높다. 달 표면 온도 변화, 대기 굴절률 측정, 지구 대기 성분 분석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식은 외계행성 연구에서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일어나는 '행성 통과(transit)' 현상을 이해하는 데 훌륭한 모델이 되고 있다.
다음 개기월식은 언제?: 월식의 주기와 예측
이번 개기월식을 놓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개기월식은 평균적으로 2-3년에 한 번 일어나지만, 특정 지역에서 관측 가능한 간격은 더 길 수 있다. 한국에서 다음 개기월식은 2026년 3월 3일에 일어난다.

참고로 월식의 주기성은 고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약 6,585일(18년 11일)마다 비슷한 월식이 반복된다는 '사로스 주기'를 발견했다. 이번 2025년 9월 개기월식은 사로스 주기 128에 속하며, 1845년부터 2097년까지 총 71번의 월식으로 구성된다. 흥미롭게도 월식은 일식과 쌍을 이룬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면 약 2주 후에 일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9월 7일 개기월식 이후 9월 21일에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이는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또한, 월식 예측은 현재 수천 년 앞까지 매우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NASA의 월식 예측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1세기(2001-2100년) 동안 총 85번의 월식(개기월식 28회, 부분월식 57회)이 일어날 예정이다. 이런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천체역학이 매우 정밀한 과학이기 때문이다.
이번 9월의 개기월식은 모두에게 단순한 천문 현상을 넘어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새벽하늘에 펼쳐질 우주의 대서사시는 분명 평생 기억에 남을 감동을 선사할 것이니 3년 만에 찾아온 붉은 달의 신비로운 광경을 놓치지 말자.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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