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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5-11-08

빛을 다루는 사람, 라슬로 모호이 너지 모호이 너지의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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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어린 시절에 돋보기로 빛을 모아 까만 종이를 태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거울을 이용해 빛을 반사시켜 다른 사람의 얼굴에 빛을 모았던 추억이 가득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은 빛을 이용해 추억을 더듬는 파편들을 연상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오늘날 빛과 기술을 이용한 예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빛을 이용해 인간 개별의 모습을 찾는 전시회인 “모호이 너지의 새로운 시작”이 다음달 4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디자인이라는 영역과 교차된 활동, 특히 영상디자인에 집중했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의 초기 바우하우스 시기 작품들과 그의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포토그램 및 사진작업과 타이포그래피, 영상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진보적인 디자인 운동인 유켄트스틸과 이 운동의 전신인 영국에서 일어난 예술공예운동은 산업혁명과 함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산업혁명이후 기술과 테크놀로지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예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관계는 ‘도구와 기계사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1회 도이처 베르크분트 총회에서 한 연설자가 “도구와 기계를 구별 짓는 고정된 경계선은 없다”는 연설에 잘 나타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월터 그로피우스가 바이바르 예술공예학교의 교장이 된 이후에,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기술 사회의 새로운 재료들과 작업방법들을 예술 분야에서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널리 퍼졌다. 산업기술을 수용해 예술과 연관지은 가장 대표적인 곳, 바이바르 예술공예학교는 그 유명한 바우하우스가 되었다. 미국에도 바우하우스 시스템이 널리 퍼졌는데, 그로피우스와 브로이어의 하버드대학 건축학부, 1937년 라슬로 모호이 너지가 창설한 시카고의 뉴 바우하우스(인스티튜트 오브 디자인을 거쳐 일리노이공과대학 디자인 학부에 합병) 등이 미국 디자인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후 이 곳을 기점으로 ‘기계미학’은 현대생활 속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당시 테크놀로지 예술의 가장 중요한 근원 중 하나는 빛과 그 움직임의 새로운 해석과 사용이었다. 이러한 예술의 기원은 뒤샹, 타틀린, 가보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그 주제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실제 기계적인 운동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또한 바이마르의 바우하우스에서 실험주의적 예술가들이 빛과 움직임이 결합된 예술을 발전시켰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으로 모호이 너지는 실제 움직임의 예술을 추구했다.


테크놀로지 예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라슬로 모호이 너지(Moholy-Nagy, 1895-1946)는 헝가리의 바츄볼슈드(Bacsborsod)에서 태어났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채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직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격동의 시대를 산 그의 활동무대는 모국인 헝가리에서 시작하여 독일,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각 나라로 이주하면서 각국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국제적 예술가였다.


그의 활동영역을 살펴보면, 그는 바우하우스의 영상과 금속공방 분야의 기초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는 회화에서 시작해 사진, 영화의 영상예술 레이아웃, 타이포 그래픽 등의 각종 상업미술, 무대예술이나 무대장치, 금속이나 프렉시유리를 이용한 입체조형과 조형예술 등 시각예술의 전체영역에서 활동한 전방위적인 디자이너였다.


그의 활동영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빛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서, 그는 ‘빛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였다. 그는 사진을 실제 그대로 잡아내는 포토그래피 기법보다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인화지 위에 직접 물건을 올려놓고 감광시켜 오브제의 윤곽뿐만 아니라 질감까지도 기록하는 포토그램 기법을 강조했다. 이는 단지 눈으로 무엇을 본다는 의미에서 빛과 감광면의 화학적 반응으로 나타난 오브제의 추상적 표현이 주된 관심 사항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이 방법을 이용하여 광고나 책지의 표지,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빛에 대한 관심과 ‘빛과 공간 모듈레이터’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은 무대연출이나 전시공간의 조명연출로 그 열매를 맺었다.


그는 각 분야에서 창의력이 넘친 창작활동을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 교육자이자 이론가로서 오늘날의 디자인 교육의 기본 틀을 제공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1919년 독일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교수로 시작하여 미국의 뉴 바우하우스(New Bauhaus) 창립자로서 조형교육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우하우스의 'Bau'는 독일어로 건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이름이 시사하듯 건축을 중심으로 모든 예술분야의 총체적 조화를 꿈꾸었던 조형예술가들의 실험장이자 교육기관으로서 조형예술학교였다.


이 학교의 목표에 하나인 실용성을 기초로 한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통합이 있다. 그는 이에 적절한 현대의 과학적인 시대의식과 일치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각을 모색했다. 사람들보다 기계들 사이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던 모호이 너지는 기존의 바우하우스 교수들과 전혀 다른 교수법을 기용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기법, 재료들을 합리적이고 실용성 있게 쓸 것을 강조했고 이젤 그림이나 조각품 대신 새로운 테크닉과 매체로 눈을 돌려 시각과 마음을 개방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조형교육활동으로 ‘라이트 워크숍’과 ‘사진과 빛 작업실’등의 과정을 마련해 학생들이 다른 사물과 관계를 떠나 라이트 모듈레이터, 즉 빛에 민감한 재료를 이용해 순수한 빛의 상호작용을 배우도록 했다. 또한 그는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해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는 빛의 효과를 실험하기도 했다. 이렇듯 그는 빛을 단순히 사물을 보기 위한 여건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빛 자체를 재료로 삼아 그 빛의 특성을 형상화해 빛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는 “기계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사용할 수 있으며, 테크놀로지에 전통도 없고 계급의식도 없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기계 예찬을 강조하는 실험이나 작업을 하지 않았고, 기계미학적이지 않고 적절히 유머스럽고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그는 조작된 인형이나 기계처럼 움직이는 인간상보다 전체적인 구조의 한 구성원으로 인간을 보았다. 즉 그의 작업에 기계보다 인간을 먼저 배려하는 자세가 항상 함께 했다.


21세기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테크놀로지는 발전한 반면, 이에 맞는 디자인 문화와 창작은 인간보다 테크놀로지를 강조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모호이 너지의 작업이 빛을 이용한 테크놀로지 속에서 인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시 명 :전 시 명 : 모호이 너지의 새로운 시각(The New Vision from Moholy-Nagy)

전시기간 :2005.11.5(토) - 2005.12.4(일) (11/28 정기휴관, 29일간)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장 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2전시실

문 의 : 580-1495

사 이 트 : http://www.sac.or.kr/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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