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센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닷가. 바위 위에 붙은 고무 오리는 끄떡도 없다. 초강력 수중 접착제 덕분이다. 일본 훗카이도대 연구진은 자연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에 영감을 받아 수중 환경에서도 강력하게 접착하는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지난 6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자연을 모방한 기술
인간이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의 성능을 웃도는 것들이 자연에는 꽤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자연을 모방해 해답을 찾는 연구를 진행한다. 접착제도 그중 하나다. 물에 젖은 테이프가 쉽게 떨어지듯, 대부분의 접착제는 우리의 신체 조직과 같은 습한 환경에서는 지속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홍합이나 따개비는 바닷물 그리고 울퉁불퉁한 표면에도 불구하고 바위에 달라붙어 강한 파도도 견딘다. 과학자들은 이를 모방해 새로운 접착 물질들을 개발해 왔다.
일본 훗카이도대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최강의 접착제를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부드러운 하이드로겔 소재의 접착제 개발을 목표로 했다. 하이드로겔은 고분자와 물로 이뤄진 부드러운 소재다. 콘택트 렌즈처럼 주로 생체공학 분야에 사용된다. 게다가, 고분자 네트워크를 변형하면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부드러운 소재는 단단한 소재에 비해 접착력을 높이기가 더 어렵다는 점이다. 소재를 부드럽게 만드는 특성과 접착력을 높이는 특성이 상충해서 설계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자연의 박테리아나 연체동물과 같은 생물들이 끈적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착안, 수중 환경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면서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에게 자연의 비결 학습시켜
우선, 연구진은 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NCBI)에서 홍합, 갯지렁이, 박테리아 등 3,822종 생물의 접착 단백질 2만4,707개의 아미노산 서열을 확보했다. 이를 AI에게 학습시켜 새로운 하이드로겔 접착제 180가지를 설계했다. 180종 모두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것보다 뛰어난 접착력을 보였다. 여기에 연구진은 ‘최강의’ 접착제를 찾아내기 위해 180종 접착제들의 접착 강도 측정값을 다시 AI에게 학습시켜 더 탁월한 성능을 갖춘 접착제 ‘R1-max’와 ‘R2-max’를 합성했다.

이렇게 합성한 새로운 접착제는 1MPa(메가파스칼)이 넘는 접착 강도를 보였다. 1㎠의 접착제로 1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 하이드로겔을 우표 크기(2.5㎠)로 잘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약 63kg을 지탱할 수 있다. 우표 크기 접착제로 웬만한 성인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반복 사용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진 R1-max를 이용해 고무 오리를 바위에 접착했다. 고무 오리는 파도의 충격과 조수 변화, 바위의 거친 표면, 바닷물의 염도 환경에도 떨어지지 않고 접착력을 유지했다. 또, R2-max를 구멍 난 파이프를 봉합하는 데도 사용했다. 3m 높이 파이프에는 지름 2cm의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R2-max를 붙이자 5개월이 넘게 누수를 방지했다.

쟝핑공 일본 훗카이도대 됴수는 “즉각적이고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수중 접착제는 생체공학이나 심해 탐사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자연에서 발견되는 접착 단백질에서 영감을 받아 전례 없는 강도를 가진 새로운 물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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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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