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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한소정 객원기자
2021-03-15

해저 케이블로 지진, 쓰나미를 예측한다 비싼 해저 지구물리적 관측 센서를 대체할 '해저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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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해저 케이블 지도©위키커먼스

지진대의 움직임과 단층 활동 등으로 한국에 지진이 더 잦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기상청에서 ‘지진 안전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파괴력이 큰 지진이나 쓰나미를 예상할 수 있다면 대비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현대의 기술로도 이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예측은 지구 물리학적 계측에 기반하는데, 여기에 심해 대양은 큰 공백으로 남는다. 심해의 바닥에 해저 표면의 움직임을 꾸준히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해저 표면의 지진이나 압력에 대한 감지 장치나 지구 물리학적 관측 장치, 수중 청음기와 같은 것이 사용될 수 있지만, 이를 설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 실현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심해 바닥을 관측할 수 있다면, 심해 지진이나 지구의 내부 구조, 해안가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쓰나미 같은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데에 직접적이고 유용한 정보가 된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은 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submarine cable)을 민감한 지진 감지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해저 케이블은 원격통신을 위해 이미 설치된 특수 케이블로, 연구진은 이 방법이 경제적일 뿐 아니라 해저의 넓은 면적을 감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와이나 아이슬란드 같은 지구 물리학적 관측의 관심 지역과 지각 표층을 이루는 판이 서로 충돌하여 한 판이 다른 판의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섭입대' 근처의 해안 도시들은 원격통신 네트워크의 요충지인 만큼, 이미 수많은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어 지구 물리학적 연구에 사용된다면 지질학적 재해와 심해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구글(Google)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체 투자를 통해 2019년까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칠레의 발파라이소 사이에 설치한 10,000km가량 길이의 ‘큐리(Curie)’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 시험했다.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은 대부분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섭입대 위에 있는데, 그 근처에서는 1900년 이후 지금까지 모멘트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50여 차례 관찰되었다. 그중 열 번은 쓰나미에 가까운 위협이 있는 강진이었다.

연구진은 큐리 케이블에 관찰되는 분극 현상을 관찰했는데, 이것은 며칠 이상의 장기 관찰 값으로는 안정적으로 나타나지만 입력값과 출력값은 케이블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소들에 의해 계속해서 달라진다. 지상에 설치된 원격통신 케이블의 경우는 기온과 바람, 사람과 동물, 교통과 같은 여러 환경의 영향이 워낙 커서 그 값을 유용하게 해석해 내기 어려운데 비해, 심해에 설치된 큐리 케이블은 주변 기온이 일정하고 물리 전기적 영향이 적어 훨씬 안정적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주변의 강한 지진파나 지진에 의한 큰 파도에 의한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연구진은 케이블의 입력값과 출력값을 보정하는 회로의 기록을 사용했다.

2019년 12월 15일부터 2020년 9월 4일까지의 9개월의 시험 기간 동안 큐리 케이블 근처에서 감지된 가장 큰 섭입대 사건은 6월 23일 멕시코 오악사카에서의 모멘트 규모 7.4의 지진이었다. 가장 가까운 케이블은 500km쯤 떨어져 있었는데, 여기에서 관찰된 흔들림으로 인한 분극 현상의 변화는 20분가량 계속되었다. 이는, 역시 500km가량 떨어져 있는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의 지진관측소에서는 5분간만 기록된 것에 대비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한편, 쓰나미의 경우 파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관찰된 오악사카의 지진 당시 넓은 바다 위로 솟은 쓰나미 파도는 분극 현상으로 잘 감지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예를 들어 지상 위로 이어지는 케이블 쪽의 기온 변화 같은 환경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노이즈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 외에도 해수의 깊이나 지역에 따라 케이블의 센서로서의 민감도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도 보고했다. 그러나, 0.01 헤르츠 가량의 낮은 주기로 일관된 민감성은 큰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는 지진의 전조를 읽어내는데 결정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해저 케이블이 지진과 대양의 움직임을 감지하는데 센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인 첫 연구로, 해저 케이블에 작동하는 중계기의 분극 현상 측정 기술을 향상해 노이즈를 줄여 경제적으로 지진에 대비할 체계를 마련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소정 객원기자
sojungapril8@gmail.com
저작권자 2021-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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