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에서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의 국내 첫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칸디다 회퍼는 30여년 동안 공공도서관이나 오페라극장, 박물관 등 공적인 공간을 주로 렌즈에 담아온 독일 현대사진의 대표작가다. 그녀의 사진은 인간의 문화유산이 집적된 장소의 내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건축사진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사진 속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인문학적 사유를 함축하고 있다.
그녀는 이 많은 것들을 광각 렌즈를 사용해 가능한 한 넓은 공간을 정면이나 대각선 구도를 취해서 대중들에게 열린 공공장소의 느낌을 사실 그대로 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은 일반적인 개념과 달리 사진 속에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사진 속 어딘가에 또 다른 시선을 숨겨져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의 사진 가장자리에 일부분이 잘려나간 사물들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카메라가 그 곳에 놓여 있으며, 그 자리에 누군가가 숨어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속 숨겨진 사람과 숨겨진 의미, 이것은 정보사회의 정보감옥으로 상징되는 파놉티콘을 연상하게 한다. 파놉티콘은 죄수를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벤담의 원형감옥으로 중앙의 감시 공간을 어둡게 처리하여 죄수로 하여금 스스로 규율에서 벗어난 수 없도록 만들고, 점차 규율을 ‘내면화’하여 스스로 감시하게 만드는 곳이다.
홍성욱의 <파놉티콘>을 보면, 벤담이 제안한 원형감옥의 구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파놉티콘 바깥쪽으로 원주를 따라서 죄수들을 가두는 방이 있고, 중앙에 죄수를 감시하기 위한 원형공간이 있다. 이 중 죄수의 방은 항상 밝은 반면, 중앙의 감시 공간은 항상 어둡게 해 중앙의 감시 공간에 있는 간수는 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포착할 수 있는 반면에 죄수는 간수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다. 즉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을 발견했다면 벤담은 “보이지 않는 눈”을 고안한 것이다. 하지만 지도층이 벤담의 구상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벤담의 제안처럼 당시에 파놉티콘은 건설되지 않았다.
벤담의 파놉티콘은 당시 교도소나 감옥에서 볼 수 없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파놉티콘의 감시가 ‘시선의 비대칭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원형 건물이 밝음과 어둠이 교차해 있었기 때문에 간수와 죄수간의 시선 교환이 불가능했으며, 특히 죄수들은 간수들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두 번째로, 파놉티콘은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파놉티콥의 주인이 국가와 계약하여 운영하는 시설감옥이자 계약식 감옥이다. 벤담이 좋은 환경의 교도소를 만들고자 했던 의도처럼 정부는 죄수 일인당 12파운드의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에, 만약 죄수가 평균 사망률보다 높은 비율로 사망하는 경우에 일인당 5파운드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래서 파놉티콘 운영자는 죄수의 건강유지를 우선시해야 한다.
세 번째로, 파놉티콘은 “건달을 정직하게 만들고 게으름뱅이를 근면하게 만드는 공장”이라는 표현처럼 죄수의 노동으로 유지되는 공장형 감옥이다. 공장형 감옥에서 죄수들의 노동 댓가는 재화를 불러들이고, 파놉티콘 운영자는 그 재화들을 자신의 소유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파놉티콘 운영자는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죄수들의 건강과 환경을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앞선 특징을 가진 파놉티콘은 죄수의 건강을 우선시 하고, 죄수들의 더 나은 삶을 유지해 준다는 좋은 목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벤담의 영향력과 노력의 댓가에 비해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1811년에 영국 정부는 당시에 영국의 개혁 세력 일부가 추진하던 공공감옥, 격리식 감옥과 대치된다는 이유로 파놉티콥의 건립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알려진 파놉티콘은 현대에 다양한 시선으로 만들어져 죄수가 아닌 일반 시민들을 향하고 있다. 즉 파놉티콘에 구현된 감시의 원리가 사회 전반으로 스며들면서 규율 사회의 기본원리인 파놉티시즘으로 탈바꿈하고 있고, 감옥과 교도소는 물론 일상 공간에 몰래 카메라와 폐쇄회로, 그리고 사이버공간에서 감시와 역감시의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길거리에 폐쇄 회로가 설치되어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30초 마다 한번씩 찍고 있다. 또한 한 사람이 만인을 주시하는 규율 권력의 사회인 ‘감시사회’의 상징처럼 공장시스템이나 몰래 카메라 등을 통해서 다양한 곳이 감시되고 있는 것이다.
칸디나 회퍼는 앞선 파놉티콘의 특징을 예술 사진에 접목시킨 경우이나 그녀만의 독창적인 특징이 있다. 그녀는 “공간 그 자체, 또 공간 속 사물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사람을 빼고 찍는다”는 말처럼 우연의 효과를 이용해서 텅 빈 도서관뿐만 아니라 텅 빈 무대, 텅 빈 전시장, 텅 빈 홀을 공간 내에 설치된 전등이나 자연광 외에 따로 특수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하나같이 장엄하고 엄숙하며 화려한 사진으로 탄생시켰다.
관객들은 한번쯤 보았음직한 이 건축물의 사진작품을 보면서, 사진 속 장대함과 화려함에 한 동안 멍한 기분이 들 것이다. 또한 회퍼의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고적한 분위기이지만 관객들이 바로 이 공간을 거니는 주인공”이라는 말처럼 작품을 감상하면 그 속에 나를 두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시 명 : 칸디다 회퍼-TimeSpace
전시기간 : 2005년 8월30일-2005년 9월 30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국제갤러리 지하철 3호선 안국역/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 전시, 갤러리소개
문의전화 : 02-736-8449
사 이 트 : http://www.kukje.org/
- 공채영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9-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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