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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0-12-22

식물도 종달새족과 올빼미족이 있다 생체시계의 변이와 관련된 ‘COR28’ 유전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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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아침형 인간을 종달새족, 저녁형 인간을 올빼미족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식물도 사람처럼 종달새족과 올빼미족으로 나눌 수 있는 생체시계의 변이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더구나 식물이 종달새족인지 올빼미족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DNA 코드 중 단 하나의 염기쌍 변화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얼햄연구소와 존이네스센터의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식물, 세포&환경(Plant, Cell and Environment)’ 최신호에 발표됐다.

얼햄연구소는 유전학과 전산생물학의 개발에 중점을 둔 세계 유수의 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식물의 생체시계 변이와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한 영국 얼햄연구소의 해나 리스 박사. ⓒEarlham Institute

생체시계는 생물체에게 밤과 낮을 알려주는 메트로놈 같은 것으로서, 아침이 오면 신호를 보내고 밤이 되면 커튼을 친다. 식물의 경우 새벽녘의 광합성을 준비하는 것부터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것까지 생체시계가 다양한 과정을 조율한다.

이러한 패턴은 지리, 위도, 기후,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식물의 생체시계는 지역 조건에 가장 잘 대처하도록 적응해야 한다.

유전자 하나가 종달새족 vs 올빼미족 결정해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지역적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작물 육종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자연의 식물 내에 얼마나 많은 생체시계 변이가 존재하는지 조사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스웨덴 전역에서 191종에 이르는 애기장대를 수집한 후 다양한 일주기 리듬을 조사하여 생체시계의 변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연구했다. 그 결과 ‘COR28’이라는 특정 유전자의 단일 DNA 염기쌍 변화가 꽃을 늦게 피우는 식물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개화 시간, 동결 내성, 일주기 시계의 조정자로 알려져 있는 COR28 유전자가 스웨덴 지역의 현지 적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얼햄연구소의 해나 리스(Hannah Rees) 박사는 “식물의 전반적인 건강은 하루의 길이와 계절의 경과에 따라 일주기 시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동기화되는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정확한 생체시계는 경쟁자, 포식자, 병원균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지연 형광 이미징(delayed fluorescence imaging)’ 시스템을 이용해 일주기 시계가 다르게 조정된 식물을 선별했다. 그 결과 종달새족 식물과 올빼미족 식물 간에는 최대 10시간 이상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차이는 식물의 지리적 위치와 유전자가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변화에 잘 견디는 작물 육종에 도움

연구진이 이번에 사용한 애기장대라는 식물은 게놈 염기서열이 분석된 최초의 식물로서, 일주기 생물학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생체시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이런 유형의 연구를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기장대는 게놈 염기서열이 분석된 최초의 식물로서, 일주기 생물학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Salicyna(Wikimedia Commons)

이번 연구는 농부들과 작물 육종가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가장 적합한 생체시계를 지닌 식물을 도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확량의 증가 및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해나 리스 박사는 “우리는 일광 시간이 짧고 심한 기후변화를 겪는 스웨덴에서 식물의 생체시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고 싶었다”며 “생체시계의 변화와 적응성 이면에 숨어 있는 유전학을 이해하면 다른 지역에서 기후에 강한 작물을 더 많이 번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기온 상승 및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같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위도 지역의 식물들은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농작물 수확에 이로울 수도 있지만, 작물이 최대 크기에 도달하는 기간 역시 짧아져 수명이 단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이런 식물은 가뭄, 질병, 해충 등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지연 형광 이미징 시스템이 거의 모든 식물을 비롯한 녹색 광합성 물질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음에는 잎채소와 밀 등의 주요 농작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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