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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21-04-05

유럽 꽃게 ‘완전 박멸’ 작전 벌이자, 30배로 늘어 외래 침입종 대응전략 실패 교훈 연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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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양식장에 외래종이 침입하자, 놀란 어부와 관계자들은 외래종 완전 박멸 작전을 벌이지만, 엄청난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완전 박멸 작전을 무위로 돌리는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연구팀은 특히 수생계에서 완전 박멸 작전은 엄청난 복수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 3월 15일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캘리포니아 강어귀에서 침입한 유럽 꽃게를 근절하는 작전과 실패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 태평양 연안 양식업자를 괴롭히는 유럽 꽃게 © 에드윈 그로솔츠

유럽 꽃게는 세계 100대 외래 침입종의 하나이다. 유럽 꽃게 때문에 미국 상업용 조개류 산업은 연간 약 2천만 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 2009년 캘리포니아 스틴슨 해변(Stinson Beach)의 시드리프트 라군(Seadrift Lagoon)에서 유럽 꽃게의 완전 박멸 작전이 시작됐다. 유럽 꽃게는 2009년 125,000마리에서 2013년에는 10,000마리 이하로 크게 줄었다.

유럽 꽃게 박멸 한 해 뒤 거꾸로 30배로 늘어

완전 박멸 작전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약 90%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곧이어 무서운 복수가 시작됐다. 불과 1년 후인 2014년, 유럽 꽃게는 약 30만 마리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완전 박멸 작전 시작에 비해서도 거의 3배로 늘었다.

과학자들이 관찰하고 있는 다른 4개 만에서 유럽 꽃게의 개체수 폭발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대기와 해양학적 변화가 아닌 박멸 작전의 역효과임을 보여준다.

새우, 바닷가재, 게 등 다 자란 갑각류는 어린 갑각류를 먹어 치우는 특이한 습관을 가졌다. 유럽 꽃게 완전 박멸 작전에 따라 다 큰 갑각류가 많이 제거되자, 어린 갑각류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면서 통제받지 않고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과학자들은 해석한다.

이 연구는 뱀이 제거될 때마다 두 개의 새로운 머리가 자란다는 ‘하이드라 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 ‘마법사의 제자’에서 견습생이 잘라낸 빗자루 하나에서 여러 개의 마법 빗자루가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유럽 꽃게를 잡아 연구하는 에드윈 그로솔츠 교수 © 에드윈 그로솔츠

UC 데이비스의 에드윈 그로솔즈(Edwin Grosholz) 교수는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알게 해 주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완전 박멸에 집중하지 말고, ‘기능적 퇴치’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University of Alberta) 과학자와 그로솔츠가 지난해 10월 29일 '생태와 환경의 프런티어'(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저널에 실린 연구논문에서 '기능적 퇴치 전략'을 발표했다.

앨버타 대학의 스테파니 그린(Stephanie Green)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외래 침입종은 완전히 제거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침입종 적절히 관리하는 ‘기능적 퇴치’ 전략 제시

매년 수백 종의 외래 침입종이 북아메리카에서만 생태계, 농업, 기반시설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준다. 기능적 퇴치는 파괴적이고 광범위한 외래 침입종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완전 박멸보다 생태계를 훼손하는 수준 이하로 숫자를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완전한 박멸을 시도하는데 들어가면서 낭비될 수 있는 자원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 더 많은 지역을 외래종의 영향에서 보호할 수 있다.

그린과 그로솔즈는 캐나다와 미국의 천연자원 관리자 및 침입종 전문가 232명을 조사했다. 이들 중 90% 이상이 파괴적인 외래 침입종이 근절할 수 있는 규모 이상으로 퍼져 있어서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 2%만이 침입종을 관리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앨버타 대학 그린 교수가 솔배감펭을 잡고 있다. © 스테파티 그린

가장 잘 수행된 기능적 퇴치는 솔배감펭이다. 수족관에서 인기 있는 아름다운 인도-태평양 물고기는 카리브해와 대서양으로 퍼져나가서 많은 토착종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솔배감펭은 지금은 음식으로 소비되고, 수족관을 장식한다. 솔배감펭을 잡으면 제공하는 재정 인센티브는 솔배감펭이 토착종에게 미치는 영향을 수준 이하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린은 “외래 침입종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생태계 변화를 일으키는 데 얼마나 많은 수의 침입종이 필요한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적 퇴치 전략은 결국 지역 자원봉사자와 주민 협조로 시드리프트 라군에서 유럽 꽃게에 대한 대응책으로 채택되었다.

이 전략은 시민 참여도가 높은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과 같이 외래 침입종으로 어려움을 겪는 다른 생태계를 돕는 데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심재율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1-04-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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