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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5-10-18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룬 모자이크 최인선 회화, 설치전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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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모자이크는 하얀 도화지에 다양한 색깔을 구성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 시절은 부분이 모여서 전체를 이룬다는 생각도 없었고, 단지 빈 공간을 채워 뭔가 그럴 듯한 것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했을 뿐이다. 그런 모자이크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놀이문화이고, 과거 몇천 년 전에도 주변을 장식하는 중요한 장식문화였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 국내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한 작가 최인선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알루미늄 창틀, 녹슨 철사, 나무틀 등 갖가지 물건들을 조합, 재구성한 ‘모자이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작가 최인선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자연성, 물질과 인간이 만나서 형성된 흔적, 그리고 작가의도를 통한 존재론적 의미와 예술성의 접목을 보여주고자 했다. 지금처럼 인간과 자연이 만나서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는 모자이크 작품과 달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모자이크는 과연 어떤 의미로 만들어졌을까.


모자이크는 여러 가지 색상의 돌, 유리조각, 도편들을 평면에 늘어놓고 모르타르나 석회, 시멘트 등으로 접착시켜 무늬나 그림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장식할 건축물에 박아 넣는 새로운 형태의 그림이었다. 예를 들어 모자이크는 궁전을 장식하는 데 사용되었고, 아름다운 바닥을 만들기 위해서 석회에다 조개껍질을 박아 넣기도 했다.


그리고 모자이크에 사용되는 재료들도 시기에 따라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대 그리스의 모자이크는 백색과 흑색의 자연석으로 그림 모양을 장식했으나, 헬레니즘 시대의 바닥 모자이크는 유색 대리석으로 장식성 효과를 높였다. 또한 로마는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유리를 사용한 모자이크 기법을 발전시켰고, 비잔틴은 로마의 모자이크에 새로운 기술을 덧붙여 새롭게 이어나갔다.


먼저 로마인은 그리스 문화를 흡수해 로마식으로 발전시켰는데 마루바닥 모자이크도 그와 같은 수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그리스인이 자연석으로 간단하고 소박한 모자이크를 만들었던 것에 비해서, 로마인들은 그리스인이 사용했던 방법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대리석, 진주광택이 나는 조개껍질, 유약을 칠한 자기 조각, 색은 아름답지만 겉이 단단하지 않은 돌 등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아름다운 색깔의 대리석을 깨서 많은 양의 작은 조각을 만들어 모자이크의 재료로 사용했다. 대리석 조각은 1-2센티미터 크기로 색상은 다양하지 않았으나, 자연석과 다르게 인물, 동물, 식물, 건축물 등을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표현한 완성품을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외에 다양한 모자이크 재료들 중 특히 금박이나 은박을 샌드위치 모양으로 유리 틈에 끼워 놓은 조각은 로마인의 빛나는 발명이었다. 이후 공공목욕탕이나 개인 저택의 마루바닥을 모자이크로 장식하는 수법은 로마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또한 그리스인들이 유리제조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로마인들은 유리 제조에 커다란 발전을 이룩하였다. 로마인들은 불순물 때문에 생기는 색깔의 결함을 제거하는 방법을 발명했고, 장식 모티프를 넣는 기술, 즉 새겨 넣는 방법과 도금하는 방법 등을 개발했다. 또는 일상생활에 쓸 수 있는 튼튼한 유리도 만들었다. 그리고 로마인은 금속 산화물 형태의 화합물질을 용융 과정에 첨가함으로써 훨씬 광범위한 색깔을 얻었다. 이것은 비잔틴 모자이크뿐만 아니라 중세시대에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호사스러운 모자이크로 발전했다.


그리고 로마인은 장례 풍습에서 밀랍화라고 불리는 기법으로 생생한 초상화를 그렸다. 밀랍 안에 떠 있는 안료와 송진은 투명하고 반짝이는 효과를 주었고, 오랫동안 보존되었으며, 천천히 건조되는 속성 때문에 이런 방식의 초상화가 대단히 유행하여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후 밀랍화의 영향으로 종교, 신화 등의 특정한 의의를 가진 인물들을 그린 미술품을 지칭하는 ‘도상’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초상화가 출현했다. 도상은 그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로마가 멸망하고 비잔티움이 기독교 예술의 중심이 되자 도상 스타일은 널리 퍼지게 되었다.


