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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5-08-06

음주의 기원은…"유인원의 떨어진 과일 주워 먹기?" 美英 연구팀 "발효 과일 주워 먹기→알코올 분해 변이→인간 음주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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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 먹는 유인원의 행동이 인간의 알코올 대사 능력과 술 마시기 좋아하는 행동의 기원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과일 주워 먹기는 인간 진화에도 중요한 행동이라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스크럼핑'(scrumping)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스크럼프(scrump)는 바람에 떨어진 과일을 줍거나 훔치는 행위를 말한다.

과일을 먹는 침팬지 미국 다트머스대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팀은 떨어진 과일을 주워 먹는 유인원의 행동이 인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과 술 마시기 좋아하는 행동의 기원일 수 있다며 이런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스크럼핑'(scrumping)이라는 새 용어를 제안했다. 스크럼프(scrump)는 바람에 떨어진 과일을 줍거나 훔치는 행위를 말한다. ⓒCatherine Hobaiter/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과일을 먹는 침팬지.

미국 다트머스대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팀은 떨어진 과일을 주워 먹는 유인원의 행동이 인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과

술 마시기 좋아하는 행동의 기원일 수 있다며 이런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스크럼핑'(scrumping)이라는 새 용어를 제안했다.

스크럼프(scrump)는 바람에 떨어진 과일을 줍거나 훔치는 행위를 말한다. ⓒCatherine Hobaiter/University of St Andrews 제공

미국 다트머스대 너새니얼 도미니 교수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캐서린 호베이터 교수팀은 1일 과학 저널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서 오랑우탄과 침팬지 고릴라 등의 행동을 조사한 결과 과일을 주워 먹는 행동에 차이가 있었고 이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유전적 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미니 교수는 "고릴라, 침팬지, 인간의 공통 조상이 '스크럼핑'을 했다면 인간이 알코올을 잘 소화하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며 "인간은 알코올 만드는 법을 알기 훨씬 전부터 그것을 소화할 수 있게 진화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근 연구들은 과일을 주워 먹는 유인원의 행동이 인간의 알코올 대사 진화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이에 대한 별도 연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분자진화연구재단 연구팀은 2015년 논문(Carrigan et al. 2015)에서 발효된 과일을 먹는 것이 인간과 아프리카 유인원의 공통 조상 유전자(ADH4)에 돌연변이(A294V) 일으켜 알코올 대사 능력이 40배 향상됐다고 밝힌 바 있다.

도미니 교수는 "이는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였지만 유인원을 연구하던 누구도 이를 검증할 데이터는 없었다"며 유인원들의 스크럼핑이 자주 관찰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도 이에 대한 연구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원들의 먹이에서 과일의 비율과 섭취 과일 중 스크럼핑 비율 원의 하늘색 부분은 오랑우탄과 산악 고릴라, 서부고릴라, 침팬지가 먹은 과일 중 나무 위에서 먹은 과일을 나타내며, 빨간색 부분은 땅에 떨어진 과일을 먹은 비율(스크럼핑). ⓒBioScience, Nathaniel J Dominy et al. 제공
유인원들의 먹이에서 과일의 비율과 섭취 과일 중 스크럼핑 비율.

원의 하늘색 부분은 오랑우탄과 산악 고릴라, 서부고릴라, 침팬지가 먹은 과일 중 나무 위에서 먹은 과일을 나타내며,

빨간색 부분은 땅에 떨어진 과일을 먹은 비율(스크럼핑). ⓒBioScience, Nathaniel J Dominy et al. 제공

연구팀은 오랑우탄(Pongo pygmaeus)과 서부고릴라(Gorilla gorilla), 산악 고릴라(Gorilla beringei), 침팬지(Pan troglodytes)에 대한 기존 야생 관찰 보고서를 이용해 이들의 과일 섭취 행동을 분석했다.

어떤 열매를 먹었는지, 먹은 위치(높이)가 어디였는지, 해당 열매가 나무의 어느 높이에 달리는지 등을 조사하고, 나무 중간이나 높은 곳에 달리는 열매를 지상에서 먹을 경우를 스크럼핑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과일을 먹는 빈도는 유인원 종들 모두 비슷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먹는 스크럼핑 비율은 크게 달랐다. 오랑우탄은 먹이에서 과일 비율과 스크럼핑 비율이 각각 30%와 0.8%였으나, 산악 고릴라는 35%와 25.6%, 서부고릴라는 45%와 61.9%, 침팬지는 40%와 31.6%였다.

특히 아프리카 유인원들은 스크럼핑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팀은 이런 행동이 알코올 대사 능력을 결정하는 특정 유전적 변이(ADH4 효소의 A294V 변이)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ADH4 효소의 A294V 변이는 알코올 대사 효율을 40배나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 변이가 있는 종은 땅에서 발견한 잘 익고 발효된 과일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게 됐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런 적응은 유인원이 나무 위에서 덜 익은 과일을 두고 원숭이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게 했고,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떨어질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해 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미니 교수는 침팬지가 하루 약 4.5㎏의 과일을 먹는 점을 고려할 때 과일에서 섭취하는 알코올양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는 나무 위 과일과 땅 위 과일의 발효 수준을 측정해 알코올 섭취량을 더 정확히 추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세인트앤드루스대 호베이터 교수는 "인간과 알코올의 관계 중 근본적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마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유인원의 스크럼핑에 담겨 있던 사회적 요소를 이어받은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출처 : BioScience, Nathaniel J Dominy et al., 'Fermented fruits: scrumping, sharing, and the origin of feasting', https://academic.oup.com/bioscience/advance-article/doi/10.1093/biosci/biaf102/8215783

연합뉴스
저작권자 2025-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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