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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07-31

스우파는 단체관람이 ‘미덕’인 이유 '직관' 때 관객들의 뇌가 강하게 동기화…'단관'도 비교적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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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쎈언니들의 자존심을 건 글로벌 춤 싸움, 엠넷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 세 번째 시즌이 많은 화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엠넷
▲ 전 세계 쎈언니들의 자존심을 건 글로벌 춤 싸움, 엠넷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스트릿 우먼 파이터’ 세 번째 시즌이 많은 화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엠넷

춤을 무기로 서로 경쟁하고, 화합하는 엠넷의 예능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막을 내렸다. 국내 댄서팀 위주로 진행된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 5개 팀이 출전해 국가 대항전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춤으로 서로 ‘동기화’된 댄서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프로그램은 미션 진행 중 탈락자를 뽑는 ‘탈락배틀’을 진행할 때 관객을 초청했다. TV로 봐도 흥미로웠지만, 현장에 있는 참가자들은 유독 더 소리 지르고, 환호하고, 함께 뛰고 때로 울기도 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TV 시청자들은 다소 과해보이는 ‘직관’ 관객들의 이런 행동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음이 밝혀졌다. 

 

공연의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과학자와 예술가 만났다

이 연구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예술의 신경과학적 비밀을 밝히는 ‘뉴로라이브(Neuroliv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영국 런던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로, 무대 예술이 인간의 정서와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관찰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 Neurolive 프로젝트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공연에 존재하는 독특한 특성인 ‘생동감’을 탐구한다 ⒸHugo Glendinning
▲ Neurolive 프로젝트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협업하여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공연에 존재하는 독특한 특성인 ‘생동감’을 탐구한다 ⒸHugo Glendinning

무용수이자 신경과학자인 귀도 오그스 영국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UCL)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공연의 ‘생동감(Liveness)’에 집중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느껴지는 전율과 감동이 녹화된 영상을 시청할 땐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그스 교수는 “무용은 순간적으로, 그리고 함께 공유된 공간에서 경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동감’을 연구하기에 완벽한 매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험은 극장에서 진행됐다. 59명의 관객은 뇌파전위기록술(EEG) 헤드셋을 착용한 채 현대무용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은 안무가인 스테파니 맥맨과 세케 치무텡그웬데가 이 실험을 위해 새롭게 창작한 현대무용 작품 ‘디텍티브 워크(Detective Work)’였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 공연의 녹화 영상을 극장에서 함께 관람하거나, 실험실에서 혼자 시청하며 EEG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를 분석해 시청 환경에 따라 뇌의 반응을 살폈다. 

 

직관 때 뇌가 더 강하게 동기화

분석 결과, 실제 공연을 볼 때 관객들의 뇌파가 ‘델타 대역’에서 동기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델타파는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하는 느린 주파수의 뇌파이다. 특히 공연자가 관객과 직접 눈을 마주칠 때 이러한 동기화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그간 공연에서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더 빠른 주파수의 ‘알파파’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관객 간의 공유된 몰입은 델타파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연구진이 공연 관람 중 참가자의 뇌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EEG 헤드셋을 착용시키고 있다 ⒸHugo Glendinning
▲ 연구진이 공연 관람 중 참가자의 뇌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EEG 헤드셋을 착용시키고 있다 ⒸHugo Glendinning

공연을 실제 관람하지 않더라도, 녹화된 영상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도 뇌파 동기화가 발생했다. 반면 혼자 녹화된 영상을 시청했을 때는 뇌 동기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콘텐츠 자체만큼이나 타인과 순간을 공유하는 ‘사회적 생동감’이 공연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그스 교수는 “델타 대역에서 동기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공연 예술이 사회적 예술 형태라는 점과 맞닿아 있다”며 “예술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진은 공연자나 연출가가 관객의 몰입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예측할 수 있는지도 분석했다. 안무가인 치무텡그웬데에게 관객들의 몰입감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장면들을 미리 지정하게 한 뒤, 관객의 뇌파 동기화 측정 결과와 비교했다. 대부분 안무가의 예측 순간에서 관객들의 동기화가 최고조에 달했다.

▲ 측정 장치를 착용한 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의 모습 ⒸHugo Glendinning
▲ 측정 장치를 착용한 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의 모습 ⒸHugo Glendinning

오그스 교수는 “예술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해석은 개인의 영역에 있다 하더라도, 집중과 몰입 측면에서는 놀랍도록 예측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됐다”며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하는 것이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공연과 연구를 세계 투어 형식으로 확장하여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EEG 기술의 발전도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부피가 크고, 움직임에 민감하며, 대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할 때 설치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는 지난 7월 9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렸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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