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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영어 유창함에 앞선 당당한 영어…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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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기술적으로는 항공우주에 관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업적으로 본다면 항공우주뿐만 아니라 세계 경쟁력을 갖추고 진출하려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제언이다.

BTS(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가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에 도움되는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도움이 되는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문화의 세계적인 인지도 상승이 개별 기업의 해외 활동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필자 역시 업무 현장에서 익히 경험하고 있다. 어색할 수도 있는 첫 업무 만남에서 얼음을 깨는 역할을 확실히 해준다.

완벽히 똑같이 생긴 어떤 첨단 기기에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미국의 어느 신생 기업 마크가 붙은 것과 어느 저개발 국가의 기업 마크가 붙은 것의 경쟁력 차이는 무척 크다. 미국 기업들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그 문화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바로 그 문화 강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으며, 그 직접 혜택은 연예 기획사나 문화 창작물 제작자들이 보고 있지만 우리네 여러 기업들도 간접 수혜를 분명히 누리고 있다. (BTS를 직접 만날 일이 있을까마는, 정말이지 고마움을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뭔가 섭섭함을 넘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경향 하나는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특히 예능이라는 부제로 불리는 방송들의 상당수가 은연중에 영어 숭배 또는 영어 공포증을 조장하고 있으며, 그 정도는 한국 문화의 저변 확대와 반대 방향으로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땅에서 나고 자랐으니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다. 영어를 가지고 해외 진출을 할 사람들이 아니면 영어를 잘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의무도 없다. 우리나라에 여행이나 일을 하러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내 사업을 펼칠 것이 아니라면 그들이 영어로 내게 뭘 물었을 때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 영어 못한다고 우리말로 말하고 그냥 웃고 넘어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나라에 온 그들은 정작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피차일반이다.

아점이라는 좋은 우리말 두고 굳이 브런치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사대주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파게티를 포크가 아닌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우리가 문화 강국에 들어서고 있으니 이를 기회로 국수주의로 가자는 말이 결코 아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 축구 대표팀이 4강까지 이른 여러 이유들 중 큰 것 하나는 히딩크 감독이 남미나 유럽 강팀들에게 미리 주눅이 들지 말라는 태도 변화 주문이었다.

권투나 종합 격투기를 시작하기 전에 보면 두 선수 간의 기 싸움(또는 눈싸움)이 대단하다. 기업의 경쟁은 흔히 전쟁에 비유한다. 그런데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언어 하나 때문에 상대에게 기가 죽고 들어간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비영어권 국가들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능력 조사 결과를 보면 상위권에는 대체로 유럽 국가들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32위에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10위이고 일본은 55위다. 일본을 이겼으니 좋고, 싱가포르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자는 식의 말은 크게 의미가 없다. 다만, 현대사에서 영어의 비중이 커졌음은 엄연한 현실이고, 기업이나 국가의 국제 경쟁력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 영어를 써야 하는 담당자들이 영어를 당당한 자세로 더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써야 하는 업무에서 말수가 크게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지적한 영어 숭배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혹시 말을 잘 못하면 부끄러울 것이라는 마음을 미리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문이 잘 트이질 않는다.

미리 말하자면 영어에는 표준어가 없다. 영국 런던의 영어는 영국 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세계 공용어 자리를 차지한 영어의 입장에서는 그냥 특정한 나라의 특정 지역 억양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굳이 뉴요커식 영어를 따라 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그냥, 또박또박 말하고, 문법 신경 쓰고, 모음이 발달한 우리말과 달리 자음이 발달한 영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단어의 강세를 정확하게 하겠다 정도의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말문이 트이면 듣는 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따라서 말문을 어서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당신들과 대화하기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의 상당 부분을 들여 별도로 영어 공부도 했다는 당당함만 갖추면 말문은 저절로 열릴 수 있다.

다른 사업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종사자라면 영어 표현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 수식과 그림을 동원하면 대화가 훨씬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차라리 수다가 더 좋지 어색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비롯되는 과묵함은 결코 좋지 않다.

영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 담당자가 기본적인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당당한 영어만 구사한다면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해질 수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돈 칼럼니스트
nicedawn@gmail.com
저작권자 2021-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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