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점모시나비는 멸종위기종 곤충이다. 하얀 날개에 찍힌 빨간 무늬 때문에 붉은점모시나비라는 이름이 붙은 이 나비는 다른 나비들과는 달리 만물이 얼어붙는 계절에 생을 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러시아 고지대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나비는 그 희소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생물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붉은점모시나비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한 상황이다.
이처럼 붉은점모시나비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지만, 사람이 인위적으로라도 보호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사람의 질병 중 하나인 치주염을 치료할 수 있는 유용한 물질을 있어서다.
치주염이란 이를 둘러싼 잇몸과 그 주위 조직에서 나타나는 염증을 말하는 것으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치아까지 빠질 수 있는 질병이다. 붉은점모시나비의 체내에는 치주염을 유발하는 유해 세균을 억제하는 항균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멸종위기종 생물을 보호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멸종 위기에 몰린 생물을 발견해야 하고, 이를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즉시 대책이 마련되어져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추진하는데 있어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국민의 83%는 멸종위기에 몰린 생물들의 가치를 잘 알고 있고, 88%는 이들을 보호하는 활동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반적으로 멸종위기 생물종에 대한 국민 인식이 양호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설문조사는 환경부 산하 기관인 국립생태원이 수행했다. 국립생태원은 생태연구를 선도하고, 생태가치를 확산하는 교육과 전시 업무를 담당하는 생태 종합기관으로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연 생태계 보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3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출범했다. 자연생태계 보전 및 생물다양성, 그리고 야생생물 관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국토환경보전 기본정책 수립에 생태전문기관으로의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생태조사와 관련된 연구 및 조사는 현재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과 경북 영양의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두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또한, 생태계 복원에 관한 연구 및 기술개발은 물론 동·식물 등 생태관련 전시, 체험 및 홍보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생태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생태관광사업, 그리고 생태지식문화도서 출간 등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 걸쳐 생태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생태 분야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국립생태원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의 종합생태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연간 100만 명의 관람객이 자연을 만나고 자연을 배우는 생태문화확산의 허브로서, 지역경제 및 생태관광 활성화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문제, 그리고 미세먼지 같은 환경보건 문제 등의 발생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환경 등 사회 전반에 생태분야 전문가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국립생태원의 역할과 사회적 요구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방지 위한 지침서 발간
국립생태원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면 최근 발간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 참여 조사 지침서’를 검토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투명 유리창 등 인공구조물에 의해 폐사하는 야생조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발간된 자료다.
이번에 발간된 지침서에는 야생조류 폐사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조사하는 방법과 조사 결과를 기록하는 방법 등을 알기 쉽게 담고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야생조류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야생조류가 유리창에 충돌하는 이유를 투명유리의 특성과 조류의 생태적 측면에서 설명한 지침서 내용은 반드시 숙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야생조류는 안구가 측면에 위치해 원근 구별을 위한 시야의 범위가 좁아 유리창 충돌에 취약하며, 빠른 비행속도와 약한 골격구조로 인해 유리창에 충돌하면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침서에는 이같은 야생조류의 특징을 고려하여 유리창에 충돌하는 원인을 막을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우선 투명 유리창에 ‘5×10 규칙’이 적용된 일정 간격의 점을 찍으면 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

‘5×10 규칙’이란 대부분 조류가 수직 간격 5cm, 수평 간격 10cm 미만의 공간을 통과하려 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일컫는 수치로써, 미국조류보전협회가 현장검증을 통해 파악한 사실이다.
실제로 이같은 규칙에 의거하여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년 동안 전국의 건물 유리창과 투명방음벽 등 총 56곳에서 총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 발생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이런 현황 조사를 토대로 전국의 조류 피해량을 추정한 결과, 투명창에 충돌하여 폐사하는 야생조류는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중 건물 충돌 피해는 765만 마리, 방음벽은 23만 마리로서 외부인이 조사하기 어려운 사유건물이 전체 건물의 80%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야생조류가 충돌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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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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