로마시대의 벽면 모자이크 기술은 비잔틴 시대인 425-540년경에 들어와서 성당을 장엄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더욱 발달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모자이크 작품 중 몇 작품이 5-6세기 동안에 터키의 비잔티움과 이탈리아의 라벤나에서 제작되었다. 모자이크는 국교로 공인된 기독교의 강령을 널리 유포하기 위해서 제작되었으므로, 그 주제는 종교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예수는 전지전능의 지배자나 설교자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비잔틴의 모자이크는 반짝이는 황금의 배경과 후광에 둘러싸인 성자들을 화려하고 장대하게 묘사한 특징을 보였다. 이와 같은 묘사는 모자이크를 제작하는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모자이크는 회를 바른 면에 도안을 그린 후에 모자이크를 거기에 맞추어 박아 넣었을 때 약간 각을 지게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빛이 나와 번쩍거리는 효과를 냈다.


특히 비잔틴 모자이크는 어른거리는 금박 배경 때문에 그 효과가 더욱 커졌다. 이 금박 배경은 벽과 천장에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도상의 구성은 지극히 단순화되고, 음영에 의한 구조적 입체감은 거칠어졌으며, 3차원적 환영은 거의 사라졌다. 그것은 새로운 영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표현 형식으로 지속되었으며, 그 시기에 과학은 자취를 찾기가 어려웠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400여 년 동안 세계 최대의 도시임을 자랑했던 콘스탄티노플에 제국의 위용에 걸맞은 장대한 성당을 건설하고자 했다. 그는 안테미우스와 이시도루스라는 두 수학자에게 그 일을 위임했고, 그들은 황제의 야심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건물을 구상했다. 그들이 건설한 성스러운 지혜라는 의미의 ‘하기야 소피아’는 카라칼라 목욕탕 같은 로마 건물의 거대한 스케일과 동방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융합시킨 건물이었다.


축구장의 3배가 넘는 크기의 하기야 소피아는 로마의 직사각형 바실리카 위에 거대한 돔을 올려놓은 형태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비잔틴 건축 공학의 승리인 삼각 궁륭에 의해서 가능했다. 그리고 판테온의 무게를 지탱하는 둥근 형태의 벽면과 반대로 4개의 아치가 정사각형을 형성하여 돔을 지탱하는 구조는 처음 시도된 기술이었다.


비잔틴 기독교의 상징인 이 성당은 밖은 회벽에 불과하지만, 내부는 영롱한 대리석, 모자이크, 색유리 등으로 장식해 내적, 영적 신앙을 표현했다. 그리고 내부는 천장과 돔을 연결하는 40개 창문을 통해 햇빛이 쏟아지고 있어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노라"라고 외친 것처럼 천상의 빛의 향연을 연상케 한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뿐만 아니라 그 속에 내재한 다양한 의미를 모자이크로 구성한 작가 최인선은 “사물을 수집, 조합하고, 구성하며 그 위에 그리는 요소까지 가미한 종합적 회화를 구사해내는 재능과 테크닉을 함께 갖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강렬하면서 아름다운 색깔의 조화가 눈에 들어오고, 하나의 총체적 세계를 그리는 작가의 의도를 보이고 있다. 작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이용해 각각의 개체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고, 그것들을 통해서 관람자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못했거나 밝혀지지 않은 낯선 다른 세계를 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과거에 즐겨 찾던 모자이크 놀이와 눈에 보이는 다양한 사물들을 통해서 지적인 사고를 유발하고 더불어 그것들을 자유롭게 다루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만드는 과정을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전 시 명 : 최인선 회화, 설치전 '모자이크'

전시일시 : 2005. 10. 06 - 2005. 11. 03 (일요일 휴관)

전 시 장 : 세오갤러리

문 의 처 : (02) 522-5618

사 이 트 : www.seogallery.com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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