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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1-06-16

2만4000년 전 ‘냉동좀비’ 되살렸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로티퍼 다시 생명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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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대사가 정지돼 있으면서 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있다.

실제로 2만4,000년 동안 북극 영구 동토층에서 얼어붙어 있었던 작은 동물이 최근 다시 살아나 러시아의 한 실험실에서 자신을 복제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강력한 생물은 담륜층으로 번역되는 델로이트 로티퍼(bdelloid rotifers), 혹은 바퀴동물(wheel animals)이라고 하는데 입 주위를 돌고 있는 바퀴 모양의 털 고리가 특이해 붙여진 이름이다.

2만4000년 동안의 냉동좀비 상태에서 다시 회복된 로티퍼. 다시 생명활동을 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Michael Plewka

무성생식 통해 DNA 복제 다시 시작해

일반적으로는 로티퍼라고 부르는데  담수 속에 사는 다세포 플랑크톤으로 약 5.000만년 동안 존재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미세한 동물은 생존하기 위해 다른 생물이 흉내 내지 못할 놀라운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C에서 동결됐을 때 6~10년 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6~10년이 아니라 수 만년 전으로 그 기간이 연장되고 있는 중이다. 7일 국제학술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를 수행한 곳은 러시아 토양과학‧물리화학생물문제연구소, 체코생명과학대학, 미 럿거스 대학 등이다.

공동연구팀은 이 동물이 그동안 과학자들이 밝혀낸 기간보다 더 오랜 기간 동면했다가 다시 활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시베리아의 알라제야 강 바닥 3.5m 깊이에서 약 2만4.000년 된 영구동토층 샘플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 샘플을 실험실에서 해동한 후 그 안에서 음폐생활(cryptobiotic)을 하고 있던 로티퍼를 발견했다.

연구팀이 로티퍼 샘플이 지금 살고 있는 다른 미생물 등에 의해 오염됐는지 확인한 후 미생물 배양을 위한 페트리 접시에 넣어 오랜 기간 휴면 상태에 있는 이 살아있는 유기체가 다시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관찰 결과 해동된 로티퍼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자신을 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비 상태로 2만4,000년 동안 보존되고 있었던 이 고대 로티퍼는 난세포가 수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육해 배(embryo)를 형성하는 처녀생식을 통해 무성생식을 시작해 유전적으로 동일하게 복제된 DNA 조각 클론(clon)을 생성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로티퍼가 생성 중인 DNA가 휴면 상태에 있었던 로티퍼와 동일한지 분석했고, 그 유전정보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만4,000년 동안 영구동토층에 묻혀 있던 로티퍼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논문은 7일 국제학술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제목은 ‘A living bdelloid rotifer from 24,000-year-old Arctic permafrost’이다.

냉동생물학 연구에 귀중한 데이터

로티퍼는 세계적으로 약 2,0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 동물성플랑크톤이다.

얼었거나 물이 많은 서식지에 살고 있는 작은 동물로 담수 로티퍼와 염수 로티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에 회생한 로티퍼는 담수 로티퍼다.

주목할 점은 로티퍼가 주변 환경이 악화됐을 때 신진대사를 중단하고 상태가 개선될 때까지 음폐생활(cryptobiotic)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통 말하고 있는 죽은 시체, 좀비의 상태를 말한다.

연구에 참여한 러시아 토양과학‧물리화학생물문제연구소의 스타스 말라빈(Stas Malavin) 박사는 “로티퍼가 대사활동을 멈췄을 때 회생 시 도움이 되는 단백질과 같은 특정 화합물을 축적한다.”라고 말했다.

말라빈 박사는 또 “로티퍼가 오랜 기간 좀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DNA 손상을 복구하고,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이라 불리는 유해한 분자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로티퍼 연구가 냉동생물학(cryobiology)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냉동생물학이란 저온상태에서 생물체가 어떻게 생명활동을 지속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로 동물의 정자나 혈액 보존 등에 적용돼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물체 자체를 냉동시키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스타스 말라빈 박사는 “영토동토층으로부터 분리된 이 로티퍼 유기체는 잠재적으로 저온생물학 연구를 위한 최고의 모델로 생물체의 냉동생존 메커니즘에 귀중한 단서를 제공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생명체의 냉동 보존, 의료계에서는 사람의 세포, 조직 및 장기 등에 대한 냉동 보존실험 등에 활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말라빈 박사는 “그러나 인간이 조만간 로티퍼의 급속 동결 수면과 회복을 복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생물체가 복잡할수록 살아있는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더 까다롭다는 것. 특히 사람을 포함하는 포유류에게는 불가능한 상태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1-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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