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간된 ‘세계 수산 및 양식 보고서(SOFIA)’에 따르면 세계 어로어업 생산량은 9,640만 톤인 반면에 양식어업 생산량은 8,210만톤인 것으로 집계됐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수산물을 잡는 양이 양식보다 많기는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바다의 목장이라는 별명답게 양식어업은 인류가 수산물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어로어업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신속한 방법을 제공했다. 하지만 양식어업은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으니 바로 해양오염이다.

양식어업은 주로 해안 근처에서 진행되는데, 사료 찌꺼기나 어류의 배설물이 양식장 바닥에 퇴적되면서 각종 오염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오염으로 인해 양식장과 주변 어장까지 황폐해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양식어업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해양학자들은 과거부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생태통합양식(IMTA)이 새로운 양식어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양식어업으로 주목받는 생태통합양식
생태통합양식은 해상 양식장에서 어류의 배설물이나 어류가 먹고 남은 사료에 의해 오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배설물이나 먹다 남은 사료에서 배출되는 유기물은 패류의 먹이가 되고, 무기물은 해조류의 먹이가 되는 먹이사슬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생태통합양식은 이러한 먹이사슬을 통해 주변 해역으로의 오염물질 확산을 방지하는 친환경 양식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양식업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한정된 어장에서의 고밀도 양식에 따른 생산성 저하 및 대량폐사 같은 문제점을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태통합양식은 바닷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어류 양식장을 설치하고 이어서 차례대로 미역이나 김 등이 자라는 해조류 양식장과 조개같은 패류 양식장을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순서대로 양식장을 설치하는 이유는 어류 양식장에 먹이를 주면 일부 먹이는 그대로 퇴적이 되면서 바닥을 따라 이동한다. 또한 어류의 배설물도 남은 사료와 유사한 방향으로 침전된다.
퇴적된 사료와 배설물에서 나온 무기물은 분해되어 해조류와 식물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유기물 역시 분해되면서 해조류 양식장 옆에 마련된 패류 양식장으로 흘러들어 가 역시 패류의 먹이가 된다.
생존율 및 성장률 모두 생태통합양식장에서 높아
생태통합양식 기술의 선두 주자는 노르웨이와 미국이다. 이들 국가는 자신들이 개발한 생태통합양식 기술을 활용하여 인근 연안에 위치한 양식장들의 환경을 지속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사료에 의해 오염된 연어 양식장에 생태통합양식 기술을 적용하여 수질을 대폭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양식생물의 성장률 및 폐사율, 그리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반면에 미국은 코네티컷주 및 메인주를 중심으로 생태통합양식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의 하구 및 육상과 인접한 연안지역에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연구 활동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장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창의성 교육과 체험활동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생태통합양식 기술이 단지 양식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신 성장산업 육성과 교육프로그램운영, 그리고 일자리 창출 같은 복합 산업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생태통합양식에 대한 연구는 공공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어항을 활용한 어촌관광형 생태통합양식 기술 개발’를 들 수 있다.

연구진은 항구 인근 연안에 원형 양식장을 설치한 후, 보통 우럭이라 불리는 조피볼락을 어류 양식장에서 키웠다. 그리고 옆으로는 참굴 및 해삼을 양식하는 패류 양식장과 다시마 및 모자반을 키우는 해조류 양식장을 조성했다.
그 결과, 조피볼락의 사료 효율 및 생존율이 남해안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참굴 및 해조류의 성장률도 남해안의 일반 양식어장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삼의 경우는 남해안 지역의 씨뿌림양성 방법보다 약 2.7배 정도 빠른 성장을 보였고, 생존율 역시 74%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양식장 오염도는 기존 양식장보다 5.5배 정도 낮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양식장 한 곳만의 결과로는 재현성을 파악할 수 없어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남해군과 통영시 인근 연안에서 계속하여 생태통합양식 연구를 진행했다.
양식장 마다 조금씩 차이는 보였지만 생태통합양식 기술을 적용한 양식장에서는 공통적으로 생물들의 질병발생률이 감소했고, 성장도도 향상됐다. 또한 양식장 주변 환경 등이 개선되어 경제적 이익창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1-12-2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