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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홍재 칼럼니스트
2021-11-30

물리법칙 알면 당구 고수될까? 과학 근거로 경험치 더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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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2021~22시즌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벨기에의 강호 에디 레펜스(SK렌터카)가 왕좌에 오르며 우승상금 1억 원을 차지했다. 레펜스는 같은 벨기에 출신의 세계 최강자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을 꺾고 올라온 신정주(신한금융투자)를 4강에서 돌려세운 후, 결승에서는 대한민국 랭킹 1위 조재호(NH농협카드)마저 세트스코어 4대 1로 물리치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체육시설

당구는 테이블 위에 여러 개의 공을 놓고 큐(Cue)라고 불리는 막대기로 쳐서 룰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이다. 당구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공으로 두 개의 빨간 공을 맞추는 4구나 첫 공을 맞힌 후 벽(쿠션)에 3회 이상 부딪힌 다음 두 번째 공을 맞히는 ‘쓰리쿠션’ 3구 경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유럽대륙과 아시아에서 주로 하는 캐롬(Carom) 종목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테이블에 6개의 구멍을 뚫어놓고 공을 집어넣는 포켓볼(Pocket Billiard)을 즐기는 인구가 많고, 영국 등 영연방국가에서는 22개의 공을 사용하는 스누커(Snooker)의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당구는 조금 특별한 위치에 있는 스포츠이다. 당구장은 국내에 가장 많은 체육시설로, 2020년 기준 17,492개소가 있어 전체 체육시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하는 체육 활동으로 걷기, 등산, 체조, 보디빌딩, 사이클, 수영 등 혼자 하는 스포츠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당구는 9위에 올라있다.

아울러 2014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당구 종목을 다루는 전문방송 ‘빌리어즈 TV’가 개국했는데, 시청률은 계속 변동하고 있지만 대략 축구와 농구보다 높고 야구에 근접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에는 프로당구협회(Professional Billiards Association, PBA)가 출범하여 골프, 축구, 야구, 농구, 배구에 이어 국내 6번째 프로 스포츠가 됐다.

2021~22시즌 휴온스 PBA 챔피언십에서 벨기에의 에디 레펜스(SK렌터카)가 우승을 차지했다. ⓒ PBA

당구경기에 사용하는 당구공은 똑바로 구르기 위해서 완전한 구형이어야 하며 질량분포가 균일하고 완전탄성체에 가까워야 한다. 과거에는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었는데, 이를 대체하려는 노력이 현대문명의 바탕인 플라스틱의 개발을 가져왔다. 현재 당구공은 압축 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전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벨기에 살뤽은 당구계의 코카콜라로 불릴 만큼 철저하게 제작기밀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구공을 치는 데 사용하는 큐는 주로 단풍나무를 만들며, 끝에는 탭이라는 소가죽을 두른다. 탭은 큐와 공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며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초크라는 분가루를 탭에 묻히면 마찰을 더욱 높여 당구공의 회전 등을 더욱 쉽고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당구대의 안쪽 벽면인 쿠션은 탄성 있는 고무 재질을 돼 있는데, 당구대의 파손을 방지하는 역할과 함께 당구공의 운동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방향을 바꾼 후 되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구대의 천은 내구성과 마찰력을 고려해 울과 나일론을 섞은 제품을 사용한다.

물리학 법칙이 지배하는 당구대

당구는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스포츠이다. 당구 실력은 큐로 치는 공(이하 수구)과 수구에 맞는 공(이하 적구)의 이동 궤적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을 칠 때는 정확한 스트로크를 구사하여 정확한 힘과 방향으로 공을 진행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수구의 움직임은 큐와 끝에 달리는 팁의 탄성도, 공의 당점, 치는 힘, 공의 회전력, 당구대의 마찰력, 쿠션의 탄성력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우수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당구경기에서 수구는 적구와 충돌한 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포켓볼과 스누커는 수구로 적구를 맞혀서 구멍에 넣는 경기이기 때문에 충돌 후 적구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캐롬 경기에서는 수구가 적구와 충돌한 후 다시 다른 공과 맞아야 득점할 수 있기 때문에 충돌 후 수구의 움직임 예측이 중요하다.

