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흔히 ‘사회적 동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다양한 인구들이 과거에는 언제, 어떻게, 왜 서로 연결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런 질문에 해답을 얻는 것은 오늘날의 인류에게서 볼 수 있는 생물학적, 문화적 다양성을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요즘 주목받는 DNA 분석은 인구 집단 간의 유전적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강력한 도구지만, 고대 인류 간 사회적 모임 안에서 어떤 문화적 교류가 이뤄졌는지는 밝혀내기가 불가능하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과학자들이 예기치 못한 정보 출처인 ‘타조 알 껍질로 만든 구슬’로 눈을 돌려 고대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다.
이 연구소 제니퍼 밀러(Jennifer Miller)와 이밍 왕(Yiming Wang) 박사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0일 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 지난 5만 년 동안에 걸쳐 남부와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인구 간 연결이 이루어지다가 강우 패턴의 변화로 분리됐다고 보고했다.
‘타조 알 껍질로 만든 구슬’,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다
타조 알 껍질(OES) 구슬은 고대의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는 이상적인 유물로 알려진다. 가운데를 실로 꿰어 목걸이나 팔찌를 만드는 이 구슬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완전 수제품 장신구로, 원래의 크기나 모양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들이 알 껍질을 변형시켜 구슬을 만들어냈다.
이 구슬들은 폭넓게 여러 가지 모양을 나타낼 수 있어 스타일 변형을 위한 기회가 충분했다. 서로 다른 문화들에서는 다른 스타일의 구슬을 생산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 선사시대 액세서리를 통해 문화적 연결 추적이 가능하다.

논문 제1저자인 밀러 박사는 “구슬을 추적하는 일은 마치 빵 부스러기 흔적을 따라가는 것과 같다”며, “구슬들은 시간과 공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단서로서, 눈에 띄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팀은 옛 인구군이 어떻게 연결됐는지에 대한 표시를 찾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타조 알 껍질 구슬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했다.
여기에는 지난 5만 년 동안 아프리카 남부와 동부 31개 지역에서 발굴된 1,500개 이상의 개별 구슬에 대한 데이터가 포함됐다. 이 데이터 수집은 느리고 고된 일로 10년 이상이 걸렸다.
석기 시대의 기후 변화와 사회 관계망
밀러와 왕 박사는 모든 OES의 전체 직경과 구멍 직경 및 알 껍질 두께와 같은 특성 비교를 통해, 5만 년 전에서 3만 3000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 동부 및 남부 사람들이 거의 동일한 OES 구슬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3,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두 지역 사람들이 그 당시 장거리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왕 박사는 “연구 결과는 놀라우나, 패턴은 분명하다”고 강조하고, “우리가 조사한 5만 년 동안을 통틀어 구슬의 특성이 동일한 기간은 이 시기뿐”이라고 밝혔다.
5만~3만3 000년 전의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의 연결은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사회관계망으로서, 이는 특히 동부 아프리카의 습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지역 네트워크는 3만 3000년 전부터 사라지게 되는데, 그 원인은 지구 기후의 중요한 변화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관계망이 무너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동부 아프리카는 열대우림대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강우량이 극적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잠베지강 유역의 넓은 지역은 반대로 비가 증가해 주기적으로 강둑이 범람했고, 지역 사회관계망을 방해하는 지리적 장벽이 생겼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왕 박사는 “고환경을 알 수 있는 대용물과 기후 모델 및 고고학 자료를 조합해 기후 변화와 문화적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슬로 이야기를 엮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연결 관계에 대한 5만 년의 긴 이야기와, 사람들을 갈라놓은 극적인 기후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 데이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구슬 사용의 궤적을 기록함으로써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 간의 다양한 사회 전략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같이 지역적으로 달리 나타나는 반응들은 인간 행동의 유연성을 부각시키고, 인류 성공의 길에 하나 이상의 경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밀러 박사는 “이 구슬들은 작지만, 우리의 과거에 대해 커다란 이야기를 밝혀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더 큰 자료를 구축해 새로운 지역에서의 문화 연결에 대한 증거를 계속 탐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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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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