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7월 펜실베니아 주 허쉬 시의 변전소에 무인기를 이용한 공격 시도가 있었다. 공격 시도는 실패했고, 범행에 사용된 무인기는 추락해 잔해로 발견되었다. 사용된 무인기는 상용으로 판매되는 DJI 마빅 2로, 이 사건 때문에 수천만 가구가 정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최근 미국 정보계는 이 사건의 상세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용의자와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항들은 미국 국토안보부(DHS), 연방수사국(FBI), 국립대테러본부(NCTC)의 최신 합동 정보 고시를 통해 발표되었다. 또한, 이러한 공격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이버 공격에 더해, 전력망에 대한 새로운 공격 방식이 또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으로 발생한 정전 피해는 복구에 심하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 ABC 뉴스가 합동 정보 고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범인들은 DJI 마빅 2 무인기를 개조해 범행에 사용했다. 무인기에 1.2m 길이의 나일론 끈 두 가닥을 연결하고, 이 끈의 반대편 끝에는 기다란 구리 전선을 연결했다. 정보 전문가들은 범인들이 이 무인기를 변전소 상공으로 저공 비행시키려고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 연결된 구리 전선이 단락을 일으키고, 변압기 또는 배전선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대로 되었다면 인근의 수천 가구에 정전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무인기는 변전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그 인근 건물의 옥상에 충돌, 추락했다. 즉, 무인기 조종사의 조종 실력이 모자라서 이들의 범행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앞서도 밝혔다시피 범인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추락한 무인기에서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자료(내장 메모리, 외부 마킹 등)가 지워져 있었다. 게다가 앞서도 말했듯이 이 무인기는 구리 전선이 달려 있었고, 변전소 근처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이 무인기의 조종사에게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보기가 어렵다.
공격의 배후는 미지수
이 공격의 배후는 누구인가?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일지도 모른다. 이는 미국 민간인들에 대한 본격적 테러 공격의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전략 폭격처럼, 인프라 구조에 대한 공격을 통해 미국 민간인들의 사기와 생산 역량을 저하시키고 미국의 해외 전쟁 수행 역량까지 저하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란은 범행 동기가 뚜렷이 보인다. 2020년 미군은 이란 혁명 수비대의 고위 간부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공습으로 살해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보복 공격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도시도 아닌 펜실베니아의 소도시를 표적으로 정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국내의 테러 집단의 소행일 가능성은 더욱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자생적 테러 집단의 여러 범행이 벌어졌다. 2020년 2월, 큐아논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이 트럭으로 후버 댐을 봉쇄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음모론자가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올 1월에는 어느 약사가 코로나 19 백신이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킨다는 음모론에 심취, 백신을 무단으로 개봉 변조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정치적 극단주의가 SNS를 타고 난무하는 데다가, 이번 공격에 사용된 범행도구(무인기, 전선, 나일론 끈)도 매우 구하기 쉬운 것들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부류의 범행을 저지를 능력이 없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방대한 인프라 구조의 크기와 관료주의가 문제
인프라 구조를 무인기의 공격으로부터 소프트 킬 및 하드 킬 방식으로 방어해야 할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방어해야 할 인프라 구조의 규모다. 미국에는 발전소 7,000개, 변전소 55,000개가 있다. 이 모두를 제대로 지키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이 들 것이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관료주의다. 현재 미국 법률상 무인기 제압용 병기는 정부만이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미국의 전력 인프라 중 상당 부분은 민간 기업이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법률을 고치지 않는 한 민간 기업에도 무인기 제압용 병기를 배치할 수는 없다. 그리고 무인기는 시속 160km 이상의 속도로도 날아갈 수 있다. 경찰이나 군에 신고한다고 해도 적시에 대응할 수 없을 수 있는 것이다.
-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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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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