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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5-05-29

달걀은 수평으로 떨어질 때 덜 깨진다 180개의 달걀 떨어뜨려가며 과학자들이 바꾼 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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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릴리풋 제국과 블레프스큐 제국은 달걀을 깨 먹는 방법 때문에 긴 전쟁을 시작한다. ⒸPublic Domain

▲ 영국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릴리풋 제국과 블레프스큐 제국은 달걀을 깨 먹는 방법 때문에 긴 전쟁을 시작한다. ⒸPublic Domain

영국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 릴리풋 제국과 이웃 나라 블레프스큐 제국은 3년이 넘는 전쟁을 이어간다. 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아주 사소했다. 달걀을 깨 먹는 방법 때문. 릴리풋 제국은 예로부터 달걀의 넓은 쪽을 깨 먹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데 한 왕이 관습대로 달걀을 깨 먹다 손이 베인다. 이때부터 뾰족한 끝을 깨 먹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 자는 중죄로 다스린다는 이상한 법이 생겼다. 이후 이에 반대하는 측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달걀을 뾰족한 곳과 넓은 쪽으로 깨어 먹는 것 중에 정말로 더 효율적인 것이 있을까? 최근 수 세기에 걸친 이 논란을 종결시킬 과학자들의 연구가 나왔다. 미국 매사츄세츠공대(MIT) 연구진은 5월 8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Communications Physics)’에 달걀은 넓은 면으로 떨어질 때 더 쉽게 깨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에그드롭 챌린지 

▲ 미국 MIT의 그레이트 돔 앞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떨어진 달걀들의 모습. ⒸTal Cohen et al.

▲ 미국 MIT의 그레이트 돔 앞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떨어진 달걀들의 모습. ⒸTal Cohen et al.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 실험에는 ‘에그드롭 챌린지(Egg Drop Challenge)’가 있다. 정해진 높이에서 날달걀을 떨어뜨렸을 때 깨지지 않는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통상 면봉이나 비닐봉지, 빨대 등의 재료를 사용해 지정된 높이에서 달걀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탈 코헨 미국 MIT 연구원은 “학교나 대중 과학 콘텐츠 등 에그드롭 챌린지 교육자료에는 대부분 달걀을 수직 방향으로 떨어뜨릴 때 더 단단하기에 깨질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되어 있다”며 “우리 연구진이 다양한 STEM 기관의 교육 자료와 온라인 튜토리얼 등을 검토한 결과 제공된 재료, 떨어뜨리는 높이, 설계 솔루션 등의 요인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계란이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배치했을 때 더 강하다는 측면에서는 모두 내용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정설의 과학적 사실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연구진은 달걀이 수직 또는 수평 방향으로 떨어질 때 어떻게 깨지는지를 비교하기 위해 총 180회의 낙하 실험을 진행했다. 8, 9, 10㎜의 높이에서 각각 60개의 달걀을 딱딱한 표면에 떨어뜨렸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수직 방향으로 떨어뜨린 달걀이 더 많이 깨졌다. 8㎜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달걀의 절반 이상이 깨졌지만, 같은 높이에서 수평으로 떨어진 달걀은 10% 미만만이 깨졌다.

▲ 수직 및 수평 압축 실험 후 깨진 달걀의 모습. ⒸTal Cohen et al.

▲ 수직 및 수평 압축 실험 후 깨진 달걀의 모습. ⒸTal Cohen et al.

이어 연구진은 수직과 수평 방향에서 달걀을 힘을 주어 누르며, 깨지는 데 필요한 힘을 측정했다. 두 경우 모두에서 달걀이 깨지는 데는 약 45뉴턴의 힘이 필요했다. 다만 수평 방향으로 눌렀을 때는 달걀이 더 많이 눌린 후에 깨졌다. 달걀 가운데 부분이 유연한 만큼 그 방향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 뒤에야 깨진다는 의미다.

코헨 연구원은 “달걀을 수직으로 떨어뜨릴 때 덜 깨진다는 오해는 물질의 물리적 특성인 ‘강성(Stiffness)’, ‘강도(Strength)’, ‘인성(Toughness)’을 혼동해서 생긴다”며 “달걀은 수직으로 압축했을 때 강성이 더 높지만, 그게 더 단단하거나 잘 깨지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달걀 180개를 희생한 이유

과학자들이 유년기 과학 실험에나 등장할 법한 실험을 왜 진행하고, 국제학술지에 논문까지 제출하게 된 걸까. 강도에 대한 간단한 실험이지만 이 발견이 동적 하중에 대한 구조물의 반응을 이해하는 등 공학 분야에도 응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껍질 구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거북이의 등껍질, 조개껍질, 인간의 두개골을 넘어 심이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외막 등 부드러운 몸을 가진 생물의 보호막 역할도 한다. 

▲ 미국 항공우주국은 상업 우주비행사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달걀을 위한 낙하산을 설계하는 STEM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NASA

▲ 미국 항공우주국은 상업 우주비행사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달걀을 위한 낙하산을 설계하는 STEM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상업 우주비행사 프로그램(Commercial Crew Program)’을 학생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에그드롭 챌린지를 활용한다. 3~4명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삶은 달걀을 착륙 지점까지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는 낙하산 구조물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코헨 연구원은 “기계적 결함에 대한 통찰력은 보호 장비 설계부터 약물 전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5-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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