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주는 ‘경계색’
색은 알록달록하고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만 해 귀여운 '독화살 개구리'는 독벌레들을 잡아먹고 체내에서 모은 독을 피부로 분비한다. 이는 치명적인 독이라 이를 해독할 수 있는 특별한 포식자 외에 대부분의 다른 개구리들을 잡아먹는 포식자들은 독화살 개구리를 잡아먹지 않는다.
독화살 개구리의 눈에 띄는 색이 포식자들에게 ‘신호’로 작용해 피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른바 ‘경계색’으로 부르는 현상이다. 이는 독화살 개구리들에게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좋은 전략이지만 포식자들 입장에서도 이렇게 위험한 먹이를 미리 알아채고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전략이 된다.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는 포식자들은 경계색 외에도 먹잇감이 살고 있는 식물종을 ‘신호’로 감지해 위험한 먹이를 피한다고 보고했다. 개쑥갓(Senecio) 속 식물 (이하 ‘개쑥갓’) 위에 사는 진홍 나방(Cinnabar moth) 애벌레에 대한 이야기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야생의 새들이 개쑥갓 위에 사는 진홍 나방의 애벌레를 먹지 않는데, 이것이 애벌레의 경계색 외에도 개쑥갓의 노란 꽃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새들은 학습을 통해 이 행동을 배운다고도 덧붙였다.
독나방 ‘진홍 나방’의 애벌레
진홍 나방 애벌레는 독성을 가진 개쑥갓 위에 살면서 그 잎을 먹어 몸속으로 독이 모인다.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것은 몇 종의 뻐꾸기들뿐으로, 다른 새들은 진홍 나방 애벌레를 먹지 않고 피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이것이 이 새들이 진홍 나방 애벌레가 살고 있는 개쑥갓의 노란 꽃을 보고 피하는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진홍 나방 애벌레를 보통의 다른 애벌레와 비교하는 한편, 개쑥갓을 산딸기(Rubus fruticosus) 종류의 독이 없는 식물 (이하 ‘산딸기’)과 비교했다. 진홍 나방 애벌레와 황록색 보통 애벌레의 색과 크기로 각각 둥근 막대 모양으로 종이를 말아 개쑥갓과 산딸기 위에 고정해 두었다. 애벌레 모양의 종이 막대 안에는 ‘밀웜’을 넣어 야생의 새들이 애벌레를 공격하면 실제로 그 안에 있는 밀웜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밀웜은 반려동물의 먹이나 식용 곤충으로 쓰이는 갈색거저리(Tenebrio molitor)의 애벌레를 말한다.
실험은 야외에서 실제로 개쑥갓과 진홍 나방 애벌레가 사는 지역에서 이미 야생으로 돋아나 자라고 있던 개쑥갓과 산딸기를 대상으로 했다. 주위를 배회하는 야생의 새들은 참새목(passerines), 울새류(robins), 찌르레기과(blackbirds)의 새 등이었다. 연구진은 이 새들이 진홍 나방 애벌레를 피하는 행동이 타고나는 것인지, 학습을 통해 얻는 것인지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이 새들이 자라 둥지를 막 떠나고 아직 야생에 진홍 나방 애벌레가 별로 없는 시기, 둥지를 떠난 새와 진홍 나방 애벌레가 야생에서 개체 수가 늘어나는 시기, 그리고 그 이후 새들이 진홍 나방 애벌레에 대해 학습을 했을 만큼 시간이 지난 시기,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 실험을 반복했다.

새는 진홍 나방 애벌레와 개쑥갓 모두를 피해
실험 결과, 연구진은 먼저, 올려 둔 식물이 어떤 종인지와 상관없이 진홍 나방 애벌레 모양이 황록색 애벌레에 비해 공격을 덜 받았다고 보고했다. 애벌레도 그 종류와 상관없이 개쑥갓 위에 올려둔 쪽이 산딸기 위에 올려둔 쪽에 비해 공격을 덜 받았다.
연구진은 이것이, 개쑥갓 위에 있는 진홍 나방 애벌레가 가장 보호 효과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또한 보통의 애벌레라도 개쑥갓 위에 있으면 다른 식물 위에 있을 때보다 보호 효과가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진홍 나방 애벌레의 경계색이 다른 애벌레에 비해 보호 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개쑥갓 역시 그 위에 사는 애벌레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새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학습해
시기별로 실험을 분석한 결과에서 연구진은, 새들이 둥지를 떠나고 야생에서 진홍 나방 애벌레 개체 수가 늘어날 무렵까지는 오히려 진홍 나방 애벌레 모양이 보통의 애벌레 모양보다 더 많이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 개쑥갓은 애벌레들에 대한 보호 효과가 전혀 없었다. 둥지를 막 떠난 어린 새들은 아직 먹으면 독이 되는 먹잇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눈에 띄는 색을 가진 먹잇감을 먼저 공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간이 감에 따라 학습을 통해 새들은 점차 이것이 경계색이며 피해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이들이 주로 서식하는 식물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분석을 통해 이것이 특히, 개쑥갓의 노란색 꽃이 새들에게 개쑥갓을 구별할 수 있는 시각적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특정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포식자가 독을 가진 곤충이 사는 식물을 보호 피한다는 것을 보인 첫 연구로, 독을 가진 곤충과 이들이 서식하는 식물 사이의 진화적 관계를 암시하는 결과라고 연구진은 그 의의를 설명했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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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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