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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5-09-20

셰익스피어와 베이컨 국립극장, 2005 셰익스피어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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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일반인들에게 유려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언어의 마술사이자, 사회 각층의 인물의 삶을 파노라마로 담아 보여주는 인간 심리학자로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의문의 여지없이 누구나가 인정하는 불멸의 작가이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이름 앞에 항상 ‘위대한’이라는 형용사가 함께 한다.


불멸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위대함을 한 눈에 보여주고자 국립극장은 2005년 기획공연으로 ‘2005 셰익스피어 난장(亂場)’을 10월 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각기 분위기가 다른 ‘햄릿’ 세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연극 두 작품, 그리고 해외 초청작으로 일본 극단 쿠나우카의 '맥베스‘ 등을 포함 세익스피어의 대표작을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국립극장은 세미 뮤지컬, 서커스극, 한국적 음악극 등 다양한 개성을 펼친 작품으로 1만5천6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의 실험을 바탕으로 ‘현대극으로서의 셰익스피어’라는 주제로 기획되었다. 이에 대해서 공연을 기획한 이윤택 예술감독은 “지난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셰익스피어 작품으로 축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 이렇듯 세상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을 주제로 하는 그의 작품들이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대한 고전으로 자리를 잡은 그 주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존재는 세간의 관심거리처럼 누구일까.


셰익스피어는 형식과 주제에 대한 끓임 없는 실험 정신, 인간사의 양면을 보여주면서 어느 한쪽의 우위도 강조하지 않는 완벽한 균형감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이상주의적인 것 같으면서 현실주의자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띤 작가이면서 끓임없이 체제를 수호하는 보수자인 듯한 작가로서 애매모호하고 무어라 확언할 수 없는 위대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에 대한 칭찬이 끝없이 이어지는 만큼 아마추어 학자들을 중심으로 셰익스피어의 진위 논쟁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2002년 1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재단에서 열린 '누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썼나?'라는 세미나에서 셰익스피어의 존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들이 제기되는 주된 이유는 그에 대한 전기적인 사실의 대부분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추어 학자들은 셰익스피어 개인의 천재성을 아무리 인정한다 해도, 37편에 이르는 거작들을 그 기간 동안에 연속 창작할 만한 재능을 닦은 수학 경력을 셰익스피어의 생애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이들은 “셰익스피어는 그의 위대함과 함께 셰익스피어라는 존재는 하나의 허구에 불과한 신화의 차원에 머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당대에 존재한 다른 인물이고 필명만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셰익스피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반-앤티스트라트포 사람(Anti-Stratfordian)들은 제3의 인물로 30여명이나 거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셰익스피어의 동시대인 17-8세기에 전혀 존재하지 않다가, 19세기 초에 비로소 생기기 시작한 것은 그들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낮게 만든다.


그들은 그 중에서 널리 알려진 설로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설, 옥스포드 백작(Earl of Oxford)설, 크리스토퍼 말로우(Christopher Marlowe)설, 엘리자베스 여왕의 숨겨진 사생아설 등 다양하게 주장하고 있다. 먼저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이 사실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생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로 여왕의 초상과 셰익스피어의 초상을 확대경으로 정밀히 분석하여 눈, 코, 입을 하나씩 비교하며 수염을 빼고 셰익스피어가 여왕을 빼다 박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1920년대에 토머스 소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옥스퍼드 백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옥스퍼드 백작이 고전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가톨릭을 선호하는 귀족적 성향, 여성에 대한 기묘한 애증, 이탈리아에 대한 동경, 그리고 음악과 스포츠 등을 선호했는데, 이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의 성향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 내용은 가장 널리 알려진 주장이기도 하다.


또한 어떤 이는 당대의 유명한 지식인인 프란시스 베이컨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베이컨설은 스트래트포드 근처에 있는 바튼온더히스의 목사인 제임스 윌머트가 주장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베이컨의 작품들을 탐독했는데, 1781년에 두 작가의 지식의 유사성에 큰 인상을 받고 자료 수집을 시작해 80세까지 그의 연구결과를 여러 권의 책으로 출판했다.


베이컨설은 셰익스피어의 동시대인으로서 최고지성인이었던 베이컨 정도의 통찰력이 없이는 그런 대작을 창작할 수 없다는 가정 아래 베이컨의 저술이 셰익스피어의 글과 유사한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같은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예술가는 실제 셰익스피어로 알려진 인물처럼 교육도 많이 받지 못 했고, 신분도 미천한 사람일 수 없다는 계급적인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베이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가 섭렵하는 다양한 지식과 인식의 폭을 보여주는 신분의 인물이며, 베이컨이 암호를 통해 작가가 자신임을 알 수 있도록 그의 이름을 작품 속에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웨스터 민스터 사원에 있는 셰익스피어의 조상에 새겨진 알파벳들을 해독 가능하게 정렬시켜 보면 베이컨의 이름을 이루고 있는 글자들 ‘FRANCIS BACON'이 모두 담겨 있으며, 당대에 베이컨이 암호에 익숙했음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정말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베이컨일까,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의 근거들도 만만치 않다. 잠시동안 셰익스피어 존재의 진위 여부를 되새기며, 이번 공연을 통해서 오늘날 한국에서 현대연극 언어로 수용된 셰익스피어는 어떤 모습이고, 한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표현하려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


공 연 명 : 국립극장, 2005 셰익스피어 난장

공연장소 : 국립극장 하늘극장

공연기간 : 2005. 09. 06 -2005. 10. 06

문의처 : 2280-4115

관련사이트 : 국립극장 http://www.ntok.go.kr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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