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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5-07-31

휴가 다녀오니 ‘43일’이나 행복해 32개 메타연구 분석 결과, 휴가의 웰빙 효과 크고 오래가는 것으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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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 ‘휴가’ 생각이 간절하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갖는 휴식은 행복감을 주고 몸과 정신에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하지만 정작 휴가를 다녀와도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그 효과는 금세 사라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웹진이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를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816명 중 약 80%는 휴가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후유증의 양상은 되돌아온 일상에 대한 우울감과 집중력 감소가 가장 컸고, 이 때문에 휴가에서 얻은 행복감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휴가 후에도 금세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면 휴가가 진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휴가’ 생각이 간절하다 ⒸGetty Images Bank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휴가’ 생각이 간절하다 ⒸGetty Images Bank

 

휴가, 기존 인식에 비해 웰빙 효과 훨씬 커

휴가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초 미국 조지아대학교 라이언 그랜트(Ryan S. Grant) 교수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휴가는 직장인의 웰빙을 크게 향상시키며, 그 효과는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휴가 중 웰빙 향상 효과가 ‘대규모’ 수준이며, 휴가 후 평균 21일이 지나도 웰빙 수준이 휴가 전보다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휴가와 관련된 32개 연구의 256개 효과 크기를 메타 분석한 것으로 2009년 드 블룸(de Bloom) 박사가 발표한 메타분석을 대폭 확장한 것이다. 당시 연구는 7개 연구만을 분석해 “휴가의 웰빙 효과는 작고 빨리 사라진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그랜트 교수와 연구진은 휴가의 전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방법을 통해 이전 결론을 뒤집는 결과를 도출했다. 

 

휴가 복귀 후 평균 21일간 웰빙 점수 높고, 43일간 지속

연구진은 휴가 전후의 웰빙 효과를 ▲휴가 효과(휴가 전 대비 휴가 중 웰빙 변화) ▲복귀 효과(휴가 중 대비 복귀 직후 웰빙 변화) ▲사후 효과(휴가 전 대비 복귀 직후 웰빙 변화) ▲소멸 효과(복귀 직후부터 마지막 측정 시점까지의 웰빙 변화 등 4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휴가 효과는 δ=0.83으로 코헨(Cohen)의 기준에서 '대규모 효과'에 해당했다. 복귀 효과는 δ=-0.52로 중간 정도의 감소를 보였지만, 사후 효과는 δ=0.31로 여전히 휴가 전보다 높은 웰빙을 유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멸 효과가 δ=-0.15로 기존 연구(δ=-0.3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 결과를 5점 척도로 환산한 결과를 보면 휴가의 지속 효과가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휴가 전 웰빙 수준을 2.93이라 할 때 휴가 중에는 3.69로 크게 상승하고, 복귀 후에도 3.22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21일 후에도 웰빙 수준을 3.07로 여전히 휴가 전보다 높은 상태를 보였다. 

연구진은 “우리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의 평균 추적 기간인 21일 후에도 웰빙이 휴가 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선형적으로 계산하면 휴가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43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가로 인한 웰빙 변화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를 5점 척도화한 그래프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휴가로 인한 웰빙 변화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를 5점 척도화한 그래프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휴가 효과 높이려면 ‘신체활동’해야

연구진은 휴가 중 어떤 활동과 경험이 웰빙에 도움이 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신체활동이 가장 큰 효과를 보였고(ρ=0.28), 사회활동이 그 다음(ρ=0.20)으로 나타났다. 수동적 활동은 유의한 효과가 없었다. 

그랜트 교수는 "신체 활동은 근육 긴장 완화,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행복 호르몬 분비 증가 등 독특한 생리학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심리적 분리'의 중요성이다. 이는 휴가 중 업무에서 정신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심리적 분리가 휴가 중(ρ=0.29)과 복귀 후(ρ=0.36) 웰빙 모두에 유의한 효과를 보인 유일한 요소였다.

반면 휴식, 자기계발, 통제감 같은 다른 회복 경험들은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달랐다. 이는 단기 회복(저녁, 주말)과 장기 회복(휴가)의 차이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짧은 휴식에서는 업무 생각이 쉽게 재침투하지만, 긴 휴가에서는 지속적인 심리적 분리가 가능해 더 깊은 회복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휴가 중 웰빙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은 신체활동이다 ⒸGetty Images Bank
휴가 중 웰빙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은 신체활동이다 ⒸGetty Images Bank

 

휴가 너무 길면 웰빙 감소폭 커져

흥미롭게도 휴가 기간이 길수록 웰빙 개선 효과는 컸지만, 복귀 후 감소 폭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긴 휴가로 높은 웰빙 상태에 적응한 사람일수록 업무 복귀 시 그 대비로 인해 더 큰 충격을 받는다”면서 ‘적응 수준 이론’을 통해 결과를 해석했다. 

적응 수준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점을 형성하고 새로운 자극을 이 기준점과 비교해 평가한다. 예를 들어 2주간의 긴 휴가를 보낸 직장인이 매일 오후 3시에 해변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이런 높은 웰빙 상태가 새로운 기준점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오전 9시부터 회의에 참석하고 메일에 시달리는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대비 효과로 인해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마치 밝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더 어둡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휴가가 길수록 이런 대비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그럼에도 긴 휴가의 전반적인 웰빙 효과는 여전히 짧은 휴가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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