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물속에서 호흡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중 호흡기(SCUBA,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를 이용해 숨을 쉬며 바닷속을 탐험하는 해양 레저스포츠이다. 깊은 바닷속에는 지상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풍광이 펼쳐지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물고기 등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수중세계 탐험이 가능하다.
스쿠버다이빙이 인기를 끌면서 안전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강원도 속초시 영금정 북동방 약 1.2km 해상에서 스쿠버다이빙 중 갑자기 호흡이 어려워 수심 26m에서 급상승한 다이버를 속초해경이 구조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같은 날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받던 사람이 보트와 충돌해 중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년간 강원도 동해안에서만 스쿠버다이빙 사고로 1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올해 들어서도 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바닷속 탐험을 위한 필수 장비들
인류가 오랫동안 꿈꾸던 깊은 바닷속 탐험을 가능하게 해준 스쿠버다이빙 장비는 1947년 프랑스의 발명가 에밀 가냥과 해군 출신의 해저 탐험가 자크 쿠스토에 의해 발명됐다. 기존에는 공기 호스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잠수했는데 호스가 길어지면 원활한 공기 공급이 어려웠고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가냥과 쿠스토는 공기통을 등에 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이들의 발명품은 ‘수중허파(Aqualung)’라 불릴 정도로 인류의 바닷속 탐험에 자유와 혁신을 선사했다.
1950년대부터 스포츠로 보급되기 시작한 스쿠버다이빙은 1970년대 장비들이 현대화되고 안전하게 개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과 같은 해양 스포츠가 발달하기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데, 아쉽게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은 평균수온이 20℃가 넘는 6월부터 10월까지 많이 행해진다.
스쿠버다이빙에 입문하면 18m 미만의 수심에서 수중세계를 탐험하는 ‘스포츠다이빙’부터 시작한다. 중·상급 다이버가 돼야 수심 30m까지 들어가는 ‘심해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30m를 넘어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다이버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처럼 심해다이빙보다 더 깊게 잠수하는 걸 ‘테크니컬다이빙’이라 부른다.

스쿠버다이빙 하면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비는 공기통이다. 간혹 용접할 때 사용하는 산소통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쿠버다이빙할 때는 대기 중 공기처럼 질소와 산소를 혼합한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통이 정확한 명칭이다. 공기통은 보통 11L 용량을 최대 3,000psi(211kg/㎠, 207bar)까지 충전해 사용한다. 1기압이 1.013bar이기 때문에 대략 200L 용량의 드럼통 11개에 담긴 공기를 압축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물속에서 30~40분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물은 공기보다 체온을 25배나 더 빨리 뺏어가기 때문에 잠수복도 매우 중요하다. 잠수복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온하는 동시에 수중생물이나 바위 등으로부터 피부가 다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온에 따라 재질과 두께가 달라지며, 적절하게 선택해야 체온 손실로 인한 사고 예방할 수 있다. 물이 들어오는 습식 잠수복(Wet Suit)이 입고 벗기가 편하지만 온도가 낮은 곳에서 장시간 잠수할 때는 반드시 건식 잠수복(Dry Suit)을 사용해야 한다.
이 외에도 다이버가 숨을 쉴 수 있도록 공기통 속 공기 압력을 조절해 보내주는 호흡기(Regulator), 잠수복 위에 입어서 공기를 넣거나 빼내 부력을 조절하는 부력조절기(BCD, Buoyancy Control Device), 다이버가 이동할 때 추진력을 도와주는 오리발(Fin), 공기통에 남아있는 공기량을 보여주는 잔압계와 수심을 나타내는 수심계 등 다양한 장비가 필수이다.
수영 못해도 자유로운 수중 유영 가능해
스쿠버다이빙은 과학적인 장비에 의존하는 스포츠이다. 공기통 등 장비들이 무겁고 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빌려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이빙 장비를 빌려주고 트레이닝을 제공하며 최고의 지역 포인트의 안내 등 역할을 하는 곳을 ‘스쿠버 리조트’라 부른다. 혹시라도 장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다이빙 활동은 준비 운동에 앞서 장비 점검으로 시작된다.