당구공은 반발계수가 1에 가깝기 때문에 공끼리 부딪히면 완전 탄성 충돌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충돌 후 수구는 적구와 90도 각도를 이루며 분리된다. 예를 들어 수구로 적구의 2분의 1을 맞추면 수구는 진행방향에서 60도 방향으로 꺾이고 적구는 30도 각도로 움직인다. 더 두껍게 수구로 적구의 3분의 2를 맞추면 수구는 70도로 더 크게 꺾이며 적구는 20도 각도로 더 일직선에 가깝게 움직인다. 수구와 적구의 충돌두께가 동일하더라도 수구의 회전방향이나 회전수, 강도 등에 따라 이동궤적은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당구 실력은 당구공 사이 충돌과 이동궤적에 대한 이해에 달려있다. ⓒ PBA

큐로 당구공 중심 아래쪽을 치면 공은 앞으로 전진하지만 공은 위에서 아래로 도는 역회전이 걸린다. 따라서 수구와 적구가 충돌하고 난 후 수구가 뒤로 되돌아오게 되는데 이를 ‘끌어치기’라 한다. 반대로 당구공 중심 위쪽을 치면 공은 아래에서 위로 도는 정회전이 걸려 수구와 적구가 충돌한 후에도 진행 방향을 계속 굴러가는 ‘밀어치기’가 된다. 프랑스어 마세(Masse)에서 나온 맛세이는 큐를 세워서 당구공을 치는 ‘찍어치기’를 가리키는데, 회전을 극대화해 당구공이 직선이 아닌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게 할 수 있다.

당구 초보자들이 범하는 흔한 실수는 당점을 공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두더라도 수구는 큐를 미는 방향대로 직진한다는 생각이다. 실제 당구공에 회전을 주면 스트로크 방향과 공의 진행방향에 차이가 생기는 스쿼트(Squirt)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스트로크 강도가 약하면 공이 회전하는 방향으로 곡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커브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데, 자신의 스쿼트와 커브 각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당구에서는 과학을 근거로 경험치가 더해져야 최고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이 승패를 좌우해

당구는 한 번의 샷으로 득점을 결정짓는 양궁, 사격, 골프와 비슷한 폐쇄 종목 스포츠이다. 일반인들은 당구를 즐기다 보면 경기 중 터무니없이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합상황에 대비하여 오랜 시간 힘든 훈련을 한 선수조차도 이와 같은 실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당구에서 실수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경기가 상대선수와 같은 테이블에서 진행하고, 다른 종목들처럼 서로 번갈아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패해야만 자신에게 기회가 생겨 심리적 압박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당구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예민한 스트로크 기술과 함께 높은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공을 치는 것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 상대방에게 공을 어렵게 주는 디펜스(Defence)로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자신과 상대선수를 비교하거나 점수 격차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면 불안감과 긴장이 높아져 실수가 잦아지면서 본인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경기 내내 자신감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당구는 정교한 기술과 함께 높은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다. 사진은 22개의 공을 사용하는 스누커 경기 모습. ⓒ World Snooker

당구 경기는 다소 근육의 움직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운동생리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당구는 양궁이나 골프와 같이 소근육 위주의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정확한 샷을 구사하여 얼마나 의도한 데로 정확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가의 능력은 뇌로부터 말초근육까지 이어져 있는 신경계의 발달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당구 경기는 짧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보통 800보에서 900보를 걷게 된다. 장시간 동안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일관성 있게 스트로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근력, 근지구력과 같은 체력요인이 바탕이 된다. 당구가 과연 운동이 될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당구를 10분 치면 남자의 경우 평균 40.5Kcal를, 여자의 경우 평균 46.3Kcal를 소비한다. 속보(51.4Kcal)나 댄스스포츠(55.2Kcal) 보다는 못하지만 걷기(41.5Kcal)와 태권도 품세 수련(42.6Kcal), 청소년체조(42.4Kcal)와 비슷한 운동강도로 효과적인 칼로리 소모를 기대할 수 있다.(남상남 외 「당구 참여자들의 운동강도 및 칼로리 소모량 분석」 참조)

김홍재 칼럼니스트
hongjaikim@gmail.com
저작권자 2021-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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