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집짓기로 유명한 꿀벌이나 개미 등의 건축 전략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매료시켜온 연구 과제다.

실험 결과 꿀벌들은 방 크기가 다른 다양한 토대 위에서도 다양한 적응 전략으로 자원과 공간 활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벌집을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골나르 가루니-파르드 박사팀은 27일 과학 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꿀벌 군집에 벌집 방 크기가 서로 다른 3D 프린팅 플라스틱 기판 위에 집을 짓게 한 결과 조건에 따라 최소 3가지 전략을 사용해 환경에 가장 적합한 벌집을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꿀벌들은 먹이를 저장하고 유충을 기를 수 있는 정교한 벌집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꿀벌들의 집짓기는 수천 마리가 서로 협력해 수행하는 공동작업으로, 이들은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자원에 맞게 벌집 구조를 조정하는 능력도 보여준다.

연구팀은 꿀벌 군집에 육각형 크기가 0.5㎝에서 4㎝에 이르는 7가지로 만들어진 3D 프린팅 기판을 주고 그 위에 벌집을 쌓도록 한 다음 X선 현미경을 사용해 꿀벌들이 방 크기가 토대 위에 어떻게 집을 짓는지 시각화하고 정량화했다.

그 결과 꿀벌들은 기판에 미리 만들어져 있는 육각형 방의 크기에 따라 최소 3가지 다른 기술을 사용해 원하는 형태와 규격의 벌집을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3D 프린팅 방의 크기가 꿀벌들이 선호하는 1㎝일 때는 그 형태를 그대로 살려 집을 지었지만, 방 크기가 0.5㎝와 0.75㎝로 작을 때는 방 1~2개를 합쳐 적절한 크기의 집을 지었다.

방의 크기가 1.5㎝와 2㎝ 정도일 때는 각각 그 위에 기울어진 형태로 집을 쌓아 올려 입구 크기는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내부의 깊은 저장 공간은 유지했다.

하지만 방의 크기가 3㎝와 4㎝로 선호하는 것(1㎝)보다 매우 큰 경우에는 기판의 구조는 지지대로만 활용하고 그 위에 적절한 크기의 집을 새로운 층으로 쌓아 올리는 전략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꿀벌들의 집짓기가 정해진 청사진을 따르지 않고 대신 꿀벌 군집이 다양한 전략을 적용해 서로 다른 초기 조건에 적응하는 유연한 과정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꿀벌들의 복잡한 행동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뿐 아니라 생체 모방 공학 시스템 설계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오리트 펠레그 교수는 "꿀벌들은 방 합치기, 기울이기, 층쌓기 같은 방법으로 필요에 맞는 구조물을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게 만든다"며 "이 작은 건축가들은 집단 건설의 물리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출처 : PLOS Biology, Golnar Gharooni-Fard et al., 'Honeybees adapt to a range of comb cell sizes by merging, tilting, and layering their construction',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3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