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연구시설의 전략적 구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 수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핵심장치와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개발(R&D)을 통해 대형연구시설 구축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발간한 기술동향브리프 ‘대형연구시설구축-중이온가속기를 중심으로’를 통해 이 같이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형연구시설 구축사업의 계획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Rare isotope Accelerator complex for ON-line experiment)의 경우 2017년 완공이 목표였으나, 핵심 장치의 R&D 지연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완공 시기, 구축 범위, 사업비 등이 조정됐다. 중이온가속기는 천체물리학, 핵물리학 등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구축・운영되는 장비로 기초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에너지・의료・농업 등 산업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는 주요 대형연구시설이다.

보고서는 중이온가속기의 잦은 사업 계획 변경 원인을 대형연구시설 구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되는 로드맵이 없는 부분에서 찾았다. 우리나라는 대형연구시설의 체계적 구축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국가대형연구시설구축지도’를 수립(2010년, 2012년) 했으나, 최신화 되지 않아 현재 연구 인프라 전반에 대한 로드맵은 부재한 상황이다. 또 2020년 3월 발표된 ‘대형가속기 장기 로드맵 및 운영 전략’에는 현장의 의견 수렴 여부 및 절차, 계획이행 여부 점검 및 효과 분석, 내・외부 환경 변화를 반영한 업데이트 계획 등은 제시돼 있지 않다. 이와 함께 관련 자료들이 부처・기관에서 산발적으로 관리돼 사업관리 경험・노하우 등이 체계적으로 축적되고 있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성숙하지 않은 개념설계 단계에서 대형연구시설 구축사업의 사업추진 여부가 결정되고 총사업비, 기간이 확정됨에 따라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연구 현장의 대형연구시설 구축 수요를 확인・반영해 구축 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업데이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핵과학자문위원회(NSAC, Nuclear Science Advisory Committee)가 ‘핵과학의 중장기계획’(LRP, Long Range Plan for Nuclear Science)을 수립해 향후 10년간 관련 분야의 발전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지속적으로 제시・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미국 중이온가속기 FRIB 구축 프로젝트는 안정적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범유럽 차원의 연구 인프라에 관한 유럽전략포럼(ESFRI, European Strategy Forum on Research Infrastructure) 역시 ‘ESFRI 로드맵’ 수립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유럽에 구축・업그레이드되는 연구 인프라에 대한 계획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보고서는 “1980년대 이후 노벨과학상 수상자 4명 가운데 1명은 가속기를 활용한 과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할 만큼 첨단 대형연구시설의 구축・활용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 창출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대형연구시설 구축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범국가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황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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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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