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에 위치한 한국나노기술원에서는 양자기술 연구개발과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행사인 ‘미래양자융합포럼’이 개최되었다. 양자기술이라고 하면 머나먼 미래에서나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통신이나 컴퓨터 등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양자기술은 통신이나 센서, 또는 컴퓨터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 판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과 EU, 일본 등은 양자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해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잇달아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4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국제 공동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첨단산업의 공동연구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할 때 이를 검토하고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연구기관이 바로 고등과학원(KIAS)이다. 국내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1996년에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이론 기초과학 연구기관
서울 홍릉에 위치한 고등과학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이론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고등과학원의 설립 목적은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수행 및 새로운 기초지식 창출 △국가 기초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할 신진 과학인재 양성 △국내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적 도약 선도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설립목적은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부응할 창조적이고 선도적인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수립되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기초과학 기술의 발전을 선도할 미래형 과학기술 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함을 그 임무로 하고 있다.
고등과학원은 프린스턴고등연구소(IAS)를 모델로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만 해도 예산 및 미래 방향성을 놓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딛고 고등과학원은 오늘날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연구소로 성장했다.

고등과학원은 현재 3개의 학부로 구성되어 있다. 3개 학부는 수학부와 물리학부, 그리고 계산과학부로서 각 학부에는 국내·외 최고의 과학자들이 초빙되어 있다.
단순히 우수 과학자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최신 주제에 대해 국제학회가 수시로 개최되며 방문연구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인해 고등과학원은 국내·외 저명 과학자들이 방문을 선호하는 세계적인 연구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등과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는 호기심이 유일한 동기가 되는 순수이론 연구가 대부분이다. 호기심이 주도하는 연구는 창조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과학계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창조성을 제고하는 데에 있어서 고등과학원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등과학원의 좌우명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라’이다. 불가능한 것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상상력이므로,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창조케 한다는 의미다.
고유사업 외에도 인공지능 및 양자과학 분야도 연구
고등과학원은 기관의 고유사업과 더불어 기관의 과학적 비전을 확충시키고자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국제적 역량을 가진 연구진과 효율적 연구지원체계, 그리고 진보된 과학 네트워크의 기반을 토대로 운영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고등과학원이 기초과학 연구의 선구자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오픈 KIAS 센터 △거대수치계산연구센터 △수학난제연구센터 △양자우주센터 △AI 기초과학센터 △기타 연구과제 등이 있다.
오픈 KIAS 센터는 국내 과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고등과학원은 2013년에 국내외 연구기관 및 대학의 유능한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오픈 KIAS 센터를 설립했다.
오픈 KIAS 센터는 국내활동을 위해 개설된 전신인 ‘오픈 KIAS 프로그램'에서 국제교류협력까지 범위를 확장시킨 기관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KIAS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유수 과학인들을 초청하여 학술교류와 협력을 장려하는 한편, 교육기부를 통해 고등과학원의 세계적인 연구기반을 대중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학난제연구센터는 다양한 수학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등수학연구센터다. 세계 수학계의 메카 역할을 수행하고, 연구 능력이 검증된 글로벌 인재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표출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수학난제연구센터는 수학난제 해결을 중심으로, 국제적 리더십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의 수학위상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반면에 양자우주센터(QUC)는 물질과 그 상호작용의 특성, 그리고 양자정보 및 양자수학 분야의 새로운 통찰력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두는 연구센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양자우주센터의 연구 활동을 통해 자연 현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연구결과들을 새롭게 변화하는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올해 설립된 AI 기초과학센터는 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이해를 통해 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연구 개발하고 이를 각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지능은 생명체의 뇌를 구성한 신경망의 활동을 통해서 창발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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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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