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삶과 직결되며, 바로 우리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LG화학이 13일 개최한 온라인 토크 콘서트 ‘그린 페스티벌’에 참여한 연사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그린 페스티벌은 환경·에너지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강연을 진행하는 행사로 연중 계속된다. 이번 제1회 그린 페스티벌에서는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방송인 타일러 라쉬,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안성진 EBSi 지구과학 강사 등이 연사로 나섰다.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사라질 종은 바로 인간”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지구 온도 상승의 규모와 속도가 감당하기 어려워질 만큼 커지고 빨라졌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정모 관장은 지구 역사에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언급하며 “현재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으며 멸종 대상은 연체동물이나 공룡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라는 말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며 “‘지구 가열’, ‘기후 위기’라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어가 바뀌어야 생각도 바뀐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후 위기를 만든 것이 인류지만, 이는 반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관장은 “이전의 대멸종 원인이 대륙 이동, 소행성 충돌 등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만 변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혁명, 과학기술혁명으로 촉발된 기후 위기는 결국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며 “과학과 기술이 인류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개구리와 매미가 보내는 기후 위기의 신호
이어 장이권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경칩 개구리가 알려주는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를 통해 “자연이 주는 신호를 읽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연했다.
장이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칩 개구리의 출현일은 온도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데,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출현일이 빨라지고 있다. 연구를 처음 시작한 2016년에는 2월 중순 이후 경칩 개구리가 처음으로 관찰된 데 비해 2020년에는 1월 말부터 나타났을 정도다. 경칩 개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산 개구리(Rana uenoi)를 말한다.
여름에 출현하는 매미 역시 온도에 민감하다. 기존에는 남부 지방에서 먼저 출현하고 북쪽으로 점점 올라오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전국에 동시에 나타난다. 예전과 달리 순간적으로 온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는 “더 놀라운 사실은 전국에서 매미가 가장 빨리 출현하는 곳이 서울 송파구의 한 지역이라는 것”이라며 “아파트가 밀집한 곳으로 열섬효과가 나타나 전국 어느 지역보다 가장 뜨거워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대처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개구리와 매미는 출현하는 날짜를 통해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라며 “어떻게 기후 변화를 막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경 문제, 이해하고 느끼고 행동하라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와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기후 문제를 이해하고 참여와 행동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상욱 교수는 ‘에너지 문제의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강연에서 “지구 환경의 변화는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부터 시작된다”며 “세상이 굴러가는 모든 것, 인류 삶의 모든 것이 에너지와 관련돼 있다”라고 전제했다. 이런 이유에서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는 에너지 문제는 모두의 합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문제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한 사람이 다 파악할 수도 없고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다르게 나타난다”라며 “해결 방안에 대한 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 개개인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정책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며 행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량, 발전 가능 용량 등 숫자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기후 위기, 내 삶의 위기, 내 사람의 위기’라는 강의에서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기후 위기가 내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고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수, 태풍, 산불 등 전 지구적인 재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창궐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나타나면서 기존 사회의 미래 예측 방법론은 의미를 잃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개인의 커리어 결정, 투자 결정, 노후 준비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타일러 라쉬는 “앞으로 지구 온도가 평균 2도 이내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2050년에는 인천이나 상해 등 바다를 접한 도시들이 물에 잠긴다는 데이터가 이미 나와 있다”며 “우리의 인생을 결정할 때 이를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후 위기가 우리 생계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소비하고 환경을 지키는 정책에 투표하는 등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황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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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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