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점 낮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 토요일이 춘분이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은 춘분 보다 3일 빠른 수요일(3월 17일)이다. 목요일부터는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번 주에는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서 오른쪽으로 볼록한 초승달을 볼 수 있다. 천문대를 찾기 가장 좋을 때가 바로 초승달이 보일 때이다. 달빛이 별빛을 많이 가리지 않기 때문에 달도 보고 별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맑은 날에 가까운 천문대를 찾아 코로나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기 바란다.
이번 주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 중의 하나가 바로 북두칠성이다. 겨우내 북쪽 지평선 근처에 머물던 북두칠성이 북동쪽 하늘로 높이 올라오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이다. 옛날 사람들은 북두칠성이 높이 떠오르면 국자에 담겨 있던 하늘 샘물이 봄비가 되어 내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주인공은 바로 북두칠성을 포함하고 있는 큰곰자리이다. 북두칠성과 함께 봄의 전령사로 알려진 큰곰자리를 찾아 별자리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춘분
이번 주 수요일(3.17)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이다. 이날 서울 기준으로 해는 오전 6시 41분에 떠서 오후 6시 41분에 진다. 목요일부터는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해서 춘분인 토요일(3.20)에는 일출 시각이 오전 6시 36분, 일몰 시간이 오후 6시 44분으로 낮이 밤보다 8분 정도 더 길게 된다.
일반적으로 춘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낮이 8분 정도 더 길다. 춘분에 낮이 더 긴 이유는 낮과 밤의 기준을 일출과 일몰 시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일출은 태양의 북쪽 가장자리가 지평선에 닿을 때의 시각이고, 일몰은 태양이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사라진 시각을 기준으로 한다. 춘분의 정확한 의미는 태양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에 오는 날이다. 즉 겨울 동안 하늘의 남쪽에 머물던 태양의 중심이 이날 이후로 하늘의 북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의 중심이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춘분일에는 낮이 밤보다 길 수 밖에 없다.
춘분에는 태양이 하늘의 적도에 오기 때문에 북위 37도인 지역을 기준으로 한낮에 태양의 남중고도는 53도(90도-위도)가 된다. 이날 이후로 태양의 고도는 점점 높아져서 하지(6.21)가 되면 76.5도까지 올라간다. 태양의 남중고도는 춘분을 기준으로 하지에는 23.5도 높아지고, 동지에는 23.5도 낮아진다. 이렇게 남중고도가 바뀌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궤도면(황도)에 대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지구 북반구의 자전축이 태양으로 향하면서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일사량이 늘어나게 되고, 겨울에는 지구 남반구의 자전축이 태양을 향하기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태양의 남중고도가 낮아지고 일사량이 줄어들게 된다.

붉은 별들의 만남
이번 주 동안에는 서쪽 하늘에서 붉은 두 별이 가까이 만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별 모두 1등성으로 밝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별 중 왼쪽에 있는 별이 오른쪽 별보다 많이 반짝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른쪽 별이 반짝임이 거의 없는 이유는 항성(star)이 아니라 행성(planet)이기 때문이다. 붉은색의 이 행성이 바로 화성이다. 두 별을 망원경으로 보면 왼쪽 별은 여전히 작은 점으로 보이지만 오른쪽 화성은 작은 원으로 보인다.

별빛이 반짝이는 이유는 작은 별빛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공기의 밀도나 흐름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은 항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대기에 의한 흔들림이 적게 느껴진다. 밤하늘에서 항성과 행성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별빛의 반짝임이다.
왼쪽에 붉은색으로 보이는 별은 황소자리의 으뜸별인 알데바란(Aldebaran)으로 별의 일생 중 노년기에 접어든 적색거성이다. 별은 수명이 다하면 점점 부풀어 올라 온도가 내려가면서 붉은 색으로 변한다. 이런 별을 적색거성이라고 하는데, 알데바란은 질량이 태양보다 10% 정도 크지만 지름은 44배나 더 크다.
화성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온도와는 관련이 없고, 표면에 붉은색의 산화철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오면서 목성보다 밝게 빛났던 화성은 지금은 그때보다 1/10 이하로 밝기가 줄어들었다. 이번 주 화성까지의 거리는 약 2억 5천만km이고 다음 달이 되면 2억 7천만km로 더 멀어지면서 밝기도 2등성 정도로 줄어든다.
화성은 매일 조금씩 왼쪽(동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알데바란과 가장 가깝게 보이는 날은 일요일이다. 주말에는 달이 두 별 사이를 통과하기 때문에 달과 두 별을 함께 볼 수 있다.
봄의 전령사 ‘큰곰자리’

