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 중과 수중은 물리적인 환경이 크게 다르다. 저항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공기 저항에 비해 물의 저항은 약 800배나 된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강해지는 수압도 문제다. 이는 군용 총기를 설계할 때도 매우 까다로운 문제였다.
대기 중과 수중의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육상용 총기는 수중에서 충분한 위력과 사거리를 갖기 어려웠고, 그 반대도 성립했던 것이다. 때문에 육상과 수중에서 모두 총을 쏴야 한다면 육상용 총기와 수중용 총기를 모두 챙겨가는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다.
러시아는 이러한 비효율을 수륙양용 총기를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지난 2000년경 개발된 ASM-DT 수륙양용 소총은 하나의 총기에 육상용과 수중용 탄약을 별도로 사용함으로써 이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 총의 수중용 탄약은 육상용 탄약에 비해 너무 컸다. 때문에 총기 본체도 그만큼 커져야 했고, 수중용 탄약을 담은 더 큰 수중용 탄창을 끼우기 위해 탄창 삽입공도 특수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지난 2005년 러시아의 KBP사에서 개발, 2009년부터 실전 시험에 들어간 5.45mm 수중용 탄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ASM-DT의 수중탄과는 달리, 이 수중탄은 보통탄에 비해 탄두가 약간(3.5mm) 짧고, 전반적인 형상도 물의 저항을 고려해 조금 다르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존 육상용 탄약과 같은 탄창, 약실, 총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이러면 총기를 설계할 때도 그만큼 신경쓸 부분이 적어지기 때문이었다.
러시아 방위산업체 로스텍 사의 자회사인 고정밀 병기사가 개발하여 2013년부터 생산 중인 ADS 소총은 바로 이 수중탄을 사용하여 육상과 수중 모두에서 효과적인 사격이 가능하다. 육상에서는 기존의 5.45×39mm 보통탄을 사용하여 약 500m의 사거리를 확보한다. 그리고 수중에서는 탄을 5.45×39mm 수중탄으로 갈아끼우기만 하면 수심 30m에서 사격할 시 25m의 유효사거리를 낼 수 있다.
보통탄과 수중탄 모두 러시아군 제식소총인 AK-74의 탄창을 그대로 사용하므로 설계 및 제작, 운용 효율성이 뛰어나다. 이러한 ADS의 수중탄은 2005년에 개발되어 2009년부터 실전 시험에 들어갔다고 한다. ADS에는 유탄발사기도 장착되어 있지만, 수중용 유탄까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미 러시아는 이러한 수중총의 설계에 상당한 이력을 갖추고 있다. 구소련이 1970년대에 개발해 아직 운용 중인 APS 수중총은 기다란 강철 화살을 발사하는 구조로, 수심 5m에서 30m의 유효사거리를 낸다(다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수압으로 사거리는 짧아진다). 육상에서도 100m의 유효사거리를 낼 수 있다. 다만 총열에 강선이 없기 때문에 정확성은 꽤 떨어졌다.
이러한 수중총은 잠수 공작원의 호신용으로 상당한 쓸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러시아 등의 나라는 사람의 체력으로는 제압이 어려운 돌고래 등의 바다 생물을 훈련시켜 항만 경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중총은 이러한 바다 생물 제압에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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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0-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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