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바이킹(Viking)’은 지금의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가 위치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살았던 북 게르만족 노르드인을 말한다. 노르드어를 사용하던 이 사람들은 8세기에서 11세기 사이 항해를 하며 영국과 지중해를 비롯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지를 다니며 교역이나 약탈을 했다.
‘바이킹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이 시기에 바이킹들은 멀게는 북아메리카에까지 이르렀는데, 당시의 배 기술로 그렇게 먼 항해를 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 사실은 1960년대에 캐나다 동부의 유적지 ‘랑스 오 메도우즈(L'Anse aux Meadows)’에서 바이킹의 거주지가 발견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바이킹이 이 지역에 거주한 시기가 정확히 언제였는지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11세기 초 북아메리카로 진출했던 바이킹
최근 ‘네이처’지에는 이 유적지에 남아있는, 바이킹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잘린 나무들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은 나무에 ‘태양 폭풍’의 흔적이 남아 있고,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바이킹들이 이 나무를 잘라 사용한 시점은 1021년쯤일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한 것이 적어도 콜럼버스의 항해를 4세기 앞서는 시점임을 시사한다.
연구에는 바이킹들이 사용했던 나무들이 잘린 시기를 특정하기 위해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사용했다. 대기 중의 탄소는 C-12가 99%가량, C-13가 1%가량, C-14가 아주 소량으로 존재하며, 이 비율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탄소를 이용하는 동물과 식물들의 체내에는 공기 중과 같은 비율로 탄소가 존재한다. 이들이 죽은 뒤에 체내에 남은 탄소 중 방사성 탄소 C-14는 붕괴를 시작하는데, 반감기는 대략 5700여 년이다. 연구자들은 이 성질에 더해 나이테 분석과 같은 기타 정보를 통한 보정을 함께 이용해 동식물들이 죽은 시점이 언제쯤인지를 추정할 수 있다.

태양 폭풍은 지구 대기 중에 방사성 원소들 비율을 높여
논문에서 연구진은 993년쯤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태양 폭풍(solar storm)’을 보정에 사용했다. 태양 폭풍은 태양의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태양 표면에서 굉장한 빛과 에너지가 표출되는 ‘플레어’가 발생해 커다란 바람과 같이 강력한 자기장과 방사능 등으로 지구에 대규모의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 대기에는 이 영향으로 방사성 탄소 C-14의 비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993년에는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방사성 탄소는 평년보다 수 배 더 높았던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먼저 나무 표면의 방사성 탄소를 분석해 나무가 잘린 시기가 대략 서기 1019~1024년 사이일 것으로 특정하고, 태양 폭풍이 있었던 당시에 생성된 나이테를 추적해 나무가 잘린 것이 그로부터 28년 이후임을 알아내 나무가 잘려 사용된 것이 1021년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바이킹들 원주민들과 교류했을까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바이킹이 북아메리카로 이주해 와서 거주한 것이 적어도 11세기 초일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에 진출한 것이 매우 이른 시기였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바이킹들이 북아메리카에 거주하면서 원주민들과 혈연관계로 섞이고, 문화를 전달하고, 또는 새로운 질병을 서로에게 노출시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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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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