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그라(Foie gras)는 프랑스 요리의 대표적 진미로 꼽히지만 동물학대 논란으로 악명도 높다. 독일 연구진이 오리나 거위에게 강제로 먹이를 먹이지 않고 푸아그라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고분자 연구소(MPIPR) 토마스 빌기스 박사팀은 26일 과학 저널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에서 먹이를 강제로 먹이지 않은 오리나 거위의 간을 지방분해효소(리파아제)로 처리해 전통적 푸아그라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푸아그라는 지방이 축적된 오리나 거위의 간으로 만든 요리로, 명칭 자체가 지방(gras=fatty) 간(foie=liver)을 뜻한다. 지방이 풍부한 이 요리는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랑받는 고급 요리로 꼽혀왔다.

그러나 지방이 많이 축적된 간을 얻기 위해 오리와 거위에게 고열량 곡물을 강제로 먹이는 사육방식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고, 특히 고무호스로 곡물을 위에 강제로 투입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동물 학대로 비난받아 왔다.

빌기스 박사는 "푸아그라를 좋아하지만 보다 윤리적으로 푸아그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며 "푸아그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동물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항상 꿈이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곡물을 강제로 먹이지 않은 오리에서 간과 지방을 채취하고 지방을 리파아제로 처리한 다음 두 가지를 혼합, 살균하는 방법으로 푸아그라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것과 매우 유사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먼저 오리 간을 채취하고 여기에 피부와 뼈에서 추출한 콜라겐과 지방을 첨가했으나 일관된 질감을 얻을 수 없었다며 이 문제를 오리의 체내 대사작용을 모방, 리파아제로 지방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빌기스 박사는 "이 과정을 거치면 지방이 원래 푸아그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응집체를 형성하는 큰 결정으로 재결정화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푸아그라는 맛과 냄새, 질감 등은 물론 레이저 현미경으로 분석한 미세 구조와 스트레스 변형 테스트 등으로 확인한 물리적, 기계적 특성까지 전통 방식으로 만든 푸아그라와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빌기스 "이 제조법은 어떤 외부 재료도 첨가하지 않고, 제조 과정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인 점"이라며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는 기업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Physics of Fluids, Thomas A. Vilgis et al. 'Foie gras pâté without force-feeding', https://pubs.aip.org/aip/pof/article/37/3/037196/3340498/Foie-gras-pate-without-force-fee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