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고유한 냄새를 포착하여 암을 진단한다? 최근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로 인간의 후각 세포 작동 방식과 유사한 구조의 ‘전자 코(Electronic nose)’에 대한 연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달 5일에 열린 2021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는 전자 코가 혈액샘플에서 췌장암 및 난소암 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별해 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자 코의 정확도가 이같이 높아짐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다양한 질병 진단과 초기 치료에 유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자 코(Electronic nose)로 VOS를 식별하다
존슨(Charlie Johnson) 교수와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연구진은 일명 ‘전자 코’가 세포에서 방출되는 VOC의 구성을 감지하고, 그 중 난소암과 췌장암의 VOC를 식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먼저 VOC에 초민감한 스크리닝 테스트를 만든 후, 암을 표적하는 DNA 증기 나노센서(DNA-NT sensor array)가 난소암과 췌장암 혈장 샘플에서 나오는 VOC 패턴과 대조군 샘플에서 나오는 VOC 패턴을 95% 가량의 정확도로 구별한 것이다.

알려진 바대로 모든 세포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Vapor Organic Compounds)을 방출한다. 따라서 암세포와 관련이 있는 VOC와 건강한 세포의 VOC는 다르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연구진은 난소암 환자의 세포 조직과 혈장에서 방출된 VOC가 양성 종양 및 대조군 샘플에서 방출된 VOC와 구별된다는 예비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전자 코’를 통해 각각 난소암 환자 20명, 양성 난소 종양 20명, 암이 전혀 없는 대조군 20명과 췌장암 13명, 양성 췌장 질환자 10명, 췌장 질환이 없는 대조군 10명을 대상으로 VOC 식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자 코’가 20분 이내에 암세포와 관련이 있는 패턴과 건강한 혈액의 패턴을 식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난소암의 경우 95%의 정확도를, 췌장암은 90%의 정확도를 기록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존슨 박사는 “전자 코 연구는 초기 단계이지만, 종양의 초기 단계와 진행 단계에서 모두 식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임상 환경에 맞게 개발된다면 표준 혈액 체취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환경,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는 전자 코(Electronic nose)
‘전자 코(Electronic nose)’는 사람의 냄새 인식 과정을 재현하여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Vapor Organic Compounds)을 측정·분별하고, 데이터화하는 기술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다수의 화합물로 구성된 어떤 냄새의 패턴을 인식하고, 그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미 1950년경부터 진행돼 온 기계후각기관에 대한 연구가 1987년에 이르러 Gardner에 의해 ‘전자 코’라고 명명되기 시작했으니 그리 짧은 이력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자 코 관련 기술들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냄새를 수용하는 센서의 감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 그리고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패턴화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 발행된 전자 코 글로벌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전자 코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며, 2026년까지 해마다 10.3%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환경 악취 모니터링과 진단 의학 분야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2월에 존슨 교수는 “질병의 고유한 냄새 프로필을 기반으로 코로나19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전자 코’ 개발에 힘쓰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어 암뿐만 아니라 코로나19까지, 질병 예측과 진단에 ‘전자 코’의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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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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