옛 조상들은 북두칠성을 ‘하늘의 샘물을 뜨는 국자’로 여겼다. 겨우내 지평선 근처에서 하늘 샘물을 담은 국자가 봄철이 되면 북동쪽 하늘로 올라온다. 이때 국자 손잡이가 땅을 향하면서 국자에 담긴 물이 손잡이를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봄에 비가 많이 온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겨우내 가물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리면서 만물은 숨을 쉬고 새 생명을 잉태하게 된다. 따라서 북두칠성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별로 여겨졌으며, 밭을 일구는 쟁기로도 불렸다.
서양에선 북두칠성을 ‘큰 국자(The Big Dipper)’라고 부른다. 하늘에는 모두 3개의 국자 별이 있는데, 작은곰자리에 해당하는 작은 국자(The Little Dipper)와 궁수자리에 있는 우유국자(The Milk Dipper·남두육성)가 나머지 2개의 국자별이다. 밤하늘의 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하늘을 경외하고 북두칠성을 두려워했다.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칠성당에 찾아가 북두칠성에 빌곤 했다. 또 사람이 죽으면 관 속에 북두칠성을 그려 다음 생의 복과 장수를 기원했다. 이렇게 북두칠성에 제(祭)를 올리며 두려워하는 것은 ‘칠성님’을 사람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선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북두칠성을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로 보기도 한다. 이 경우 국자의 그릇에 해당하는 네 개의 별을 관으로 보고, 국자 손잡이를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로 본 것이다. 특히 손잡이의 가장 끝에 있는 별은 관을 인도하는 사람으로 보아 가장 불길한 별로 여겼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도 이 별이 붉게 타오르는 것을 보고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다고 한다.
북두칠성에는 재미있는 별이 하나 있다. "시력 검사의 별"이라는 것인데 손잡이의 두 번째 별이다. 이 별을 자세히 보면 바로 옆에 작은 별이 하나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별이 보이지 않는다. 먼 옛날 로마시대에는 이 별이 군인들을 뽑는 신체검사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군인들이 영웅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젊은이는 군인이 되려고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눈이 나쁜 사람들은 이 작은 별을 발견하지 못하고 신체검사에서 탈락하여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고 한다.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의 엉덩이와 꼬리에 해당하는 별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큰곰자리는 칼리스토라는 여인이 제우스와 바람을 피운 대가로 헤라 여신에 의해 곰으로 변한 모습이라고 한다.
삼태육성(三台六星)
북두칠성 남쪽에서 두 개씩 쌍으로 이루어진 세 쌍의 별이 큰 곰의 발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대 아라비아에서는 이 별들을 가리켜 ‘가젤의 세 번 도약(the Three Leaps of the Gazelle)'이라고 불렀다. 아라비아 전설에 따르면 아프리카 영양의 일종인 가젤이 근처에 있는 사자자리를 피해 이곳으로 뛰어 들었다고 한다. 큰 곰의 뒷발부터 앞발 방향으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도약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의 고천문도인 천상열차지도에는 이 세 쌍의 별에 삼태육성(三台六星)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옛 천문학자들은 이 삼태육성을 영웅과 관련된 별들로 북두칠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무속에서는 삼태육성을 삼신 할매가 사는 곳으로 여겼다고도 한다. 삼태육성은 서쪽(오른쪽)부터 각각 상태(上台), 중태(中台), 하태(下台)이다.

- 이태형(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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