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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11-05

물리학과 생물학 융합으로 암 속성 파헤친다 암의 네 가지 뚜렷한 물리적 특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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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왜 그렇게 끈질기고 파괴적이며, 여전히 정복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 말은 현대 의과학이 아직도 암의 속성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의대가 이끄는 연구팀이 물리학과 생물학의 융합적 접근으로 암의 특성을 추가적으로 새롭게 파악한 연구를 내놨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10월 30일 자에 발표된 이번 리뷰는 종양과 주변 조직의 물리적 특성을 기존의 생물학 및 유전학 모델과 통합함으로써 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새로운 치료제와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논문 교신저자인 미국 하버드의대 및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방사선과 라케시 자인(Rakesh K. Jain) 박사는 “우리는 암 연구 진전이 암 생물학자와 종양학자, 물리학자와 엔지니어 간의 긴밀한 협력에 달려있다고 믿는다”며, “암의 물리적 특징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물리 및 생물학을 아우르는 엄밀하면서도 광범위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리뷰 작성에 참여한 방사선과 에드윈 스틸 연구소(Edwin L. Steele Laboratories)의 자인 박사와 하디 니아(Hadi T. Nia) 박사, 보스턴대 생의학공학과 랜스 먼(Lance L. Munn) 박사는 종양 미세환경과 암세포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암의 뚜렷한 특징 네 가지를 기술해, 암 성장과 강력한 항암제에 대해 암이 어떻게 내성을 발달시키는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종양의 위치에 따른 암 전이 증상. ©WikiCommons / Mikael Häggström.

기존 암 모델의 여덟 가지 특징에 네 가지 추가

널리 받아들여지는 암 모델 가운데 하나는 정상 세포가 유전적 돌연변이나 환경에 의한 손상을 받아 불량해진다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는 변이된 세포가 통제를 벗어나 복제되기 시작하고 정상 조직들을 인수하면서 여덟 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즉 암 성장을 촉진 및 유지하고, 암 성장을 억제하려는 면역계를 회피하며, 종양으로 흐르는 혈류를 자극하는 능력으로 신체 어디든 국소 조직에 침입해 종양을 전이시킨다.

그러나 이 모델은 물리적 과정들이 어떻게 종양 진행과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MIT의 로버트 와인버그(Robert Weinberg) 박사와 로잔 스위스 연방기술연구원 더글러스 하나한(Douglas Hanahan) 박사가 제안한 위의 여덟 가지 생물학적 특징 외에, 자인 박사팀은 종양에서 생체역학적 이상을 포착한 뚜렷한 물리적 특징 네 가지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이 제안한 네 가지는 △고형 스트레스 상승(elevated solid stress) △세포 및 조직 사이(interstitial) 유체 압력 상승 △단단함이나 뻣뻣함(stiffness)의 증가와 소재의 속성 변경(altered material properties) △조직의 미세구조(micro-architecture) 변경이다.

연구팀은 모든 종양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요한 신체적 이상을 특징짓는 암의 물리적 특성 네 가지를 제안했다. ©AAAS / Science /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0/6516/eaaz0868

30년 동안 관련 연구 지속

에드윈 스틸 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30년 동안 연구를 계속해온 결과, 처음 두 개의 물리적 특징을 발견해 이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인 박사는 “고형 스트레스는 증식 및 이동하는 세포가 주변 조직의 고체 구성요소를 밀고 당기면서 생성된다”고 설명하고, “종양 안팎의 혈관과 림프관을 압박할 만큼 스트레스가 충분히 커서 혈류와 산소, 약물 및 면역세포 전달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세포나 조직 사이에 흐르는 유체에 대한 압력 상승은 종양에 있는 비정상적인 투과성 혈관에 의해 일어난다. 이 혈관에 있는 혈장이 종양 주변으로 누출되면서 압력은 높아지고, 림프액 배액은 불충분해진다.

세포 사이를 흐르는 액체는 다양한 성장인자들을 운반하며, 부종을 일으키거나 약물 및 성장인자를 방출하고, 암이 국소 조직이나 원거리 조직에 침범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도 한다.

CT 스캔을 통해 본 악성 중피종(노란 화살표) 모습(이번 연구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음). ©WikiCommons / Stevenfruitsmaak

“물리학과 생물학 사이에 가교 역할”

단단함이나 뻣뻣함이 증가하는 것은 세포 기질 물질(scaffolding)들이 침착되고 조직들이 재구성되면서 발생한다. 이런 단단함은 전통적으로 종양 성장의 진단 표지자로 활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예후 추정 표지자로 인식되고 있다.

자인 박사는, 강성 증가는 암세포의 증식과 침습 및 전이를 촉진하는 신호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구조 변경에 대해 그는 “암의 성장과 침입으로 정상 조직 구조가 파괴되면 미세구조가 변경된다”고 말했다.

이때 기질(지지) 세포와 암세포 및 세포 외 기질이 새로운 조직을 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주변 기질 및 세포들과 개별 세포와의 상호작용이 바뀌어 암 침범과 전이 관련 신호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인 박사는 “암 생물학자와 종양학자들은 연구실이나 병원에서 암으로 인한 물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물리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암 연구와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새로운 모델과 전략 개발에 힘을 쏟는다”고 말하고, “자신과 동료들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암의 물리적 특징들에 대한 생물학적 기원과 영향을 탐구함으로써 물리학과 생물학 사이에 다리를 놓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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