스쿠버다이빙에서 자유로운 유영은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영은 물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지만 스쿠버다이빙에서는 아무런 힘을 안 준 편안한 자세에서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게 된다. 무거운 웨이트를 달거나 공기를 넣거나 빼는 부력조절기를 사용해 바닷속에서 위로 뜨거나 반대로 가라앉지도 않도록 중성부력을 맞추기 때문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 손은 주로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며, 이동할 때는 다양한 킥 동작을 활용한다. 가장 기본적인 플러터 킥(Flutter Kick)은 마치 걷는 동작과 같이 천천히 허벅지를 움직여 물장구를 치는 방법으로 유체저항을 가장 덜 받기 때문에 앞으로 추진하는 데 적합한 킥이다. 프로그 킥(Frog Kick)은 수영의 평영 발동작과 비슷한 데 체력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 뒤로 후진하는 백워드 킥, 방향전환을 위한 헬리콥터 킥 등을 구사한다.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면 수중환경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가장 중요하면서 급격한 변화는 ‘압력’이다. 물밖에서 사람은 1기압의 대기압을 받는데, 평소 압력의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며 생활한다. 그런데 물속에 들어가면 대기압에 해수에 의한 압력까지 추가돼 압력의 영향이 급격히 커진다. 물속으로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증가해 수심 10m에서는 2기압을, 30m에 4기압을 받게 된다.
보일의 법칙에 따라 일정 온도에서 기체의 부피는 절대압력에 대해 반비례한다. 따라서 압력이 커지면 부피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대기 중에서 2L 용량의 폐트병은 수십 10m에서는 2기압을 받아 1L로 줄어들고, 수십 30m에서는 4기압을 받아 4분의 1인 0.5L로 쪼그라든다.
신체의 조직은 주로 물이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 시 외부압력 증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폐와 기도, 중이, 동공, 부비동 등은 다이빙 깊이에 따라서 용적과 압력이 크게 달라져 압착으로 인해 통증과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코를 잡고 공기를 불거나 침을 삼키는 등 방식으로 신체 내부와 외부의 압력 평형을 맞추는 ‘이퀄라이징(Equalizing)’을 반드시 해야 한다.
수면으로 급격한 상승이 최고의 금기
수심이 깊어질수록 ‘온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바닷물의 온도 저하에 따라 체열 생성을 위한 생리적 반응이 활성화되는데, 수심이 깊어지면서 불수의적인 강직성 근육 활동, 리드미컬한 근육 떨림, 말초 현관의 수축, 발한 억제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체온 유지를 위한 추가적 열 생성을 위해 속 근섬유 동원이 증가하고, 근육 글리코겐은 따뜻한 환경보다 차가운 물 속에서 더 빠른 속도록 사용된다고 한다. 바닷속에서는 체온 조절을 비롯한 신체 생리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하게 신체에 부담을 줌으로써 수중운동성 피로가 현저하게 증가한다.
낮은 수온은 심장 순환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혈관이 확장하면서 심박수가 증가한다. 심박수는 피부의 평균 온도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 수심이 낮아짐에 따라 수온이 낮아지면서 심장 박동이 급격히 감소한다. 깊은 바닷속에서는 심장이 분당 60회 미만으로 뛰는 서맥 현상이 나타나는데, 신진대사가 줄어들어 물속에서 더 오래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속 기체의 농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헨리의 법칙에 따라 일정한 온도에서 액체에 녹아들어 가는 기체의 양은 그 기체의 부분압에 비례한다. 인체는 대부분 액체로 구성돼 있으므로 수심 10m 2기압에서 호흡하게 되면 1기압보다 2배 많은 기체가 우리 몸속으로 녹아들어 간다.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산소 중독 증상에 의해 근육경련, 멀미, 현기증, 호흡곤란,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질소의 경우 과다하게 농축되면 흔히 잠수병이라 불리는 감압병(DCS, Decompression Sickness)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감압병은 물속 깊이 잠수했다가 급격히 상승할 때 신체 내 조직이나 혈액 속에 녹아있던 질소가 과포화하면서 발생한다. 관절 근처 특히 지방조직 내에서 기포가 생성돼 심한 관절통이 발생하며, 혈관 내에서 발생하면 뇌, 척수 부위로 혈액 공급을 차단하여 손발의 마비, 하반신 불수, 질식 등을 가져올 수 있다.
다이버가 깊은 바닷속에서 급상승할 경우 폐의 국소에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팽창하여 폐포가 터지면서 공기가 혈관 속으로 유입되는 ‘동맥 공기색전증(AGE, Arterial Gas Embolism)’이 나타날 수 있다. 혈관 속 공기는 경동맥을 통해 뇌로 올라가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할 수 있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된다.
감압병과 공기색전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분당 9m의 상승 속도를 지켜야 한다. 체내에 포화된 질소를 배출하기 위하여 상승할 때 수심 5m 지점에서 약 3~5분간 정지하여 감압하는 ‘안전감압 정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는 초보보다 경력이 있는 다이버들 사이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김홍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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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8-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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