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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와 우주 개발 우주는 경쟁의 공간임과 동시에 꿈과 호기심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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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우리나라 로켓 기술 개발의 42년 족쇄로 작용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었다. 7월 4일에는 우리 군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 발사 시험에 세계 8번째로 성공했다는 반가운 뉴스가 나왔다. 같은 날, 우리나라가 유엔 무역개발회의 결과에 따라 선진국 그룹으로 공식 분류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SLBM에서 우리보다 앞서 성공한 7개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북한이다. 북한이라는 독특한 나라를 제외한다면, 다들 선진국 또는 강대국이다. 우리도 이제 그 대열에 확실히 들어섰다고 자신할 수 있다. (엄청나게 민감한 주제인 핵무기는 우주 얘기에서 잠시 제외하자.)

발사체의 사거리와 탑재 중량을 제한해왔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지난 수년간 단계적 과정을 거쳐 완전 폐지됨으로써, 군사뿐만 아니라 우주 개발 관점에서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라는 워낙 큰 뉴스에 살짝 가려진 감도 있는데, 당시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 NASA가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에 우리나라도 참여하게 되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4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다시금 성공시키고 이어서 달 상주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한다. 아폴로 유인 달 탐사 이래 50여 년이 흘러 또다시 야심차고 규모가 훨씬 더 큰 계획이 추진되는데 우리도 여기에 참여하는 10개국 중 하나가 되었다.

20세기에는 미국과 소련이 엄청난 경쟁을 하였고, 지금은 그 경쟁자가 미국과 중국으로 바뀐 양상이다. 물론, 구소련의 기술을 고스란히 가진 러시아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고, 일본도 차근차근 우주 경쟁력을 쌓아오고 있으며 인도는 자력으로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낸 수준에 이르렀다.

달과 여러 행성(특히 화성)을 비롯한 우주 공간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을 보자면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나 과거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경쟁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멀쩡히 사람들이 살던 땅을 정복자랍시고 자기들 마음대로 나눠 가진 것과, 아직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생물의 공간에 대한 경쟁이라는 점 정도의 차이뿐.

과학기술의 자존심 경쟁임과 동시에 무형, 유형의 자원 경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현재의 우주 개발 상황이다. 무형의 경쟁은 궤도에 대한 선점이고, 유형의 경쟁은 희귀 자원 개발 등에 관한 것이다. 우주라 하면 지구에 비해 무한히 클 것만 같지만 가장 효율적인 궤도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고속도로처럼 한정된 공간이 우주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우주 개발, 협력과 경쟁 ⓒpixabay

우주 개발에 대한 경쟁과 도전은 국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사이에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스페이스 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은 이미 나름의 기술과 사업성을 쌓고 있다. (물론, 창업자들의 유명세가 회사 이름을 알리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사체나 위성 또는 지상 서비스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우리 내수 시장 규모가 기존 우주 강국들에 비해 많이 작고 그와 관련한 투자나 지원이 다소 미흡하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개발 제한이 풀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더 많은 창업과 도전과 지원, 그리고 활발한 세계 시장 진입이 기대된다.

2021년 현재까지의 우주 시장은 크게 지상 장비, 위성 및 발사체, 그리고 위성 정보 서비스로 나뉜다. 그런데 우주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시장들이 있다. 우주 관광과 우주 공장이다.

불과 10여 분 정도의 우주 공간 체험을 위해 몇억 원의 돈을 내고 긴 예약 줄에 들어선 부자 우주 관광객들이 이미 많다. (어느 한 회사는 이미 600명의 예약을 확보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여러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에 의해 기존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안전한 발사체 형태로 실현되면 여행 단가는 더 내려갈 것이고 관련 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우주 관광이 아직까지는 약간은 ‘그들만의 놀이터’로 인식될 수 있지만, 인류 전체에게 보다 광범위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우주 공장은 이제 막 문을 열고 있다. 정해진 궤도라는 측면에서는 우주가 생각보다 좁지만, 공해성 산업을 우주로 올린다면 우주는 대단히 큰 가용 공간이 될 수 있다. 가상 화폐 채굴로 인한 막대한 전력 사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열이 지구에 쌓인다는 장기적 단점이 있다. 고성능 계산이나 인공 지능 등 무지막지한 속도로 불어나는 컴퓨터 사용량과 이로 인한 열 누적 피해는 이들을 우주 공간으로 올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을 활용하면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 위에서는 무척 어렵게 만들어야 했던 고순도 신물질이나 신약 개발을 할 수도 있다.

우주는 이처럼 많은 가능성을 주며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주 자체는 인류가 지성에 눈을 뜬 이래 늘 꿈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동경의 공간이기도 하다.

김상돈 칼럼니스트
nicedawn@gmail.com
저작권자 2021-07-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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