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와 모바일기기 제조사, 그리고 인터넷포털업체 등이 앞다투어 ‘○○페이’라는 이름의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란 지갑에서 현금이나 카드를 꺼내지 않고도 온·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자신의 금융 정보가 들어있는 카드 내역을 한 번만 등록해두면,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 가맹점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편리성과 신속성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처럼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가 새로운 지불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신체 일부까지 활용되고 있어 IT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사람의 얼굴이 간편 결제 수단인 ‘페이스페이(face pay)’다.
지하철 탑승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얼굴 인식 시스템 운영
사람의 얼굴을 지불수단으로 삼는 페이스페이를 도입한 나라는 러시아다. 수도인 모스크바 내 240개 지하철역에 설치된 페이스페이 시스템 덕분에 시민들은 카드나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자유롭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얼굴 인식과 지하철 탑승 방식은 현재 우리나라도 활용하고 있는 자동 체온 측정 방식과 유사하다. 승객이 지하철 입구 앞에 설치된 카메라를 응시하기만 하면 시스템이 얼굴을 인식하여 입장하는 방식이다.
결제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얼굴을 등록할 때 자신의 신용카드도 등록하는데, 이후 승객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얼굴을 인식할 때마다 등록했던 카드에서 자동으로 요금을 결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페이스페이 시스템을 도입할 때만 해도 러시아의 지하철공사와 모스크바시는 제대로 운영이 될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후 불과 하루 만에 25,000명이 가입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3년 이내에 전체 지하철 승객의 15% 정도가 페이스페이를 이용할 것으로 공사와 모스크바시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얼굴 인식률의 향상과 카메라 수의 증가에 따라 페이스페이 이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얼굴 인식을 통한 결제 시스템의 경우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선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 슈퍼마켓인 아마존 고(amazon go)가 유명하고, 그 외에도 주유소나 편의점 같은 일부 소매점에서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도 많다. 하지만 지하철처럼 빠르게 인식해서 결제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개인정보의 유출 문제인데,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다면 운영이 아무리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공사와 시 당국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 이유로 고객의 사진 정보가 암호화한 생체코드로 전환되고, 본래의 사진으로 복원되지도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카메라를 통한 얼굴 인식도 처음 등록할 때 입력한 생체 코드와 일치 여부만 판단하고 폐기되기 때문에 보안 문제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학교 급식과 카드사의 결제 시스템에도 얼굴 인식 활용
얼굴 인식을 활용한 간편 결제 시스템은 아마존의 무인 쇼핑매장인 아마존고로 유명세를 탔지만, 현재는 학교나 카드 회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활용되고 있다. 편리성과 신속성에서 기존의 전통적 결제 방법인 현금이나 카드는 도저히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10여 개 학교가 도입하여 운영 중인 얼굴 인식 급식비 결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학생들의 얼굴을 처음 등록할 때 부모가 소지하고 있는 카드도 함께 등록하는 것만으로 모든 준비는 끝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은 식당에 들어가기 전 길게 줄을 서서 일일이 학생카드나 현금을 사용하여 급식을 먹어야만 했다. 또한, 결제를 돕는 아르바이트생도 별도로 운영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스템 도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식당에 입장하기 전 간단한 얼굴 인식만으로 학생들이 더 빠르게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학교 측이 시스템 도입에 따른 시간 절약을 측정해 본 결과 한 명당 5초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를 500명 정도로 가정했을 때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하면 약 41분 정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급식 시간 효율화 방안이 소개되자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학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는 65개 학교가 얼굴 인식 급식비 결제 시스템 등록을 마친 상태다.
한편 국내에서도 S카드사가 국내 최초로 얼굴인식 결제 시스템인 ‘페이스페이’를 서비스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카드사의 페이스페이는 은행 등에서 카드와 얼굴을 등록한 뒤 얼굴 인식만으로 할인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 번만 등록해두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10년 동안의 노화 과정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얼굴 인식 시스템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페이스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만 한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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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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