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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민재 리포터
2025-08-27

무려 4천5백년전, 이집트인의 직업을 맞춰본다 4,500년 전 이집트 도공의 DNA 분석으로 밝혀진 고대 이집트 유전적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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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년 전 이집트 도공의 DNA 분석으로 밝혀진 고대 이집트 유전적 역사

고대 이집트 문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문명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단적인 예로 피라미드와 미라, 상형문자로 대표되는 이 문명의 기원과 발전 과정은 오랫동안 고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의 유전적 기원과 인구 이동 패턴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DNA 분석 기술의 한계로 인해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 연구진이 4,500년 전 고대 이집트 도공의 완전한 게놈을 분석하는 데 성공하면서, 고대 이집트의 유전적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 변혁기의 한 도공 - 최초의 완전한 고대 이집트 게놈 분석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되었으며, 최초의 완전한 고대 이집트 게놈과 이집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DNA 샘플을 기술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전에도 이집트 미라들의 DNA를 분석한 적이 있지만, 이들은 기원전 1,400년 이후의 후기 중간기에 살았던 개체들이었다. 이번에 분석된 도공은 적어도 1,000년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절, 카이로 남쪽의 누와이라트(Nuwayrat)라는 마을에서 한 남성이 새로운 기술에도 불구하고 도공으로서 고된 삶을 살았다. © National Geographic
이 시절, 카이로 남쪽의 누와이라트(Nuwayrat)라는 마을에서 한 남성이 새로운 기술에도 불구하고 도공으로서 고된 삶을 살았다. © National Geographic

약 4,500-4,800년 전 고대 이집트는 초기 왕조 시대에서 고왕국 시대로 전환되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겪은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카이로의 숙련된 건축가들이 기자의 대피라미드(Great Pyramid of Giza)를 건설할 수 있게 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때이기도 하다. 또한 성숙한 상형문자 체계가 확립되고 도기 제작용 물레가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절, 카이로 남쪽의 누와이라트라는 마을에서 한 남성이 새로운 기술에도 불구하고 도공으로서 고된 삶을 살았다. 또한, 그가 사망했을 때, 그의 시신은 도자기 항아리에 안치되어 언덕비탈에 파인 무덤에 매장되었다. 이러한 매장 방식 덕분에 후손인 영국 연구진들은 그의 유해를 유전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영국 애버딘 대학교의 생체분자 고고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수석저자인 리누스 거들랜드 플링크는 "이 개체는 고대 이집트의 중요한 변화 시기에 살았고 죽었다"고 설명하며, 이 도공이 키 1.6미터, 갈색 눈과 갈색 머리를 가졌으며, 64세까지 살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사망했을 때, 그의 시신은 도자기 항아리에 안치되어 언덕비탈에 파인 무덤에 매장되었다.© University of Liverpool
그가 사망했을 때, 그의 시신은 도자기 항아리에 안치되어 언덕비탈에 파인 무덤에 매장되었다.© University of Liverpool

독일 라이프치히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인구유전학자 하랄드 링바우어는 우리는 현재까지 고대 이집트 DNA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서 고왕국 시대 개체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유전적 분석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전 시도들의 주요 문제는 샘플들이 미라화되어 DNA가 오염되었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번 연구는 DNA가 잘 보존되었고, 이것이 연구의 특별함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도공의 삶과 죽음이 말해주는 이야기

연구진은 먼저 다양한 기법으로 이 남성의 골격을 분석하여 그의 삶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을 통해 그가 기원전 2,855-2,570년 사이, 즉 초기 왕조 시대와 고왕국 시대가 겹치는 시기에 살았음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그의 치아에 대한 화학적 분석을 통해 식단을 조사한 결과, 이 개체가 이집트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골격 자체의 다양한 표시들은 그가 도공으로 일했을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했는데, 예를 들어서 그의 골반뼈는 크기가 확장되어 있었고, 팔은 앞뒤로 광범위한 움직임의 증거를 보여주었으며, 오른발에만 상당한 관절염이 있었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의 고고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조엘 아이리시는 정황적이지만, 이러한 단서들은 이집트에 거의 같은 시기에 도착한 도기 제작용 물레의 사용을 포함한 도자기 제작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시신 매장 형태는 상류층들에게만 허락되던 방식으로 당시 도공으로서는 이례적이었는데, 아이리시는 아마도 그는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만큼 예외적으로 숙련되거나 성공적이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유전적 혼합

연구진은 이 남성의 치아에서 DNA를 추출하여 그의 전체 게놈을 시퀀싱했다. 분석 결과 그의 조상 중 80%는 북아프리카에 살았던 고대 개체들과 관련이 있었으며, 나머지 20%의 조상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 특히 메소포타미아에 살았던 사람들로 추적되었다.

연구진은 두개골의 3D 스캔 데이터와 뼈 분석을 사용하여 고대 이집트인의 얼굴을 재구성했다. © University of Liverpool
연구진은 두개골의 3D 스캔 데이터와 뼈 분석을 사용하여 고대 이집트인의 얼굴을 재구성했다. © University of Liverpool

거들랜드 플링크는 이를 두고 우리는 그의 조상 중 일부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는 이 시기에 북아프리카와 중동 집단들의 혼합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중동과 지중해 분지의 첫 번째 농업 공동체가 정착한 것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현재의 시리아, 터키 남동부, 이라크에 걸친 초승달 모양의 지역이다. 

링바우어는 하지만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농업을 가져온 레반트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언제 이집트에 왔는지는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문제인데, 저자들은 레반트 조상이 비교적 늦게 왔다고 추측하고 있으므로, 이번 연구는 이 질문에 답하는 첫 번째 주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 유전적 역사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

이 시기에 사람들이 이집트로 이주하여 지역 인구와 혼합되었다는 유전적 증거는 이전에는 고고학적 발견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게놈 시퀀싱의 다양성이 부족하며, 링바우어 역시 이러한 점이 여전히 큰 제한점이라고 지적했다. 링바우어는 이 샘플과 비교할 고대 DNA가 없어서 그들의 조상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지역적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며 했는데, 단일 개체로부터 광범위한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전학자 이오시프 라자리디스는 이 획기적인 논문은 고대 DNA 지도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공백이었던 지역인 초기 이집트의 유전학에 대한 첫 번째 통찰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저자들은 그들의 연구가 청동기 시대 이집트에서 사람들의 이동에 대한 강력한 유전적 증거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데, 라자리디스는 이번 연구가 고대 이집트인들로부터 DNA를 회수하는 데 있어서 진전을 이뤘다는 데 동의하며 처음으로 고대 이집트의 유전적 역사가 진정으로 쓰여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인구 집단들의 상호작용과 혼합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향후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집트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주와 조상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구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가기: 

Genome of an ancient Egyptian reveals the origin of pharaonic civilisation (고대 이집트인의 게놈이 파라오 문명의 기원을 밝히다), Girdland Flink, L. et al. 2025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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