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은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하여 일본민예관과 공동으로 ‘반갑다! 우리민화’전을 마련했다. 이번 민화전은 민예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우리민화에 대한 찬미와 수집품을 재조명하고자 다음달 30일까지 화조화, 고사인물화, 책가도, 문자도 등 다양한 주제의 120여 점을 전시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조선 미술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그의 심미안을 바탕으로 수집된 일본민예관 소장 작품들이다.
민화는 정통회화의 조류를 모방하여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서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實用畵)를 말한다. 근대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며 민예연구가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처음으로 민화라는 용어와 개념을 지칭했다. 그는 서구의 인위적 계몽주의와 예술주의를 이겨내기 위해서 민중적 공예인 민예라는 영역을 만들었고, 산업자본주의화 되어 가는 예술세계를 구제하고 개편하려는 의도에서 1929년 3월에 민예적 그림을 지칭하는 ‘민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방랑화가는 세상의 정보통이었기 때문에, 지주들은 방랑화가한테 멀리 떨어진 한양이나 지방도시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행 등 다양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랑화가들은 당시 엘리트 화가가 아니었고, 낮은 신분의 화원이나 무명의 방랑화가로 일상적인 공간을 장식하는 실용화인 민화를 그렸다.
또한 실용화인 민화도 당시의 국시인 성리학을 묘사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국시였던 성리학은 압도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의 생활을 규정하는 패러다임이었다. 자연히 유교적 이상으로 인정되는 몇 가지 사상들이 민화 속에 강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입신양명의 염원을 담은 책가도 및 고사인물화와 유교적 사회질서 유지를 표방한 문자도이다.
또한 고사인물화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린 민화들인데, 당시에 인기 있는 주제인 경전, 역사서, 문학 설화 등으로 전해지는 내용들이 민화 속에 그대로 재현되었다. 대부분이 중국 고사였지만, 구운몽도처럼 조선의 소재를 다룬 고사인물화도 있다. 이번 전시에 백자도, 호렵도, 삼국지도, 구운몽도 등 소설과 고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과 무신도 등 종교 도상들을 그린 민화들이 전시되었다.
책가도는 책을 비롯한 골동품, 문방구 등 여러 가지 물건을 그린 그림으로 이두식 표기인 책거리, 혹은 문방도라고 불린다. 책가도의 원형인 중국 궁정의 다보각경이 골동품이나 귀중품을 강조하는데 반해, 조선시대 책가도는 책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정조의 책가도에 대한 생각에서 엿볼 수 있다. 18세기 후반 정조는 책가도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항상 책 속에서 살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자세를 강조하였다.
또한 책가도의 번성은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널리 펴져 있던 실학사상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당시에 한양이나 그 근교에서 거주하는 양반 집단인 경화사족 내에 여러 분파들이 서로 다른 학풍과 독창적인 사상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신분, 적서, 당색을 뛰어 넘어 자유로운 학문적 교류를 하면서 새로운 사상인 실학을 전개해 나갔다. 이는 서울에 출현한 장서가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책가도에 대한 임금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당대 최고의 궁중화원인 김홍도가 책가도를 제작하고 당시 귀한 분들의 벽을 책가도 병풍으로 치장하는 것이 유행했다. 그리고 책가도와 문방도는 새로운 명말 청대의 길상화나 민간화들이 유입되어 민화화 된 것으로 그 중 책가도는 박고가에 진열된 서책 및 문구류와 기명 등을 서양화법을 도입해 입체감 넘치게 그렸다.
그래서 책가도는 스승이 이쪽을 보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구도의 표현인 역원근법을 사용했고, 문방도는 탁자에 쌓아올린 서적과 문방사우를 기본으로 학자의 필수품과 소도구를 역원근법을 이용하여 그려졌으며, 병풍으로 제작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처럼 책가도는 조선 후기에 문인들의 서화고동 애호 풍조와 서재취향을 배경으로 수용되었고, 호사취미가 확산되면서 고급 수요에 의한 귀인들의 집안 장식물로 뒤덮였을 정도로 유행했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에 그려진 민화를 통해서 당시의 국시였던 유교사상뿐만 아니라 당시 지식인들에게 널리 펴져있던 실학사상과 그 영향으로 달라진 당시 문인들의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 시 명: 반갑다! 우리민화
전시기간: 2005년 9월 6일 - 2005년 10월 30일
전시장소: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문 의 처: (02) 724-0114
사이트: http://www.museum.seoul.kr
- 공채영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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