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국산 연구장비를 한 곳에 모아두고 직접 활용해 볼 수 있는 곳인 ‘국산장비 활용랩’을 운영하고 있는 연구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다.
KBSI는 이 활용랩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장비 교육이나 실제 분석 체험과정을 제공하고 국산 연구장비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최근 춘천센터 내에 개소한 생체영상 분야 ‘국산장비 코어랩’이다. 연구원은 천연물 기반 생체효능에 특화된 연구를 위해 나노영상 장비와 세포 및 생체영상 장비를 활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KBSI는 국산장비 코어랩에서는 동물용 광학영상 장비를 비롯한 우수한 성능의 생체영상 분야 연구장비를 활용하여 공동연구는 물론, 국산장비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시설장비 및 분석과학기술 연구지원 전담
KBSI는 지난 1988년에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진흥을 위해 연구시설장비 및 분석과학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과 연구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최첨단 연구장비와 우수한 연구인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외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세계적 수준의 분석과학 개방 연구원’을 지향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특히, 국내 연구장비 선도기관으로서 ‘첨단 대형 연구장비의 구축과 운영을 통한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분석과학 연구를 통한 분석기술 개발과 장비개발’ 그리고 ‘국가 연구시설 및 장비 총괄관리 전담’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과 국민행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KBSI의 비전은 지금까지 다져온 역량과 힘을 모아서 분석과학 분야의 연구 인프라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모여드는 세계적 수준의 분석과학 개방연구원과 연구시설장비의 컨트롤타워 역할 등 과학기술을 선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KBSI의 연구분야는 분석과학연구본부와 연구장비개발운영본부, 그리고 지역분석과학본부 등 크게 3개의 조직에서 추진하는 연구분야로 나뉜다.
분석과학연구본부의 연구분야는 소재와 환경, 바이오 분야의 미래선도형 분석과학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연구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분석과학연구를 통해 소재 국산화, 질병 예방 및 극복 등 국가 및 사회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연구장비개발운영본부의 연구분야는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이 되는 첨단 연구장비를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분석법을 개발하여 국내·외 기업은 물론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연구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장비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국내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장비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분석과학본부는 전국에 분포된 KBSI의 지역센터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지역에 거점을 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과 연계하여 각 지역에 필요한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역별 수요에 맞춰 구축된 각 지역센터의 첨단 연구시설은 연구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초저온전자현미경 지원 통해 세포 간 신호전달 비밀 파악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KBSI의 지원을 받아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지난 10월 한국뇌연구원이 세포 간 신호전달의 비밀을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 밝혀낸 것이다.
KBSI 연구장비운영부의 정형섭 기술원이 참여한 이 연구는 한국뇌연구원을 비롯하여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의 공동연구진이 세포 간 소통에 관여하는 세포연접채널(cell junction channel) 단백질의 고분해능 3차원 구조를 규명한 것이 핵심이다.
심장의 심근세포나 신경계의 신호전달 같이 서로 다른 세포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나 영양분의 교환이 필요하다. 이는 세포연접채널이라는 통로를 통해 일어나는데, 세포연접채널은 커넥신(connexin)이란 단백질이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사람에게는 총 21종의 커넥신 단백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2종의 세포연접채널은 선행연구를 통해 3차원 구조가 규명되기는 했지만, 규명된 단백질들이 열려있는 상태의 구조를 띄고 있어 채널이 열리고 닫히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동연구진이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사용하여 커넥신 단백질이 닫힌 상태를 관찰함으로써 구조가 규명된 것이다. 이로써 커넥신 단백질로 구성된 세포연접채널이 열리고 닫히는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세포 내 물질이동과 세포 간 신호전달 과정에 대한 후속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저온전자현미경은 일반적인 전자현미경 분석으로 관찰이 불가능했던 단백질 등 생체시료의 구조 관찰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분석장비다. 일반적인 전자현미경으로 생체 시료를 관찰하면 전자빔에 의해 손상이 일어나 관찰할 수 없지만, 시료를 급속동결하면 별도의 염색이나 탈수과정 없이도 생체물질의 분자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정형섭 기술원은 “막 단백질의 하나인 세포연접채널 단백질은 약물의 주요 목표가 되는 곳이어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히며 “초저온전자현미경 기법을 통해 그동안 구조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던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를 풀어냄으로써, 학술적 가치는 물론 신약 개발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0-11-1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